
올해 초까지만 해도 '상상 속 숫자'로 여겨지던 코스피 10,000포인트 달성이 증권가에서 대세론으로 자리잡고 있다.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글로벌 투자은행(IB)과 국내 대형 증권사들이 일제히 코스피 상단을 1만 이상으로 올려잡으면서다. 하지만 단기 급등에 따른 과열 우려와 과거 닷컴버블의 데자뷔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투자자들의 각종 궁금증에 대한 증권가의 답을 정리했다.
이들의 핵심 주장은 '인공지능(AI)발 메모리 반도체 호황이 예상보다 길다'는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시장이 반도체 사이클의 지속 기간을 지나치게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이번 사이클은 과거보다 더 오래 지속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일반 범용 D램을 중심으로 '2년 호황, 2년 불황' 주기가 반복되면서 반도체 제조사의 실적이 크게 출렁였지만, 이제는 진입장벽이 높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3~5년 장기계약(LTA) 구조로 변화하면서 판도가 아예 바뀌었다는 얘기다.
실제로 국내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매달 높아지고 있다. 에픽AI에 따르면 두 회사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 합산은 609조9810억원으로 집계됐다. 한 달 전 전망치(568조1433억원)보다 41조원 늘었고, 올해 초(188조7578억원)보다 3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영업이익(90조8074억원)과 비교하면 무려 6배나 많은 수준이다.
이들 업체가 막강한 가격결정권을 쥐는 '공급자 우위' 현상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대신증권에 따르면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 규모는 2025년 2193억달러에서 내년 1조1834억달러로 수직 상승할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국내외 제조사가 증설 중인 반도체 물량이 시장에 풀리는 시점은 일러야 내년 하반기 이후다. 적어도 내년까지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 강세가 계속될 것이란 진단이다.
다만 단기 과열에 따른 단기적인 조정 국면은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오는 7월까지 기업 실적 공백기가 이어지는 데다, 이달부터 스페이스X를 시작으로 오픈AI, 엔스로픽 등 글로벌 초대형 기업공개(IPO)가 줄줄이 예정돼 있어서다. 이들 기업의 시총 총합은 4조달러(약 610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과거 사례를 비춰봤을 때 대규모 IPO 뒤에는 경제성장률 하락이 뒤따르고, 글로벌 투자자금의 급격한 쏠림으로 다른 업종이 부진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코스피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가가 바라보는 코스피의 1차 하방 저지선은 7000선 안팎이다. 골드만삭스와 한국투자증권은 탄탄한 반도체 실적을 근거로 코스피 하방을 각각 7820과 7900으로 제시했다. 골드만삭스는 "단기적인 조정이 올 수는 있으나, 기업 실적이 뒷받침되는 한 이는 오히려 비중 확대의 기회"라고 분석했다. 다만 JP모간, 현대차증권, LS증권 등 일각에서는 AI 경쟁 심화로 인한 투자심리 위축 등 극단적 시나리오를 가정할 경우 코스피가 6000선까지 밀릴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이선아/강진규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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