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530원대 치솟은 환율…韓 경제 구조적 취약점 돌아봐야

입력 2026-06-04 17:50   수정 2026-06-05 00:10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에도 원화 약세 흐름이 점점 강해지며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4일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시장 원·달러 환율은 1538원까지 치솟았고 서울외환시장도 1530원대에서 출발한 뒤 그 언저리에서 마감했다.

환율만 놓고 보면 한국 경제가 위기로 진입 중이라는 착각마저 일으킬 정도다. 14일 연속 1500원대 거래로 금융위기 당시 기록(11일 연속)을 갈아치웠다. 다른 나라 통화 움직임과 비교해 보면 위기감은 더 커진다. 유로 파운드 엔 등 선진국 통화는 물론이고 동남아시아 통화들에 비해서도 원화 가치 하락 폭이 두드러진다.

정부는 중동 전쟁과 외국인 주식 매도를 원화 약세의 주된 요인으로 지목하지만 상투적 설명으로 들리기도 한다. 중국은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데다 중동 수입 의존도가 높지만 위안화는 오히려 달러화 대비 강세다. 전쟁이 결정적 요인은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외국인 주식 매도를 탓하는 것도 그렇다. 불과 몇 달 전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대량 매수할 때도 원화는 약세를 면치 못했다.

한국 경제의 미래가 낙관적이라면 원화 보유를 꺼릴 이유가 없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얼마나 지속될지 불확실하고 잠재성장률 급락에 대한 투자자 우려가 원화 보유 회피로 이어지고 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일 것이다. 실제 국내 증시에 투자하는 외국 기관은 원화 보유 위험을 적극 헤지하는 경향이 강하다.

시장에서 원화 약세 심리가 확산하며 달러 가치를 더 밀어올리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원화 약세가 수출에 무조건 유리할 것이라는 생각은 단견이다. 가뜩이나 중동 전쟁 탓에 물가가 급등하는 상황에서는 원화 약세가 가져오는 부정적 영향이 상당하다. 수입 물가를 밀어올려 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위협할 수 있다. 원화 가치 하락과 인플레이션을 부를 수 있는 재정 확장은 신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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