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30 세대를 중심으로 차(tea)가 새로운 여가 문화로 떠오르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이색적인 일회성 경험 수준으로 소비되던 차 문화가 일상에서 즐기는 취미 영역으로 저변이 확대되면서다. 한때 중장년층 전유물로 여겨졌던 차가 건강한 라이프스타일과 취향 소비를 중시하는 젊은 세대의 관심을 끌면서 트렌디한 문화 콘텐츠로 재해석되는 분위기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차 소비층이 눈에 띄게 젊어지고 있다.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한 ‘제23회 국제차문화대전’은 이러한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현장이었다. 행사장 입구는 개장 전부터 젊은 관람객들로 북적였으며 입장 대기줄만 100m가량 길게 늘어섰다. 약 4만명 규모로 진행된 참가 사전 등록은 일찌감치 마감됐다. 400개 한정 수량으로 준비된 찻잔 무료 나눔 행사도 시작 15분 만에 물량이 모두 소진됐다.전시장 곳곳에서 소비층 변화가 드러났다. 차를 마시는 데 사용하는 도구인 다기는 전통적 디자인에서 벗어나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귀여운 캐릭터나 일러스트를 접목한 제품들이 다수 진열됐다. 찻잔과 티포트는 물론 싱잉볼, 디저트 등 차 문화를 구성하는 다양한 콘텐츠도 함께 선보였다. 부스를 운영하는 차 전문가 중에서도 젊은 층 비중이 상당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박람회를 찾은 20대 박모 씨는 “다구 구매에만 30만원가량을 지출했다. 차를 마실 때 찻잔이 입에 닿는 감촉이 좋다”며 “차를 마시면 몸이 이완되고 마음을 차분하게 다스릴 수 있어 꾸준히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11년째 해당 행사에 참여한 사단법인 한국차문화협회 관계자도 “다례 체험 프로그램을 찾는 방문객 가운데 2030세대 비중이 전체의 50~60% 수준”이라며 “이전에는 소비자들이 단순히 차를 즐기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면 코로나19 이후에는 건강을 목적으로 차를 찾는 젊은층이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차가 젊은층에게 인기를 끄는 것은 건강을 중시하는 라이프스타일과 취향 소비 확산이 컸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항산화 작용과 심신 안정, 노폐물 배출 등 차의 효능이 주목받으면서 소비자 관심이 커졌다. 여기에 물의 온도와 우려내는 시간 등에 따라 맛과 향이 달라지는 특성이 더해지면서 자신의 고유한 취향을 찾는 것을 즐기는 젊은 세대의 소비 심리를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몇 년 전부터 2030세대를 중심으로 다도 클래스나 차를 코스 형식으로 즐기는 ‘티 오마카세’ 등이 인기를 얻은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지면서 차를 ‘한 번 경험해보는 콘텐츠’가 아닌 자신만의 취향을 발견하고 일상의 휴식을 즐기는 ‘취미’로 받아들이는 이들이 늘고 있다. 지난해부터 차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20대 노모 씨도 “한 달에 한 번 정도 북촌의 다도 클래스를 찾아다닌다”며 “바쁜 일상에서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차에만 집중하는 시간이 좋다. 수업을 마치고 나면 마음이 차분해지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차 전문점들도 단순 제품 판매보다는 차를 경험하는 ‘과정’ 자체에 중점을 두는 추세다. 상품 진열대 대신 시음 테이블이 매장 한가운데에 놓이고 차 클래스의 참여 인원도 회차당 4~5명으로 제한해 깊이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수업에서는 티 전문가가 3~4종의 차를 직접 우려내며 각각의 특징과 음용법을 소개하고 참가자들은 차를 천천히 음미하며 자신의 취향에 맞는 차를 탐색한다.
이용 가격은 시간당 적게는 3만원에서 많게는 5~6만원 선이다. 적지 않은 비용에도 차 클래스에는 2030 소비자들 발길이 이어진다. 업계에서는 자신의 취향에 맞는 경험에는 비용을 아끼지 않는 젊은 세대의 소비 성향이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온라인에서도 관련 소비가 늘고 있다. 2030세대 이용 비중이 높은 온라인 편집숍 29CM에 따르면 올해(지난 1월1일~5월31일) 차 관련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했다. 차 문화에 대한 관심이 체험형 소비를 넘어 일상적인 상품 구매로도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시장 규모도 향후 더 커질 전망. 시장 조사 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차 시장 규모는 약 4570억원으로 전년(4130억원) 대비 약 10.7% 성장했다. 유로모니터는 오는 2030년까지 해당 시장이 6780억원 규모까지 지속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박수림 한경닷컴 기자 paksr36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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