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효과요? 문 일찍 닫았죠"…상인들 한숨 나온 까닭 [현장+]

입력 2026-06-10 19:28   수정 2026-06-10 20:02


"젠슨 황 효과요? 저희는 그날 오후 6시에 문 닫았어요."

지난 6일 오전 서울 마포구 홍대 로터리 인근의 한 초상화 가게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이곳은 전날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방문한 고깃집 '형님 저요' 맞은편에 위치한 곳이다. 해당 가게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인근 크레이프 가게는 평소보다 손님이 줄었고, 소품 가게 역시 젠슨 황을 보기 위해 몰린 인파로 손님을 받기 어려웠다고 했다.


황 CEO가 방문한 매장마다 손님이 몰리는 이른바 '젠슨 황 효과'가 유통업계에서 화제가 되는 것과 달리, 정작 그가 찾은 식당 주변 골목 상권은 "사람은 많았지만 손님은 없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방문 당일 몰린 인파와 안전 통제로 인해 평소보다 영업에 차질을 빚었다는 설명이다.
삼소 회동 인근 가게…구경하는 시민들 '발판'돼

상인들의 설명은 현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5일 오후 7시30분경 홍대 로터리 일대에는 황 CEO의 '삼소(삼겹살·소주) 회동'을 구경하기 위해 모인 인파로 가득 찼다. 인파가 쏠리는 걸 방지하기 위해 도로 곳곳에는 펜스가 설치됐다. 경찰들은 경관봉과 호루라기를 동원해 이동을 통제했다.

'형님 저요'로 가는 길뿐만 아니라 인근 인도도 사람들이 붐벼 이동하려면 한 줄로 지나가야 했다. 잠시 걸음을 멈추기만 해도 경찰은 사고 방지를 위해 "가만히 서 계시면 안 됩니다. 이동하세요"라고 안내했다. 해가 지면서 인파는 더욱 늘어났다. 시간이 지날수록 "뒤로 가라고"라고 고함치는 경찰 지시도 들렸다. 식당 인근 상점 앞까지 사람들로 붐볐지만, 정작 상점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상점 입구 주변은 관람석처럼 변했다. 황 CEO를 보기 위해 몰린 시민들은 인근 상점 앞 단차를 발판 삼아 올라갔다. 상점 창문 앞과 출입구 주변은 인파로 가득 찼다. 결국 해당 초상화 가게는 평소보다 4시간 이상 이른 오후 6시에 문을 닫았다. 가게 직원은 "평일 저녁은 오후 8시~9시가 가장 손님이 많다"며 "외국인 관광객 등 손님들이 저녁 먹고 카페 가기 전 들르는 경우가 많은데, 사람이 많고 복잡해서 일찍 닫았다"고 말했다.

인근 가게도 마찬가지였다. 인근 크레이프 가게는 황 CEO를 보기 위해 몰린 시민들이 가게 앞 좌석 위에 올라가면서 직원이 여러 차례 제지해야 했다. 해당 가게 직원은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된다고 말해도 계속 서 있더라"며 "평소 같으면 붐빌 금요일 저녁 시간인데 오히려 손님이 줄었다"고 말했다.


폴딩도어로 문을 터 입구가 넓은 가게 또한 손님을 받기 어려웠다. 해당 소품 가게 직원은 "금요일 저녁부터 메인 장사다. 낮에 장사가 안되면 밤에는 되는 편인데 어제는 구경하는 사람들이 매장 안까지 들어와 동선을 정리하느라 애먹었다"고 했다.
'성지순례' 줄 선 회동장소…수혜는 특정 매장에만

반면, '젠슨 황 효과'의 수혜는 회동 장소에 집중됐다. 황 CEO가 방문한 고깃집 '형님 저요'는 방문 다음 날 오전부터 '성지순례' 방문객들로 오픈런 줄이 만들어졌다. 가장 먼저 입장하기 위해 영업 시작 1시간 30분 전부터 줄을 선 방문객도 있었다. 매장 오픈 시간인 낮 12시가 되기 5분 전, '형님 저요' 오픈런 줄은 바로 옆 카페까지 길게 늘어섰다.

'형님 저요' 입구 맨 앞에서 입장을 기다린 김종현 씨(51)와 권경 씨(47)는 "지난번 깐부회동 때도 찾아갔었다"며 "자신 잘되라고 기운 받으려는 것도 있고, 오면 사진도 찍고 관광 온 느낌이 나서 좋다. 그래서 찾아간다"고 말했다.


특정 매장에만 수혜가 집중되는 현상은 삼성역에서도 확인됐다. 지난 7일 황 CEO는 지난해 '깐부 회동' 장소였던 깐부치킨 삼성점을 다시 방문했다. 이날 또한 가게 앞에 많은 인파가 몰렸지만, 인근 상인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일부 상인들은 "잘된 건 깐부치킨뿐"이라고 말했다.

인근 대형 고깃집 관계자는 "주말에는 백화점이나 코엑스에서 구경하고 넘어오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날은 평소보다 절반으로 줄었다"며 "원래 주말은 만석인데 그날은 만석이 안 됐다"고 했다. 깐부치킨 인근 김밥집 사장님은 "깐부 가게만 잘 된다"며 "주변 가게들이 잘 된다고 하는데 오피스 상권인 것도 있지만 큰 영향 없다"고 설명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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