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추가요구 반영 안해"…이란이 밝힌 '타결 진전' 배경은 [이상은의 워싱턴나우]

입력 2026-06-12 18:18   수정 2026-06-12 18:2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휴전 협정이 임박했다며 조만간 서명식 일시와 장소가 발표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SNS에 이날 저녁으로 예정한 이란 공습과 폭격을 취소했다며 이같이 전했다.

그는 “논의 내용과 최종 쟁점은 개념적인 차원뿐만 아니라 세부 사항까지 미국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튀르키예 파키스탄 바레인 쿠웨이트 요르단 이집트 등을 포함한 모든 관련 당사자의 승인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백악관 행사에서 “우리는 방금 이란과의 전쟁에 관한 위대한 합의를 했다”며 “문서의 최종 조율 단계만 남았다”고 했다. 또 “아주 조만간, 아마 이번 주말쯤 유럽에서 서명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명만 하면 호르무즈 해협이 공식적으로 개방될 것”이며 “이란은 핵무기를 가질 수 없을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CBS 등 미국 매체들은 이르면 이번 주말, 늦어도 다음주 초에는 두 나라가 60일간의 휴전 협정에 서명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에서는 JD 밴스 부통령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되는 서명식을 위해 미 공군 수송기 4대가 선발대와 관련 장비를 싣고 유럽으로 향했다고 악시오스가 보도했다.

이란 측도 전보다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란 혁명수비대 사이버부대는 텔레그램 채널에서 이란 파르스통신을 인용해 “미국이 (기존 입장에서) 후퇴한 것을 고려해 이란 당국이 협정을 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다만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합의안 서명에 대해 “아무 것도 마무리되지 않았다”며 “서명 시간과 장소에 대한 보도도 추측성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바가이 대변인은 합의안의 큰 틀이 마무리됐다면서도 미국이 협상 중 반복적으로 입장을 바꿨다고 덧붙였다.
하르그섬 공격준비는 없었다
미국과 이란이 60일 휴전을 포함한 평화협정 작성에 거의 다가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오는 주말(13~14일) 중 서명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CBS뉴스는 양측이 다음주 초에 의향서(LOI) 또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호르무즈 해협에 묶여 있는 선박들이 조만간 통행을 재개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유가는 급락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하르그 섬을 공격해 이란 석유자원을 갖겠다고 위협했다. 하지만 폭격을 3시간 가량 앞두고 이를 철회하는 SNS 게시물을 올리면서 타결이 임박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NBC방송은 미군이 공습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하르그 섬은 목표에 포함되지 않았다면서 전날과 비슷한 수준의 공격을 반복할 예정이었다고 보도했다.

이란 파르스통신은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를 ‘폭격 앞에 이란이 항복하는 서사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합의가 가깝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오히려 강공을 펼치는 듯한 SNS 글을 올려서 강압으로 승리를 얻어낸 듯이 보이려 했다는 것이다. NBC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하르그섬 공격을 예고했을 때보다 공습 취소를 알리는 게시물을 올렸을 때 미군이 더 큰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파르스통신은 또 약 2주 전 양측의 합의 초안이 거의 최종 단계에 이르렀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여기에 몇 가지 세부사항을 추가하기를 요구"한 탓에 협상이 중단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난 10일 “카타르 팀이 중재자로 나서면서 미국이 새로운 추가 조항 요구에서 후퇴했다”면서 새로운 조항 없이 2주 전 합의한 버전으로 협정을 체결하는 방안으로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이는 이란 측이 요구한 사항인 만큼, 이란 당국이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밖에 없다는 흐름이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협상 상황은 처음부터 우리에게 명확했으며 최종 문서의 대부분이 완성되었으나 미국 측이 입장을 바꿔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MOU의 서명 날짜 발표는 언론의 추측에 불과하다”면서 “최종 결론에 도달하는 즉시 공식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결자산 해제 이견 좁힌 듯
미국 정치매체 액시오스는 이란 동결자산 해제 문제와 관련해 양측의 견해 차가 좁혀졌다고 전했다. 240억달러 규모 동결자산 해제는 이란이 강력하게 주장해 온 핵심 조건이다. 이 중에서 이란은 카타르에 있는 120억달러만이라도 우선 해제해 ‘성의’를 보일 것을 요구해 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먼저 풀어줄 수 없고 이란의 약속 이행에 따라서 단계적으로 고려해 볼 문제라면서 부정적인 태도를 유지했다. 이와 관련한 카타르의 중재안에 양측이 동의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액시오스는 또 60일 휴전 기간 동안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준비하고 핵 프로그램 협상을 어떻게 진행할지에 관해서도 격차가 줄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란이 핵무기를 갖지 않기로 한 것이 합의의 핵심”이라고 강조했으나, 일단 원론적인 수준에서 협정에 서명하고 농축 우라늄 반출 등에 관한 상세 계획은 추후 협상 대상으로 남게 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 트럼프 대통령도 해당 협정문이 상당부분 “개념적”이라고 표현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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