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우주·인공지능(AI) 기업 스페이스X가 미국 나스닥시장 상장 첫날 20% 가까이 급등해 단숨에 세계 시가총액 6위에 올라섰다. 역대 최대 규모인 이번 기업공개(IPO)에는 3500억달러(약 351조원)가 몰렸고, 상장 첫날 거래대금만 840억달러에 달했다.
지난 12일 스페이스X는 나스닥에서 주당 161.11달러로 거래를 마감했다. 135달러인 공모가 대비 약 19.3% 상승했다. 종가 기준 스페이스X의 시총은 2조1000억달러(약 3191조원)에 달한다. 스페이스X IPO 흥행으로 창업자 일론 머스크의 자산은 1조500억달러(약 1594조원)에 이르렀다. 지난해 대만 국내총생산(GDP)보다 많은 것으로, 개인 자산이 1조달러를 넘긴 첫 번째 인물이 됐다.
주문이 몰려 IPO에 참여한 기관투자가의 3분의 1은 스페이스X를 한 주도 배정받지 못하는 촌극이 빚어졌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스페이스X IPO에 참여한 미래에셋그룹도 그중 하나다. 스페이스X는 미래에셋에 공모주 231만 주를 배정한다고 공시했으나 상장 직전 주관사인 골드만삭스가 “배정 물량이 없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창업 후 누적손실 410억弗에도 상장 첫날 750억弗 조달 '흥행'
상장 이전부터 월가에서는 스페이스X의 적정 가치를 놓고 논쟁이 이어졌다. 당장 주당 135달러인 공모가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일반적인 상장 절차에서 필수적인 기업과 주관사의 가격 협상 없이 기업공개(IPO) 참여자들은 스페이스X가 제시한 공모가를 수용할지 여부만 결정해야 했다. 투자은행 그라이프앤코의 로이드 그라이프 최고경영자(CEO)는 “시장 원리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 거래가 아니라 일론 머스크가 원하는 가격에 맞춰진 거래”라고 평가했다. 410억달러에 이르는 창업 이후 누적 손실을 감안하면 공모가부터 부풀려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부분이다.
반면 일각에선 스페이스X가 흥행을 위해 의도적으로 공모가를 낮게 책정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상장 첫날 19% 넘는 주가 상승폭을 감안할 때 공모가가 비싸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CNN은 “IPO 과정에서 공모가를 낮게 책정하는 것은 흔한 일”이라고 전했다.
가장 낙관적인 전망을 제시한 곳은 오펜하이머다. 티머시 호란 애널리스트는 스페이스X에 대해 ‘시장수익률 상회’ 의견과 함께 목표주가 190달러를 제시했다. 자본과 데이터, 대규모언어모델(LLM),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인력을 모두 확보한 사실상 유일한 수직계열화 AI 기업이라는 것이 이유다. 특히 스타링크의 안정적인 현금 흐름과 우주 데이터센터 사업의 잠재력에 주목했다.
뉴스트리트리서치 역시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했다. 피에르 페라구 애널리스트는 목표주가를 165달러로 제시하며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를 약 2조3000억달러로 평가했다.
반면 CFRA리서치는 목표주가 115달러와 함께 ‘매도’ 의견을 제시했다. 키스 스나이더 애널리스트는 현재 주가가 장기 성장 기대를 과도하게 반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스페이스X의 미래 성장 전략이 차세대 대형 로켓인 스타십 개발 성공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타십 개발 과정에서 기술적 문제나 일정 지연이 발생하면 우주 발사 사업은 물론 위성 인터넷과 AI 인프라 사업 전반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운용사도 상장 첫날부터 스페이스X 주식을 담았다. ‘ACE 미국우주테크액티브’ 등이 스페이스X를 편입했다. 다른 운용사는 15일부터 우주항공 ETF에 스페이스X를 편입할 예정이다. 나스닥100 등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상품도 스페이스X를 기계적으로 편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뉴욕=박신영 특파원/전예진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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