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점·구내식당 직원까지…원청 교섭 책임 '무한확장'

입력 2026-06-16 00:24  


앞으로 제조 대기업이 생산 공정 밖 하청업체 노동조합과 단체교섭을 벌여야 할 가능성이 커졌다. 울산지방노동위원회가 15일 국내 대표 제조 기업인 현대자동차가 판매·급식·보안 분야 하청업체 노동자에 대해서도 ‘실질적 지배력을 갖춘 사용자’라고 판단하면서다. 경제계는 특히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인 판매 대리점 소속 ‘카마스터’ 노조의 교섭권을 인정한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직접 계약 관계가 없는데도 사용자성이 인정되면 프리랜서 등의 교섭 요구가 빗발칠 수 있다는 점에서다.
◇특고·플랫폼 근로자도 교섭권
이번에 지노위에서 교섭권을 인정받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금속노조 산하 카마스터노조는 판매 대리점에 소속된 자동차 딜러들이다. 이들은 고정 월급을 받는 현대차 직영점의 정규직 판매 직원과 달리 실적에 따라 수수료를 받는다. 채용과 인사관리 역시 대리점 사업주가 담당한다. 일부 카마스터는 현대차 이외에 다른 브랜드를 취급하는 경우도 있다. 영업 및 근태와 관련해 상당한 자율성이 보장되는데도 이들에 대한 현대차의 사용자성을 인정한 것이다.

이번 판단으로 향후 다른 특고 노조 역시 원청을 상대로 교섭권을 인정받을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 택배기사 등에 대해서는 CJ대한통운 등 원청 기업의 사용자성을 인정한 노동위 및 법원 판단이 축적돼 있다. 양주열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이번 판정은 앞으로 대기업과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사이에 어떤 계약 형식이 존재하더라도 원청의 사용자성을 폭넓게 인정하겠다는 신호로 읽힌다”며 “원청 사용자성 판단의 외연이 특고·플랫폼 노동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내부 급식 하청업체인 현대그린푸드 노조에 대해 현대차의 사용자성을 인정한 것도 원·하청 교섭 범위가 제조 공정 밖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이 하청노조는 구내식당 등에서 근무하는 인력으로 구성됐다. 이날 중앙노동위원회는 한화오션 사내 급식을 담당하는 웰리브 노조에 대해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기도 했다.

이는 고용노동부의 개정 노조법 해석 지침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월 발간한 개정 노조법 해석지침에서 “공장 구내식당 등은 도급 위임 계약상의 일반적 지시권이 인정돼 원청의 하청기업 소속 조합원에 대한 구조적 통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직접적인 생산 원·하청 관계가 아니라 간접적인 지원 협력관계까지 단체교섭의 상대방을 확장하면 단체교섭을 둘러싼 산업 전반의 혼란이 확대될 것으로 우려된다”며 “중노위는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는 판단을 지양하고 해석지침과 엄격한 법적 기준을 근거로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판단을 통해 산업현장의 혼란 확산을 방지해야 한다”고 했다.
◇중노위 재심 판정 줄줄이 나온다
하청 노조에 대한 원청 대기업의 사용자성을 판단하는 중노위 재심 판정이 이번주부터 줄줄이 나온다. 포스코, 인천국제공항공사, 고려아연 등 주요 기업 사건의 재심 판정이 이번주 예정돼 있다. 다음주에도 SK에코플랜트, 현대제철, 현대엔지니어링 등 대기업 사건이 대기 중이다.

하청 노조가 교섭을 신청하고 원청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노조는 일단 지노위에 시정 신청을 통해 사용자성에 대한 1차 판단을 받는다. 지노위 판단에 불복하는 원청 기업이나 노조는 중노위에 재심을 신청할 수 있다. 지난 10일 기준으로 중노위에 접수된 사건은 총 26건이다. 중노위가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면 원청은 행정소송 제기 여부와 관계없이 일단 교섭 의무를 진다. 교섭을 거부하면 부당노동행위가 된다. 이에 따라 앞으로 몇 주간이 노란봉투법 시행에 따른 원·하청 교섭 구도를 가늠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행정소송도 잇따를 전망이다. 중노위 판정서를 송달받은 기업은 15일 안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곽용희/김우섭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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