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는 게 없다"…中, 팔수록 손해인데 멈추지 못 하는 이유 [차이나 워치]

입력 2026-06-17 13:10   수정 2026-06-17 13:44



중국 소비 시장에서 박리다매 구조가 고착화하고 있다. 브랜드 간 가격 경쟁과 저가 대체재 확산으로 평균 판매 가격이 계속 떨어지는 모습이다.

반복적인 가격 인하 경쟁으로 중소 브랜드의 구조조정 압력이 커지고 소비 시장의 질적 개선도 지연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판매량 늘어도…줄어드는 이익

17일 글로벌 컨설팅 업체 베인앤드컴퍼니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화장지·세제·칫솔·치약과 같은 일용소비재(FMCG) 시장은 판매량 증가에도 평균 판매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중국 도시 지역 소비재 판매량은 전년 대비 3.6% 늘었지만 평균 판매 가격은 2.6% 하락했다.

올 1분기 들어서도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했지만 매출은 1.3% 감소했다. 베인앤드컴퍼니와 함께 중국 소비 시장을 분석하고 있는 시장 조사 업체 뉴머레이터는 "중국 FMCG 시장은 소비자의 구매 빈도가 증가하면서 판매량 증가가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면서도 "2021년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전반적인 가격 하락 흐름은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1선 도시 소비자들은 높은 생활비 부담 때문에 가격과 실용적 가치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가성비 대체재를 찾는 소비자의 구매 습관은 1선부터 5선까지 모든 도시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은 "글로벌 브랜드들의 경우 중국 소비 시장에서 성장하려면 품질 대비 가격을 중시하는 수요 체계에 초점을 맞추고 가격 경쟁력이 높으면서도 현지 수요에 부합하는 제품 포트폴리오를 설계해야 한다"며 "저성장, 고변동성 시장 환경에서 회복탄력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업계에선 이같은 박리다매 구조가 기업의 수익성을 갉아먹고 장기적으로 브랜드 투자와 제품 혁신 여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공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소비 회복 역시 양적 성장에만 의존한 채 질적 개선으로는 이뤄지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소비재·AI까지 번진 가격 인하 도미노
인공지능(AI)업계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중국 AI 업체들은 요금을 인하하거나 금전적인 혜택을 내걸면서 경쟁 강도를 높이고 있다.

비용 하락과 모델 성능 격차 축소가 맞물리면서 전기차 시장과 마찬가지로 가격 경쟁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

틱톡의 모회사 바이트댄스는 최근 영상 생성 모델 시댄스 2.0 미니를 출시하면서 가격을 100만토큰당 23위안(약 5150원)으로 설정했다. 인기 모델의 표준 버전 가격의 절반 수준이다. 앞서 바이트댄스는 AI 에이전트 플랫폼 코즈 이용자에게 일부 금액을 돌려주는 판매촉진 캠페인도 진행했다.

딥시크와 샤오미는 모두 지난달 말 이용 가격을 인하했다. 샤오미는 자사 미모 V2.5 모델 가격을 99% 낮췄다.

텐센트는 지난주 자사 토큰허브 플랫폼에서 일부 기존 모델 가격을 인하했다. 자체 모델인 훈위안의 일부 이용 가격은 70%가량 낮췄다. 미니맥스 AI도 새로 출시한 M3 모델 시리즈 가격을 절반으로 낮췄다. 알리바바는 중국 6·18 쇼핑 축제와 연계한 행사를 시작하면서 첸원을 일부 모델을 50% 할인해 제공했다.


미국 AI업계가 오픈AI, 앤스로픽 등 소수 주요 업체 중심으로 형성된 것과 달리 중국 AI업계에는 10곳이 넘는 대형 업체가 포진해 있다. 이 때문에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하고 각 업체 모델 기능도 동질화하고 있다.

업체들이 시장 점유율 확보에 주력하면서 각종 요금 할인과 인센티브 제공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선 중국산 반도체 채택 확대와 AI 스타트업들의 지속적인 최적화로 앞으로 비용이 추가로 낮아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가격 전쟁이 업계 재편을 가속화할 것"이라며 "소규모 업체들은 대형 업체로부터 큰 압박을 받아 결국 시장에서 밀려나고 대형 업체들이 다양한 채널에서 시장 침투력을 더 높여나갈 수 있다"고 예상했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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