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동안 의료폐기물로 분류돼 전량 소각되던 인체유래 지방이 미래 재생의료 산업의 핵심 자원으로 재탄생할 전망이다. 최근 국회 본회의에서 인체유래 지방의 의료적 활용을 허용하는 폐기물관리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관련 기술과 지식재산권(IP)을 선제적으로 확보해온 엘앤씨바이오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회는 지난18일 인체유래 지방을 재활용 금지·제한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담은 폐기물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의료폐기물로 분류돼 대부분 소각 처리되던 인체유래 지방을 향후 의약품 및 의료기기 연구개발과 생산에 활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해당 법안은 공포 후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시행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법 개정을 단순한 규제 완화를 넘어 국내 재생의료 산업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수 있는 역사적 전환점으로 평가하고 있다.
인체유래 지방 세포외기질(ECM)에는 콜라겐, 성장인자, 다양한 기질 단백질 등 줄기세포를 활성화하고 조직 재생 환경을 구성하는 핵심 생체 성분이 풍부하게 존재한다. 그동안 법적 제한으로 인해 활용이 불가능했지만 향후 제도 정비가 완료되면 연부조직 재건, 조직 결손 치료, 재건성형, 흉터 치료, 지방 위축 개선, 재생의료 및 에스테틱 분야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시장에서는 인체조직 기반 재생의학 플랫폼 기업인 엘앤씨바이오에 주목하고 있다. 엘앤씨바이오는 인체 진피 기반 이식재인 메가덤(MegaDerm), 관절연골 치료재인 메가카티(MegaCarti), ECM 스킨부스터 리투오(Re2O) 등을 개발·사업화하며 인체조직 가공 기술과 ECM 플랫폼 기술을 축적해왔다.
또한 약 8년 전부터 인체 지방조직을 활용한 조성물 및 가공기술 연구개발을 진행해왔으며, 관련 국내 특허를 확보하고 미국 특허도 출원한 상태다. 앞서 인체유래 지방조직의 ECM을 활용한 재생의료 소재 ‘메가아디포ECM’ 개발도 완료했다.
이처럼 지방조직 유래 ECM의 재생 잠재력에 주목해 기술과 제품 개발 및 특허 포트폴리오를 선제적으로 구축해온 만큼, 이번 법 개정을 계기로 관련 기술 가치가 본격적으로 부각되고 향후 사업화 가능성 역시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시장 형성 시 선도적인 지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부분은 원재료 확보 구조의 변화다.
기존에는 인체유래 지방이 활용되지 못한 채 폐기 비용만 발생시키는 구조였다. 그러나 향후 제도 정비가 완료되면 폐기될 조직이 고부가가치 재생의료 소재의 원재료로 활용될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 비용을 들여 폐기하던 자원이 미래 바이오산업의 핵심 원료로 전환되는 셈이다. 바이오산업에서 안정적인 원료 확보 능력은 곧 경쟁력이다. 특히 인체유래 조직은 공급 자체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조직 확보 네트워크와 가공 기술, 품질관리 시스템을 이미 구축한 엘앤씨바이오가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방 ECM 기반 재생소재의 활용 범위는 매우 다양하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지방조직 유래 ECM은 안면 함몰 및 노화로 인한 볼륨 감소 개선, 함몰성 흉터 치료, 수술 후 조직 결손 회복, 외상에 의한 연부조직 손상 재건, 유방재건 및 재건성형, 지방위축 질환 치료 등 다양한 의료 영역에 적용될 수 있다.
또한 최근에는 피부 노화 개선, 조직 재생 촉진, 탈모 치료 보조, 창상 치유, 조직공학 및 재생의료 분야까지 연구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지방 ECM은 단순히 공간을 채우는 소재가 아니라 혈관 생성과 조직 재형성을 유도할 수 있는 생체 친화적 미세환경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기존 필러와 차별화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인체 지방조직은 풍부한 세포외기질과 다양한 생물학적 신호물질을 포함하고 있어 향후 재생의료 분야에서 활용 가능성이 가장 큰 인체유래 조직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법 개정을 계기로 재건의학, 정형외과, 상처치료, 에스테틱, 탈모 치료 등 다양한 의료 영역에서 새로운 제품 개발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역시 이러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에서는 인체유래 지방 ECM 기반 재생 플랫폼이 이미 연부조직 재건과 볼륨 결손 치료 영역에서 활용되며 시장성을 입증하고 있다. 할리우드 배우 린제이 로한이 선택한 것으로 알려진 레누바(Renuva) 역시 대표적인 지방조직 기반 재생 플랫폼으로 평가받는다. 단순히 공간을 채우는 필러 개념을 넘어 손상된 조직이 재생될 수 있는 생물학적 환경을 제공하는 차세대 재생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용·재생의료 시장이 '채움(Filling)'에서 '재생(Regeneration)'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필러가 볼륨을 보충하는 시대였다면 스킨부스터는 피부 환경을 개선하는 단계였고, 앞으로는 피부와 지방조직의 ECM 자체를 복원하는 기술이 새로운 시장을 형성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엘앤씨바이오는 리투오를 통해 피부 ECM 플랫폼을 구축한 데 이어 지방 ECM 분야까지 확장할 경우 피부와 지방을 아우르는 통합 ECM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에서는 이를 단순한 제품 확장이 아닌 재생의료 플랫폼의 진화로 평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폐기물관리법 개정의 가장 큰 의미는 그동안 버려지던 인체유래 지방이 미래 재생의료 산업의 핵심 자원으로 전환됐다는 점"이라며 "인체조직 확보, 조직은행 운영, 가공기술, ECM 플랫폼, 특허 포트폴리오를 모두 갖춘 기업은 많지 않다"고 평가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폐기물관리법 개정을 피부 ECM 시대를 넘어 지방 ECM 시대를 여는 출발점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수년 전부터 관련 기술과 특허를 선제적으로 준비해온 기업들에게는 연구개발 성과를 실제 사업화로 연결할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인체 진피 기반 ECM 플랫폼을 상용화한 엘앤씨바이오가 향후 지방 ECM 영역까지 확장에 성공할 경우, 회사는 피부와 지방을 아우르는 세계적인 인체조직 기반 재생의학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유림 기자 youfore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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