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HBM4 누적 매출은 최근 10억달러를 돌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12일 HBM4를 세계 최초로 양산 출하했다. 이달 말 기준으로는 매출 12억달러(약 1조8500억원)를 돌파할 전망이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올해 안에 HBM4 공급량을 빠르게 늘릴 경우 출시 첫 해 매출이 100억달러를 넘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신규 메모리 제품이 양산 첫해 이 같은 수준의 매출을 올리는 것은 이례적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HBM4 매출이 가파르게 뛴 것은 AI 인프라 투자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 올해 HBM 시장 규모는 전년보다 58% 늘어난 546억달러(약 84조1200억원)로 추산된다.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는 올해 세계 반도체 시장이 9750억달러(1501조99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수요를 끌어올리는 축은 그래픽처리장치(GPU)뿐만이 아니다. 글로벌 빅테크가 자체 AI 칩에 주문형 반도체(ASIC)를 채택하면서 HBM 수요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 삼성전자는 GPU 업체와 ASIC 기반 하이퍼스케일러 고객사들에게서 HBM 공급 협력 요청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증권가에서도 브로드컴·구글·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메타 등 ASIC 중심 고객 기반을 확보한 점이 삼성전자의 내년 HBM 출하량을 끌어올릴 요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제품 경쟁력도 갖췄다는 평가다. 삼성전자 HBM4는 베이스 다이에 4나노 선단 공정을 적용했다. 데이터 처리 속도는 11.7Gbps로 업계 표준보다 약 46% 빠르다. 데이터 전송 능력은 이전 세대보다 약 2.7배 높다. 전력 효율은 약 40% 개선됐다.
삼성전자 내부 전략 또한 'HBM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반도체 사업을 맡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은 지난 18일 전영현 DS부문장 부회장 주재 글로벌 전략회의를 통해 HBM3E·HBM4·HBM4E 공급 방안을 논의했다. 올해 회의에서는 HBM 판매 확대, 주요 거래선 대응이 핵심 의제로 다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장기공급계약(LTA) 전략도 점검했다. 삼성전자는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주요 고객사 요청에 따라 메모리 제품 장기공급계약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 고객사와는 이미 계약을 체결했다고 알렸다. 메모리 공급 부족이 심화하면서 엔비디아·AMD·브로드컴·구글 등 주요 고객사를 상대로 한 HBM 공급 전략의 중요성이 한층 더 커진 셈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전 부회장의 회동이 주목받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 부회장은 지난 8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황 CEO와 만난 뒤 "내년부터는 HBM4E와 파운드리 비즈니스, HBM5 등 장기적 협력도 많이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단기적으로는 올해 HBM4와 서버용 저전력 메모리 모듈인 소캠(SOCAMM)을 충분히 공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 루빈'에 HBM4를 공급하고 있다. 베라 중앙처리장치(CPU)엔 저전력더블데이터레이트(LPDDR)5X 기반 SOCAMM2를, 스토리지 영역엔 PCIe 6세대 기반 PM1763을 공급 중이다. 최근엔 HBM4E 샘플 출하를 마치고 엔비디아에 샘플도 제공했다. 전 부회장은 삼성전자가 4나노·8나노 공정에서 엔비디아 자율주행 칩과 액셀러레이터 칩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SK하이닉스도 차세대 제품 대응 속도를 높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8일 HBM4E 12단 샘플을 주요 고객사에 공급했다. 신제품은 핀당 최대 16Gbps 속도를 구현했다. HBM4보다 에너지 효율을 20% 이상 끌어올렸다. 어드밴스드 MR-MUF 공정을 적용해 12단 적층 기준 48GB 용량을 구현했고 열 저항은 HBM4보다 약 17% 낮췄다.
엔비디아 중심의 HBM 수요 확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쟁 구도를 더 선명하게 만들고 있다. 황 CEO는 앞서 방한 기간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여러 차례 만나 SK하이닉스를 "엔비디아의 가장 큰 메모리 파트너"라고 치켜세웠다. 식사 자리에선 "HBM을 더 달라"고 말하면서 공급 확대를 요청하기도 했다.
AI 가속기 수요가 폭증하면서 HBM을 얼마나 많이,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느냐가 반도체 업체들의 경쟁력을 가르는 기준이 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HBM4 매출 10억달러를 조기에 넘어서면서 업계의 시선은 연말 HBM4 매출 100억달러 달성 여부와 HBM4E·HBM5로 쏠릴 전망이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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