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임기 내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추진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정치권 공방도 격화하고 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주권국가로서 전작권을 회수해야 한다"고 주장한 데 비해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자주파의 허세와 환상을 위해 안보를 위험에 빠뜨려선 안 된다"고 맞섰다. ◇ 송영길 "70세 아이가 부모 품에 있는 꼴"
송 의원은 지난 22일 KBC '뉴스메이커'에 출연해 전작권 전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아프가니스탄도 전작권을 자기들이 가지고 있다"며 "우리가 세계 5~6위 군사강국인데 전시작전권을 안 가져온다는 것은 너무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그는 "나이 70세 된 아이를 아직도 부모님이 품에 안고 있는 꼴"이라며 "전시작전권이 없으니까 모든 것을 미국이 만들어준 매뉴얼에 따라 움직이기만 해 언제 전시작전 능력이 성장하겠느냐"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를 들어 아프간 철군이라든지 청해부대 아덴만 같은 거 독자적으로 하니까 잘하지 않느냐"며 "미군의 협력을 받긴 받아야 하지만 우리가 세계 최고의 군대 중 하나인데 스스로 전시작전권 하나 행사하지 못하는 군대가 돼야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송 의원은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때 명나라 진린 제독에게 전시작전권을 다 넘기고 우리가 작전을 주도하지 못했다면 어떻게 명량해전과 노량해전의 성공이 있을 수 있었겠느냐"며 "이순신 장군이 독자적 지휘권을 행사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월남군 파병 사령관인) 채명신 장군이 박정희 대통령의 명을 받고 베트남전에 파병됐을 때 미군과 끝까지 싸운 것이 작전권 문제였다"며 "미군이 시킨 대로 했으면 얼마나 우리 피해가 컸겠느냐"고 했다. 이어 "채명신 장군이 우리 전력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크게 기여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 의원은 "뭐가 그렇게 무서워서 전시작전권을 가져오면 죽는 것처럼 이야기하느냐"며 "마치 노예가 자유를 준다고 그러니까 '아이고 자유는 싫어요, 주인님 밑에서 더 고기 얻어먹고 살겠습니다'라고 하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이어 "전시작전권이라는 것은 누가 전쟁을 개시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이라며 "우리 민족의 운명이 달린 전쟁 수행 개시 여부를 타국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은 안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를 들어 미국이 일방적으로 이번에 이란을 폭격한 것처럼 중국이나 북한에 대해 전쟁을 개시했다면 우리는 작전권도 없다"며 "우리가 원치 않는 전쟁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 한동훈 "자주파 허세와 낭만 위한 조급한 전환"
한 의원은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송 의원 같은 소위 자주파의 허세와 낭만을 위해 조급하게 전작권을 전환시키려 한다는 의심이 강해진다"고 비판했다.한 의원은 송 의원이 언급한 아프가니스탄 사례와 관련해 "가니 정권이 2021년 탈레반에 의해 붕괴된 것을 생각해보면 이상한 비유"라며 "전작권 보유 여부가 아니라 미국의 전략적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파트너의 안보가 얼마나 빠르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주장했다.
송 의원이 청해부대와 아프간 철군 작전을 전작권 전환 근거로 든 데 대해서도 "핵을 보유한 북한과의 전면전 시나리오와는 규모와 성격이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지적했다.
또 채명신 장군 사례와 관련해서는 "한국군이 해외 파병군으로 참여한 상황과 지금의 한미연합사 체제를 비교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지금의 한미연합사는 우리 영토 방어를 위한 양국군의 완전 통합 지휘 체계"라며 "60년 전 베트남 작전권 사례가 오늘 한반도 연합 지휘 체계의 모델이 될 수는 없다"고 했다.
송 의원의 '미국이 전작권을 악용해 우리가 원치 않는 전쟁을 개시할 수 있다'는 주장과 관련해서도 "한미연합사의 지휘 구조에 대한 오해"라고 반박했다. 그는 "연합사령관은 한미 양국 대통령·국방장관·합참의장으로부터 공동 지시를 받는다"며 "미군 대장에게 지휘권을 맡긴 것은 미군 전력을 더 적극적으로 투입하고 한국 방위에 깊게 관여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의원은 "장기적 관점의 전작권 전환 자체에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안보 리스크를 철저히 대비하지 않은 채 명분만 좇아 강행하려는 지금의 전환 시점과 방식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국익이 자주파의 허세와 환상보다 우선"이라고 했다.
◇ 정부는 속도전…미국은 신중론
한편 정부는 전작권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방부는 오는 11월 한미안보협의회(SCM)를 거쳐 연말께 전작권 전환 목표 시점을 한미 정상에게 건의할 방침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19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순방 직후 "주권국가로서 한반도 방위는 우리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고 밝혔다.반면 미국은 신중론을 유지하고 있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 4월 미 의회 청문회에서 "정치적 편의주의가 조건을 앞질러서는 안 된다"고 했고, 지난달에는 "우리가 아직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일을 하도록 떠밀릴 가능성에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말하며 조기 전환 추진에 우려를 나타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최고위 안보 참모를 지낸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지난 18일(현지시간) 한미일 경제·안보 민관 네트워크 '트라이 포럼' 주최 행사에서 "성급한 전환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으며 한미 안보 강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한미 양국의 안보 강화에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전환이 추진돼야 한다"며 "섣부른 전환은 중국·북한·러시아 등 적대국이 악용할 여지를 남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정우 한경닷컴 기자 krse905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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