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은 21일(현지시간)부터 22일 새벽까지 18시간 동안 스위스 루체른의 리조트에서 고위급 1차 회담을 했다. 양측은 60일 내 최종 합의를 목표로 한 종전 로드맵과 함께 호르무즈해협 및 레바논 분쟁 관련 관리 체계를 마련하는 데 합의했다. 중재국 자격으로 협상에 참여한 카타르와 파키스탄은 “고무적인 진전을 이뤘다”며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우라늄 농축 문제 두곤 양측 이견…1차 협상 진전에도 결과 '안갯속'
이날 합의로 파국을 피하고 협상을 진전시킬 동력이 확보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회담에 참석한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은 SNS에 “파키스탄, 카타르의 끈질긴 중재로 레바논 전쟁 종전을 위한 중대한 진전이 마련됐다”고 적었다.
호르무즈해협 안정을 위한 소통 채널 구축에 합의한 것을 두고서도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 이스마일 바가이 이란 협상단 대변인은 회담 뒤 자국 국영 방송에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상선의 안전한 통항을 목적으로 사고와 오판을 방지하기 위해 당사국 간 채널을 구축했다”며 “미국과 합의했으며 이는 중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호르무즈해협 통항의 불확실성은 낮아졌다. 미국 에너지부에 따르면 17일 종전 MOU 체결 이후 19일 선박 55척, 20일 67척이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했다. 협상에선 이란의 석유 수출에 필요한 허가 발급과 동결자금 해제 방안도 논의됐다. 아라그치 장관은 이날 “이란의 석유 및 석유화학 제품 수출 제재가 풀리고 봉쇄가 해제됐다”며 “일부 동결자금 해제와 함께 이란을 위한 대규모 재건·개발 계획이 가동됐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국제 유가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날 오전 배럴당 82달러까지 오른 8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오후 들어 배럴당 80달러 밑으로 내려갔고, 8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도 장중 배럴당 75달러대까지 하락했다. 인도 리서치 회사 SS웰스스트리트의 수간다 삭데바 대표는 “원유 수요 증가세가 완만한 가운데 글로벌 공급 여건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1차 회담의 진전에도 향후 결과는 ‘장담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란 핵 문제는 후속 협상의 가장 큰 난제로 꼽힌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우라늄 농축 권리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말조심하라”고 받아칠 정도로 양국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어서다.
액시오스에 따르면 미국은 회담에서 핵 협정을 중심으로 역내 안보 현안을 함께 논의하고 있다. 양국은 고농축 우라늄 처리, 농축 중단 기간, 핵시설 해체, 국제사회 검증 체계 등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날 공동성명에서 핵 관련 언급은 없었다. 미국·이란은 중재국과 함께 이번주 실무급 회담을 이어가기로 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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