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해각서(MOU) 체결 이후 스위스에서 열린 첫 후속 협상에서 미국과 이란이 합의 도출에는 성공했으나 향후 협상 과정에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은 핵합의 타결이, 이란은 자금 확보가 절실한 상황에서 각자 자신들에게 유리한 결과를 집중 부각하고 있다.
이란의 핵심 핵보유 저지 방안 등 중대 쟁점들은 여전히 해결 과제로 남은 가운데, 미국의 원유판매 제재 면제 조치가 시행되면서 이란은 경제적 압박에서 일단 숨통을 틔우게 됐다.
미국 측 협상 수석대표인 JD 밴스 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이란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의 입국을 허용하기로 했다고 밝히며 이를 "미국인을 위한 중대한 이정표"라고 강조했다.
밴스 부통령은 "이것이 정확히 우리가 요구했던 결과"라며 타 영역에서도 진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협상 기한(60일)을 두고 미국 내에서 야당 등을 중심으로 '항복 회담'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자, 첫 후속협상부터 핵사찰 부문의 성과를 내세워 조기 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이 향후 핵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주요 무기 사찰을 수용하는 데 동의할 것이라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다"며 힘을 실었다.
그러나 이란 측은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새로운 약속을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란은 2015년 핵합의 당시 사찰을 허용했으나 2018년 미국의 핵합의 탈퇴 이후 사찰을 제한해 왔으며, 지난해 미국의 핵시설 공격 이후에는 사찰을 사실상 중단한 상태다.
양국이 이번 회담에서 호르무즈 해협 및 레바논 관련 분쟁 관리 체계를 마련하는 데 뜻을 모은 점은 성과로 꼽힌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충돌로 협상 모멘텀이 훼손되지 않도록 갈등완화 기구를 설치하고, 호르무즈 해협 내 오판 방지를 위한 연락선을 구축하기로 했다.
다만 이 같은 조치가 핵심 의제 논의를 비껴간 '방어적 합의'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양측이 더욱 까다로운 사안을 해결하는 대신 이미 해결됐어야 할 주제들을 조율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평가했다.
미국이 이란산 원유 제재를 60일간 해제한 것은 이란에 실질적인 소득이다.
미국은 이번 조치를 통해 이란의 유화적 대응을 유도하는 한편, 이란의 동결자금이 해제될 경우 해당 자금으로 미국산 농산물을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국 농가 실익과 이란의 민생 안정을 동시에 겨냥한 포석이지만, 이란이 자금 용처 제한을 수용할지는 불투명하다.
궁극적으로 고농축 우라늄 처리와 농축 중단 등 핵심 비핵화 쟁점의 타결 가능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NYT는 "MOU에 따른 60일의 기간은 이란의 핵개발 야욕이라는 본질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며 "IAEA 사찰단 복귀만으로는 핵문제 해결과 여전히 거리가 멀다"고 분석했다.
박상경 한경닷컴 기자 highse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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