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탄에서 막상 집을 알아보다 보니 가격이 너무 많이 올라 엄두가 안 나더라고요."(동탄 집 매수를 알아보던 30대 직장인 장모씨)경기 화성시 동탄신도시는 오랫동안 수도권 신혼부부의 '로망'으로 꼽혔습니다. 서울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신축 아파트에 거주할 수 있고 공원과 학교, 학원가 등 교육·생활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어서입니다. 삼성전자 화성·기흥 사업장과 가까운 직주근접 입지 역시 강점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동탄 부동산 시장에서는 조금 다른 이야기가 나옵니다.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정작 젊은 실수요자의 진입장벽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때 신혼부부와 어린 자녀를 둔 가족이 모여들던 도시가 이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자산을 갖춘 수요자만 접근할 수 있는 시장으로 변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3일 아파트 종합정보 플랫폼 호갱노노에 따르면 이달 셋째 주(15~21일) 기준 방문자 수가 가장 많았던 단지는 경기도 화성시 동탄구 여울동 '동탄역 롯데캐슬'이었습니다. 한 주 동안 4만7238명이 다녀갔습니다. 동탄을 대표하는 이 단지는 최근 수개월째 전국 상위권 관심 단지에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는 가격 때문입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동탄역롯데캐슬 전용면적 84㎡는 지난 4일 22억2500만원에 손바뀜했습니다. 지난 4월 18억2000만원에 거래된 이 면적대는 불과 2개월 만에 4억500만원이 뛰었습니다. 이 단지 전용 84㎡ 호가는 26억원까지 치솟은 상황입니다.
윤기원 동탄역윤대장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성과급 발표 이후 문의가 많고 거래도 이뤄졌다"며 "성과급이 아직 나오지도 않았지만 이미 집값에 반영된 상태로 본다"고 귀띔했습니다. 이어 "다만 최근엔 가격이 너무 오르면서 관망세가 짙어졌다"고 부연했습니다.

동탄 집값이 오른 것은 반도체 기업 호황에 따른 기대감 때문입니다. 삼성전자와 가까운 입지는 동탄 성장의 핵심 동력이었습니다. 삼성전자 화성캠퍼스와 기흥캠퍼스, 평택캠퍼스 종사자가 꾸준히 유입되면서 실수요 기반이 두텁게 형성됐습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산업 확산에 따른 반도체 업황 회복 기대까지 더해졌습니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 개통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동탄역에서 서울역까지 이동 시간이 크게 줄면서 서울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됐습니다. 과거에는 '서울에서 먼 신도시'라는 인식이 있었지만, 이제는 수도권 남부 핵심 거점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동탄이 원래 젊은 세대가 가장 선호하는 신도시 중 하나였다는 점도 가격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요인입니다. 동탄2신도시는 계획 단계부터 젊은 가족을 겨냥해 조성됐습니다. 대규모 공원과 학교, 학원가, 상업시설을 함께 배치했고, 비교적 넓은 도로와 신축 아파트 중심의 주거 환경을 갖췄습니다. 동탄호수공원과 여울공원, 센트럴파크 등은 지금도 동탄의 대표적인 장점으로 꼽힙니다.
문제는 동탄의 성공이 새로운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최근 시장에서는 동탄역세권 대신 남동탄이나 동탄1신도시, 오산, 병점 등을 대안으로 찾는 수요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동탄역세권 주요 단지 가격이 너무 빠르게 오른 탓입니다.
동탄 공공분양 단지 모델하우스에는 신혼부부 특별공급과 생애최초 특별공급 수요가 대거 몰리고 있습니다. 기존 아파트 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워진 젊은 실수요자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공공분양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입니다.
동탄 내부에서도 양극화는 뚜렷합니다.
동탄역롯데캐슬과 이른바 '우·포·한'이라고 불리는 아파트는 줄줄이 신고가를 쓰고 있습니다. '동탄역 시범우남퍼스트빌' 전용면적 84㎡는 이달 18억원을 넘어섰고, '동탄역시범한화꿈에그린프레스티지'와 '동탄역시범더샵센트럴시티' 전용 84㎡도 각각 17억원, 16억원을 뚫었습니다. 일부 상승 흐름이 동탄 전역으로 퍼져가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역세권과 거리가 있는 단지의 상승 폭은 제한적인 상황입니다.
전문가들은 동탄이 '신혼부부 도시'에서 '고소득 전문직 도시'로 변하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정보현 NH투자증권 Tax센터 부동산 수석연구원은 "동탄은 GTX와 반도체 산업이라는 강력한 성장 동력을 확보한 대표적인 신도시"라며 "과거엔 신혼부부가 적당한 가격에 진입할 수 있었던 곳이라면 지금은 여느 서울 못지않은 고소득 전문직 도시가 됐다고 봐도 무리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그는 "서울 집값이 모두 오르는 게 아닌 것처럼 동탄도 GTX 역세권을 중심으로 가격이 높은 수준으로 형성되고 동탄 외곽으로 나갈수록 상승 여력이 제한되는 '양극화 시장'이 조성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습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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