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 비싸서?"…韓 청년들 알바로 못 쓰는 '뜻밖의 이유'

입력 2026-06-24 06:00   수정 2026-06-24 07:35


서울 강북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A씨는 요즘 일할 사람을 못 구해 고민이다. 통상 대학 기말고사가 끝나고 종강 시즌이 되면 아르바이트(알바) 지원생이 늘어났는데, 최근엔 외국인 유학생 아니면 40대 이상 중장년층만 문을 두드리기 때문이다. A씨는 “대학가 장사라 가급적 젊은 사람을 쓰고 싶은데 선택지가 많지 않다”며 “언어 소통이 힘든 외국인을 써도 될지 걱정”이라고 했다.

반면 서울 명륜동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B씨는 네팔 출신 유학생 3명을 종업원으로 쓰고 있다. 한국어도 유창한 데다 친구 소개로 들어와 성실하기까지 하다. B씨는 이제 한국인 알바생이 그만두면 네팔 알바생에게 소개해 줄 친구가 있는지부터 물어본다.

국내 서비스업 알바 시장의 무게 중심이 내국인에서 외국인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이미 제조업·건설업 분야에선 외국인력이 핵심 인력이 된 지 오래지만, 편의점·카페·음식점·유통매장 등 전통적으로 한국 청년 알바생이 담당하던 일자리에도 내국인 지원자가 줄어들면서 외국인이 이를 대체하고 있다. 문제는 정부 외국인력 정책의 중심축인 고용허가제(E-9)가 여전히 제조업·농축산업·건설업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는 점이다. 이런 탓에 서비스업 현장의 인력 수요를 감당할 제도적 통로가 부족해 ‘유학생’이 ‘비공식 인력 공급망’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국인 채용 공고 88.3% 급증
23일 구인구직 전문 포털 알바천국이 올해 1~5월 알바 시장을 분석한 결과 전체 알바 채용공고 수는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알바 지원 건수는 무려 21.8%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외국인 지원 가능 채용 공고는 전년 동기 대비 88.3% 폭증했다. 전체 공고 증가율(2.3%)의 약 38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특히 청년층이 많이 일하는 유통·판매 분야는 무려 417.4% 증가했고 서비스업은 210.0%, 외식·음료업은 79.0% 늘었다.

외국인 알바에 대한 사업주의 거부감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 사업주 14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외국인 알바생을 현재 고용 중이거나 과거 고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44.2%였다. 지난해 37.9%보다 6.3%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반면 외국인 고용 경험이 전혀 없다는 응답은 55.7%로 1년 전보다 6.3%포인트 하락했다. 고용 만족도도 높았다. 외국인 알바생을 고용한 경험이 있는 사업주의 54.9%가 만족한다고 했다. 만족 이유로는 장기간 근무(45.2%), 성실한 근무 태도(38.7%) 등을 꼽았다.


외국인 알바 채용에서 눈길을 끈 것은 임금이다. 외국인을 쓰는 이유가 낮은 임금 때문이라는 통념과 달리 응답자의 87.1%는 동일한 근로조건이라면 내국인과 같은 임금을 지급한다고 답했다. 내국인보다 적게 준다는 응답은 9.7%에 그쳤다. 외국인에게 지급하는 시급도 67.7%가 최저임금 수준이었다. 최저임금보다 높게 준다는 응답은 29.0%였고 최저임금 미만은 3.2%에 불과했다. 외국인 채용을 늘리는 것이 ‘인건비 절감’보다는 ‘인력 확보’에 가깝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서비스업 외국인, 유학생이 절반
주목할 만한 부분은 서비스업 외국인 인력 중 상당수가 유학생이라는 점이다. 알바천국이 운영하는 외국인 알바 플랫폼 K-HIRE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등록 외국인 회원 가운데 유학생(D-2)이 34.4%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일반연수생(D-4)도 20.2%로 두 비자를 합치면 54.6%에 달해, 외국인 구직자 2명 중 1명 이상이 학업을 목적으로 체류 중인 인력이었다. 재외동포(F-4)가 13.8%, 결혼이민자(F-6)가 6.3%, 영주권자(F-5)가 5.7%, 방문취업(H-2)이 3.2%로 뒤를 이었다. 과거 서비스업 외국인 노동력이 소위 ‘중국동포 이모님’ 등 재외동포 및 방문취업 비자 소지자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유학생과 어학연수생이 대세로 자리 잡은 모양새다.

하지만 제도는 이런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8만 명 규모의 고용허가제 외국인력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대부분 제조업과 농축산업, 건설업 등 E-9 고용허가제 대상 업종에 집중돼 있다. 지난해 고용허가제 서비스업에는 3000명이 배정됐지만 정작 입국한 외국인은 519명에 불과했다. 정부는 이를 토대로 올해 서비스업에는 지난해보다 2000명 줄어든 1000명을 배정했다.

서비스업에서 고용허가제 활용률이 저조한 이유는 현행 제도가 장기 고용을 전제로 한 생산직 노동력 공급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서비스업 분야는 인력 수요 예측이 어려운 데다 상황에 따라 빠른 인력 충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고용허가제 서비스업의 허용 업종과 업무가 지나치게 제한적인 것도 문턱으로 작용하고 있다. 반면 외국인 유학생은 주당 근로시간 제한만 잘 지킨다면 웬만한 서비스업종에서는 직무 제한 없이 유연하게 근무할 수 있다. 결국 서비스업 사업주는 대학과 어학당이 공급하는 유학생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서비스업형 고용허가제 필요
서비스업 인력난 해소를 위해서는 제조업 중심으로 설계된 고용허가제를 서비스업 특성에 맞게 개편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현재 주방보조 등에 한정된 고용허가제 업무 범위를 홀서빙 등으로 확대하고, 사업장 이동 규제를 완화한 뒤 사업장과 인력 매칭 속도를 끌어올리는 ‘서비스업형 고용허가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미 외식업과 숙박업 현장의 핵심 인력으로 자리 잡은 외국인 유학생에 대해서는 취업·체류 규제를 합리화해 제도권 인력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일본은 2019년 특정 기능 비자를 도입해 외식업·숙박업의 서빙과 접객 업무까지 허용하며 외국인력을 활용하고 있다. 실제 일본 외식업계는 특정 기능 인력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쿼터 소진으로 신규 수용이 중단될 정도로 제도가 정착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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