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중국 항저우에서 만난 40대 초반 중국 동포 A씨는 “최근엔 중국 정부의 한국인 무비자 정책 덕분에 한국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가이드로 전업했는데 벌이가 좋다”며 이같이 말했다.
국내 외국인력 시장의 한 축을 담당해온 A씨와 같은 중국 국적 재외동포 인구가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신규 유입은 줄고 기존 체류자는 고령화하면서 재외동포 인력 공급 구조가 근본적인 전환점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법무부가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재외동포(F-4) 비자 소지자 중 중국 국적자는 올해 1월 기준 38만5771명으로 집계됐다. 중국 국적 F-4 체류자는 2020년 35만461명에서 2021년 35만3654명, 2022년 35만6508명, 2023년 37만6803명, 2024년 38만9544명으로 꾸준히 증가하다가 지난해 38만6149명으로 처음 감소한 뒤 올해도 감소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 동포는 전체 F-4 체류자 55만3830명의 약 70%를 차지하는 최대 집단이지만 그동안 국내 노동시장의 대표적인 외국인 인력 공급원 역할을 해온 중국 동포 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는 평가다.
중국 동포 인구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은 우선 신규 유입 축소다. 중국 동포의 대표적인 입국 경로인 방문취업(H-2) 비자 체류자는 2020년 15만2565명에서 올해 1월 8만288명으로 47.4% 급감했다. 특히 H-2 비자에서 F-4 비자로 전환하는 인원도 크게 감소했다. 2020년 3만5105명, 2021년 3만5870명에 달했던 전환 인원은 2023년 1만8396명으로 떨어졌고 지난해에는 1만5278명까지 감소했다.
과거에는 중국 동포들이 H-2 비자로 입국해 일정 기간 근무한 뒤 F-4 비자로 전환해 장기 체류하는 경로가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이 같은 공급 흐름이 약화됐다.
재외동포 비자 소지자들의 고령화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전체 F-4 체류자의 평균 연령은 2020년 51세에서 올해 53세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60세 이상 체류자는 17만1019명에서 23만9520명으로 40% 증가했다. 전체 F-4 체류자의 43.2%가 60세 이상이다. 반면 젊은 층은 줄어들고 있다. 20~29세 F-4 체류자는 2020년 3만8349명에서 올해 2만9413명으로 감소했고, 30대 역시 9만6136명에서 7만5988명으로 줄었다.
전문가들은 재외동포 노동시장 구조 변화의 배경으로 중국의 경제 성장과 생활 수준 향상, 한중 임금 격차 축소 등을 꼽는다. 상하이에서 만난 중국 동포 B씨는 “중국에서도 연변 등 동북 지방 출신은 일을 야무지게 잘한다는 이미지가 있다”며 “중국 동포들이 중국 각지로 흩어지면서 정작 연변에는 중국 동포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동포 중심이던 재외동포 구성도 점차 변화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 국적 F-4 체류자는 2020년 1만2643명에서 올해 2만9666명으로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카자흐스탄 국적 동포도 같은 기간 5531명에서 1만5349명으로 세 배 가까이로 늘었다. 중앙아시아 고려인 동포들이 새로운 재외동포 인력 공급원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한 노동시장 전문가는 “과거에는 중국 동포이 한국 외국인력 시장의 가장 안정적인 공급원이었지만 이제는 신규 유입보다 고령화 속도가 더 빠르다”며 “외국국적 동포 정책도 중국 중심에서 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동포 사회로 범위를 넓혀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중국 항저우·상하이=곽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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