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사실상 공식화하면서 사업은 이제 ‘구상’ 단계를 지나 ‘실행’ 단계에 섰다. 그러나 기업 입장에서는 지원금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실질적인 리스크는 여전히 존재한다. 클러스터의 성공 여부는 단순한 인프라 확보를 넘어 수천개의 미세 공정이 단 1%의 오차도 없이 24시간 내내 정밀도를 유지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호남 반도체 공장 신설의 경제성을 판가름할 5대 핵심 쟁점을 짚어봤다.
빛그린국가산단 등 선택지 많아
고순도 공정 적합도 따져봐야
광주는 상대적으로 첨단 3지구 인근의 장성호와 영산강, 용연정수장 등을 활용해 팹 운영에 필요한 용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 하지만 물의 ‘양’보다 중요한 것은 ‘질’이다. 반도체는 나노미터(㎚·1나노는 10억분의 1m) 회로를 새기는 초미세 공정인 만큼 수질도 보장돼야 하기 때문이다. 황철성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는 “팔당댐 수질을 활용하는 수도권 대비, 영산강의 수질이 고순도 공정에 적합한지 꼼꼼하게 따져보는 검증 작업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전력 불안정 보완할 ESS 필요
이런 상황에서 전력 자립도 197%(전남 기준)를 기록 중인 호남은 팹 유치의 최적지로 꼽힌다. 전력을 타지역으로 보내야 하는 영남권과 달리 호남은 신재생에너지와 원전을 기반으로 잉여 전력이 풍부하다.
하지만 양적 우위 이면에는 전력의 불안정성이라는 난제가 있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날씨와 계절에 따라 발전량 변동이 커 미세한 전압 변화조차 허용하지 않는 반도체 공정에 치명적일 수 있다.
김진수 한양대 자원환경공학과 교수는 “재생에너지의 출력 변동성을 보완할 전력망과 저장 인프라 구축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업계에선 ESS(에너지저장장치) 확충과 송전망 보강, LNG 발전 등 기저 전원과의 연계가 병행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아산탕정 실패 사례 되풀이 안돼
업계에서 우수 인력이 내려갈 수 있는 심리적 마지노선은 경기 ‘평택·이천’으로 꼽힌다. 과거 삼성디스플레이가 충남 아산 탕정에 대규모 산업 단지를 구축할 당시 우수 인력이 지방 이주를 꺼려 고전했던 실패 사례도 있다.
이를 타개할 해법은 시장 논리에 따른 ‘충분한 보상’과 편의 시설 등 정주 여건 조성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성과급 등 확실한 유인책이 지속 제공되고, 정주 인프라가 결합하면 우려만큼 이탈률이 높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반도체 호황기 시절의 대규모 성과급 잔치를 경험해 본 엔지니어들에게 확실한 보상은 훌륭한 락인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부장 100여곳 동반진출 해야
김채연/강해령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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