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극심한 변동성 공포에 휩싸였다. 지난 23일 유가증권시장(코스피)이 하루 만에 10% 가까이 폭락한 '검은 화요일'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사흘 만에 '검은 금요일'이 재연되며 시장을 공황 상태로 몰아넣은 것이다. 한 주에 전 종목 매매 거래 일시 중단 조치인 서킷브레이커가 두 번이나 발동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6일 오후 12시10분 코스피에 서킷브레이커(20분간 매매 중단)가 발동했다. 서킷브레이커는 직전 매매거래일 대비 지수가 8% 이상 하락한 상태가 1분간 지속될 때 발동한다.
이날 코스피는 1%대 하락 출발했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투톱'을 중심으로 매도 압력이 거세지면서 낙폭이 커졌다. 이에 오전 11시12분께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 효력정지)가 발동했다. 이후에도 좀처럼 시장이 진정되지 않으면서 지수는 서킷브레이커와 함께 한때 8100선까지 후퇴하기도 했다.
코스피에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것은 올해 들어서만 벌써 5번째다. 역대 총 11번의 서킷브레이커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올해 집중됐다. 특히 지난 23일 지수가 910포인트 넘게 폭락한 '검은 화요일' 이후 사흘 만에 또다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국내 증시 출범 이후 한 주에 서킷브레이커가 두 차례나 발동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에선 반도체 대형주를 중심으로 매도 폭탄이 이어지며 국내 증시 역사상 가장 파괴적인 일주일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누적 코스피 사이드카 발동 횟수 역시 29회를 기록해 과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기록(26회)을 이미 한참 넘어서며 매일이 위기 상황임을 방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국내 대표 인공지능(AI) 메모리 수혜주인 SK하이닉스의 주가 변동성이 그 어느 때보다 극심하다. 이날 SK하이닉스는 장중 전일 대비 10% 넘게 내린 260만원까지 떨어졌다. 전날까지만 해도 SK하이닉스가 장중 15.78% 오른 298만8000원까지 치솟으며 '300만닉스'를 코앞에 뒀던 것과는 상반된 흐름이다.
SK하이닉스가 급락한 가장 큰 이유는 지금까지 너무 급하게 오른 탓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올해 들어 SK하이닉스의 주가와 20일 이동평균선 간 이격도는 -1 표준편차~+2 표준편차 사이를 오갔다. 하지만 시가총액 1위 탈환 당시에는 8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이격도가 +2 표준편차에 도달했다.
주가가 단기간에 가파르게 오르면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질 가능성이 커진다. 실제로 올해 들어 SK하이닉스 주가는 평소에는 최근 20일간의 평균 주가(20일 이동평균선)를 기준으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움직였다. 하지만 시가총액 1위에 오른 당시에는 8거래일 연속 상승하면서 주가가 평소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치솟았다.
이를 숫자로 나타낸 것이 '이격도'다. 이격도는 현재 주가가 최근 평균 주가보다 얼마나 높거나 낮은지를 보여주는 지표인데, 당시에는 통상적인 변동 범위를 넘어 '+2 표준편차' 수준까지 올라갔다. 이는 최근 평균 주가와의 거리가 평소보다 크게 벌어졌다는 의미로, 시장에서는 단기적으로 상승 속도가 지나치게 빨랐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이후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주가가 평균선에 가까워지는 방향으로 조정이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투자자들의 심리를 반영하는 일명 '한국형 공포지수'인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도 통제 불능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 VKOSPI는 검은 화요일 직후 장중 한때 97.78까지 오르며 역대 최고 수준을 갈아치웠고 이날도 93을 웃돌았다. 지수가 90을 넘었다는 것은 이미 시장 참여자들이 향후 주가 예측을 포기하고 극도의 패닉 상태에 빠졌음을 의미한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 이틀 동안 코스피가 급반등하는 과정에서 반도체만 독주했다"며 "이날은 독주한 반도체 관련주에서 차익실현 물량이 출회했고, 반도체가 편입된 패시브 수급도 이탈하면서 대부분 업종에 걸쳐 매도 압력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