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상승에 ‘달러 쟁이기’

입력 2026-06-27 15:23  


국내 거주자 외화예금이 대기업의 수출대금 유입 영향에 두 달 연속 증가했다. 다만 기업들이 확보한 달러가 외환시장에서 원화 환전으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고환율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6년 5월 중 거주자 외화예금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외국환은행의 거주자 외화예금 잔액은 전월 말보다 15억 7000만 달러 증가한 1122억 5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지난 4월 85억 1000만 달러 늘어난 데 이어 두 달 연속 증가세를 이어간 수치다. 다만 전월과 비교해 전체적인 증가폭은 다소 축소됐다.

통화별로는 미 달러화 예금이 전월 대비 22억 4000만 달러 늘어난 955억 6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전체 증가세를 주도했다. 반면 엔화와 유로화 예금은 각각 6억 9000만 달러, 2억 8000만 달러 감소했다.

예치 주체별로는 기업과 개인의 움직임이 엇갈렸다. 기업예금은 한 달 새 25억4000만 달러 증가한 974억2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달러화 예금이 29억4000만 달러 늘어나며 증가를 이끌었다. 반면 환차익 실현에 나선 개인예금은 9억6000만 달러 줄어든 148억3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개인의 달러화 예금도 7억 달러 감소했다.

문제는 이처럼 기업의 외화예금이 늘고 있음에도 환율 안정으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통상 수출 기업이 확보한 달러를 국내 시장에서 원화로 환전하면 달러 공급이 늘어 원화 가치가 지지된다. 그러나 최근 대기업들은 미국 현지 공장 증설 등 해외 투자 수요에 대비하고 환율 추가 상승 기대 속에 달러를 그대로 보유하는 성향이 강해졌다.

실제로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중 1549.5원까지 치솟으며 1550원 선을 압박했다. 외국인의 자금 이탈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미 투자가 활발한 주요 반도체 기업들을 중심으로 외화를 원화로 바꾸기보다 달러화 예금으로 보유하려는 기조가 뚜렷해진 탓이다. 정부가 환율 방어를 위해 수출대금 조기 환전을 독려하고 있으나, 글로벌 기술주 변동성 등 대외 리스크가 해소되기 전까지는 기업들의 달러 선호 현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세은 인턴기자 seni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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