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다시 뜨는 '철학과'

입력 2026-06-27 15:24   수정 2026-06-27 15:52



몇 년 전만 해도 인문·예술 전공 학생들에게 ‘취업하려면 코딩을 배우라’는 조언은 흔했다. 하지만 인공지능(AI) 시대에 접어들면서 철학적 사고가 새로운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뉴욕연방준비은행이 발표한 미국 대학 졸업생 취업 통계 조사 결과, 2024년 기준 컴퓨터공학 전공자의 실업률은 7%에 달한 반면 철학 전공자의 실업률은 5.1%에 머물며 더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루치아노 플로리디 예일대학교 철학과 교수는 “학부생들은 졸업 전부터 테크 기업으로부터 입사 제안을 받고 있으며, 대학 철학과 교수와 연구진들도 실리콘밸리로 대거 이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철학적 사고는 AI의 오류를 줄이는 방식으로 쓰이고 있다. AI 모델에 질문을 반복하며 스스로 모순을 찾게 하는 ‘소크라테스 문답법’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모델은 아첨 성향이 줄고, 사실에 기반해 답변하는 경향이 강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 딥마인드의 수석 철학자 이아손 가브리엘은 이 같은 접근으로 AI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할루시네이션(거짓 답변) 현상을 크게 줄였다고 밝혔다.

AI 윤리 기준을 설계하는 데도 철학이 활용되고 있다. 실리콘밸리 AI 기업들은 철학 체계를 바탕으로 AI의 해동 규범을 통제하는 ‘AI 헌법’ 구축에 나서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앤트로픽은 올해 1월 자사 AI 모델 ‘클로드’를 통제하기 위한 78페이지 분량의 새로운 AI 헌법을 공개했다. 이는 수석 철학자 아만다 아스켈이 주도했으며, 임마누엘 칸트의 도덕 철학과 유엔 세계인권선언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일부 직원들은 이 문서를 클로드의 ‘소울 닥(Soul Doc·영혼 문서)’이라고 부르고 있다.

다만 AI가 도덕적 판단을 맡는 과정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루이빌대학교 AI 이론가 로만 얌폴스키는 “인간의 도덕성은 역사적으로 불안정하고 문화적으로 변하며 조작되기 쉽다”며 “AI가 윤리적 판단을 대신할 경우 인간이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을 잃는 ‘도덕적 무력화(Moral deskilling)’ 현상을 경고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일상 속 윤리적 판단이 필요한 상황에서 명확한 답을 내리기는 여전히 어렵다며 “실직을 걱정하는 코더(Coder)들과 달리 실리콘밸리에서 철학자들의 일거리는 당분간 마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승주 인턴기자 seungju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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