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 끝나자마자 '당근'으로…요즘 예비부부들의 '부케' 활용법

입력 2026-06-27 07:43  

촬영 끝나자마자 '당근'으로…요즘 예비부부들의 '부케' 활용법

서울 서초구 고속터미널 조화시장이 예비부부들 사이에서 부케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수십만원대 생화 부케 견적에 부담을 느낀 예비부부들이 조화나 자체 제작을 통해 준비하려는 흐름이 나타나면서다. 저렴한 가격에 원하는 분위기의 부케를 맞출 수 있다는 점도 온라인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 사진 한 장에 맞춤 부케 '뚝딱'
지난 25일 고속터미널 조화시장 한 매장. 손님이 휴대전화에 저장한 부케 사진을 건네며 "웨딩 촬영용 부케를 만들고 싶은데 이런 느낌으로 가능할까요?"라고 묻자 사장은 대답 대신 질문을 시작했다.

"키는 어느 정도예요?", "드레스가 아이보리예요, 흰색이에요?", "실내 촬영이에요, 실외 촬영이에요?"

촬영 장소와 드레스 색, 체형에 따라 어울리는 꽃 종류와 크기, 색감이 달라진다는 설명이었다. 사장은 조화를 여러 개 꺼내 길이를 맞추고, 꽃대를 돌려가며 모양을 잡았다. 마지막으로 리본을 감자 30분 남짓 만에 촬영용 부케가 완성됐다.
◇ "4개 제작했는데 10만원" 온라인 입소문
이같은 조화시장이 주목받는 이유는 가격과 접근성이다. 서울 시내 중심에 있는 만큼 방문이 용이하고, 원하는 부케 사진을 보여주면 비슷한 색감과 형태로 제작해주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별도 공임비 없이 꽃값과 리본값만 지불하면 간단한 촬영용 부케는 3만원 안팎에도 맞출 수 있다.

온라인에는 고터 조화시장에서 촬영용 부케를 맞췄다는 후기가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메인 부케와 신랑 부토니에, 서브 부케까지 4개를 했는데 10만원도 들지 않았다"는 후기부터 "주말 낮에 갔더니 3시간을 기다렸다", "오픈런을 했는데도 앞에 세 팀이 있었다"는 경험담도 적지 않다. 원하는 사진을 미리 정리해 전화로 제작 가능 여부를 묻거나, 촬영 콘셉트와 드레스 색을 미리 알려주는 것이 좋다는 팁도 공유된다.

한 조화매장 사장은 "웨딩촬영 성수기였던 5월까지는 정말 바빴다"며 "전화 주문에 웨이팅까지, 몸살이 날 정도로 일이 밀렸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성수기가 지나 조금 덜해졌지만, 여전히 사진을 보여주고 비슷하게 만들어달라는 손님들이 있다"고 했다.
◇ 50만원 웃도는 가격에 셀프 제작까지
실제 생화 부케 가격은 촬영 하루를 위한 소품으로 보기에는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최근 웨딩촬영을 마친 30대 이모 씨는 처음 받아든 부케 견적서에 적힌 금액을 보고 멈칫했다. 메인 부케와 서브 부케, 신랑 부토니에 2개를 포함한 비용이 50만원을 넘었기 때문이다.

이 씨는 "드레스나 스튜디오 비용만 생각했는데 꽃값도 만만치 않았다"며 "여유가 됐다면 직접 부케 만들기에 도전했을 것 같다. 주변에서도 셀프 부케나 조화 부케를 알아보는 친구들이 많다"고 말했다.

꽃값 오름세도 부케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화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24일까지 aT화훼공판장 절화 도매 평균가격은 일부 부케 소재 품목에서 전년보다 올랐다. 장미는 한 속에 7348원으로 전년 동기 6327원보다 약 16% 상승했고, 작약과 라넌큘러스는 각각 22% 안팎 올랐다.

해당 가격은 도매 평균가다. 여기에 소매 유통 마진과 제작·디자인비, 리본 등 부자재, 예약 인건비와 배송비까지 더해지면 소비자가 실제 내야하는 금액은 더 높아진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직접 꽃시장으로 향하는 예비부부들도 있다. 고속버스터미널 꽃시장에는 꽃을 한 단씩 들고 색감을 맞춰보는 20·30대 손님들이 눈에 띄었다. 큰 박스째 꽃을 사 가는 상인들과 달리 이들은 촬영용 부케나 서브 부케에 쓸 꽃을 소량으로 골랐다.

한 손님은 휴대전화 화면에 저장한 부케 사진을 꺼내 보이며 "이런 느낌으로 만들려면 어떤 꽃을 사야 하느냐"고 물었다. "이 색이 사진에 잘 나올까요", "이 꽃이랑 같이 묶으면 너무 튈까요" 같은 질문도 이어졌다.

생화시장 한 상인은 "시장에 들어서는 눈빛이나 걸음걸이만 봐도 처음 온 사람인지 보인다"며 "집에 꽃꽂이하려고 오는 사람도 있지만, 열에 하나 정도는 부케를 만들려고 발품을 파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 촬영 후에는 중고거래로 가성비 챙기기
다만 생화 셀프 부케는 손이 많이 간다. 생화는 상태 유지가 중요해 촬영 직전에 꽃을 사고 직접 묶어야 한다. 줄기 정리와 리본 마감까지 해야 하는 데다 드레스와 메이크업, 이동 일정까지 챙겨야 하는 촬영 전날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비용은 줄이되 제작 부담은 덜 수 있는 조화 부케가 대안으로 떠오른 이유다.

조화 부케는 재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가성비 웨딩 수요와 맞물린다. 생화처럼 시들 걱정이 없어 촬영 전 미리 준비할 수 있고, 촬영 뒤에도 형태가 유지된다. 스튜디오 촬영뿐 아니라 데이트 스냅, 제주 스냅, 셀프 웨딩 스냅 등에도 다시 활용할 수 있다.

현장에서도 이런 흐름은 확인됐다. 이날 매장을 찾은 한 예비부부는 "당근마켓에서 이 집 부케를 중고로 샀는데 추가로 필요한 꽃이 있어 왔다"고 말했다.

다만 본식 부케는 생화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여전히 강하다. 하객 앞에서 직접 들고 입장하는 만큼 생화 특유의 질감과 향, 색감을 중시하는 예비부부가 많다. 조화·셀프 부케로의 대체는 촬영용 부케와 서브 부케, 부토니에처럼 사진에 담기는 소품 위주로 이뤄지는 추세다.

한 웨딩업계 관계자는 "몇 년 전만 해도 한 번뿐이니 아끼지 않고 하려는 성향이 강했다면, 최근에는 줄일 수 있는 건 줄여보려는 예비부부들이 많다"며 "웨딩 비용이 매년 비싸지면서 손품·발품이 늘었다"고 말했다.

김희선 한경닷컴 기자 gimme_s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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