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사망자 속출하는데…파리 한복판 인공폭포 만든 루이뷔통

입력 2026-06-29 15:03   수정 2026-06-29 15:07

폭염에 사망자 속출하는데…파리 한복판 인공폭포 만든 루이뷔통

프랑스 파리가 최고 40.9도에 육박하는 기록적인 폭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이 패션위크 행사를 위해 대형 인공 폭포를 설치했다가 현지 유통가와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지난 26일(현지시간) 영국 인디펜던트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루이비통의 모기업 LVMH는 파리 시내 주거 단지에 8m 높이의 수중 구조물을 세워 수자원 낭비 및 공공장소 사유화 논란에 불을 지폈다. 기후 위기 속에서 하이엔드 브랜드가 상업적 이익을 위해 공공재를 과도하게 사용한다는 지적이다.

해당 구조물은 세계적인 팝 가수 겸 디자이너 퍼렐 윌리엄스의 '2027 봄·여름(SS) 남성복 컬렉션'을 유치하기 위해 모래 런웨이 뒤편에 조성됐다.

무대가 설치된 장소는 매년 1만 2000여 명의 대학생이 거주하는 대규모 기숙사 단지인 '시테 위니베르시테르' 내부 공간이다. 대다수 프랑스 지역이 40도를 웃도는 극심한 무더위와 가뭄 우려에 직면한 시점이어서, 이 같은 호화 연출은 즉각 지역 정치권과 시민들의 공분을 샀다.

악화하는 여론에 LVMH 측은 즉각 해명을 내놨다. 브랜드 측은 "전시용 팝업에 동원된 용수는 파리 시정부의 급수망에서 조달한 것"이라며 "사용된 물 전량은 자체 폐쇄 루프 시스템을 거쳐 고스란히 도시 하수망으로 다시 방류되었기에 한 방울의 자원도 낭비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단지 측 역시 루이비통의 재정 후원이 정부 보조금 삭감으로 인한 적자를 메우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내부 거주자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기숙사 투숙객들은 매달 정상적인 임대료를 지불하고 있음에도 패션쇼 보안 통제 때문에 일상 시설 이용에 심각한 제약을 받았다고 하소연했다. 현지의 한 대학생은 사태를 두고 "우리가 처한 열악한 주거 환경과 루이비통이 과시한 극단적인 부의 장벽을 동시에 마주하니 완전한 패러독스를 느낀다"고 전했다.

멜로디 토놀리 파리 부시장은 "시민 소통 없이 진행된 공공시설의 사유화 조치와 통행 제한에 대중이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특히 사상 최악의 더위 속에서 이 같은 과시형 디스플레이를 강행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처사"라고 날을 세웠다.

실제로 현재 파리를 비롯한 프랑스 전역의 기후 상황은 위기 단계에 도달했다는 분석이다. 최근 파리의 6월 기온은 역대 최고치인 40.9도까지 치솟았으며, 온열 질환 환자가 급증해 응급 의료 체계가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에 앞서 프랑스 당국 역시 역대 가장 더운 날로 기록된 지난 23일 이후 사망자 수가 가파른 증가 추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공중보건청(SPF)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망자는 모든 원인을 통틀어 1200명 이상으로 집계됐으며, 25일과 26일에는 하루 1400명 이상의 사망자가 속출했다. 지난 4월과 5월의 일평균 사망자가 900명에서 1000명 안팎이었던 것과 대조하면 24일 이후 사흘 동안에만 대략 1000명의 추가 사망자가 대거 발생한 셈이다. 이 같은 인명 피해 증가는 폭염 적색경보가 내려진 파리 등 수도권과 북서부 노르망디, 브르타뉴, 중서부 루아르, 남서부 보르도 등지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이에 따라 당국은 공공장소 음주 금지령을 내리고 성소수자 축제인 프라이드 행진의 일정 변경을 권고하는 등 비상조치를 가동 중이다.

루이비통은 2023년에도 퍼렐 윌리엄스의 데뷔 무대를 위해 파리의 고서적 유적지 인근 다리를 전면 통제해 공공 영역 독점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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