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최대 14억달러 규모의 주식을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주요 기업에 대규모 개인 투자금을 운용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해충돌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암호화폐 사업을 비롯해 부동산, 주식 매각 등을 통해 최소 22억달러의 소득을 신고했다.
공시 자료를 분석한 결과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한 해 동안 2만2000건 이상의 주식 거래를 했다. 전임자인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주식 거래가 4년간 13건에 그친 것과 대조적이다.
거래는 대체로 시장지수를 추종하는 방식으로 이뤄졌지만 포트폴리오에는 정부 정책의 영향을 직접 받는 미국 대표 기업들이 대거 포함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엔비디아 주식 6700만달러, 마이크로소프트(MS) 7000만달러, 애플 6300만달러, 브로드컴 2100만달러, 아마존 3300만달러어치를 각각 매수했다.
특히 엔비디아는 트럼프 대통령이 공식 행사에서 31차례, 소셜미디어에서 19차례 언급한 기업이다. 반도체 생산과 관련한 국제 협상의 핵심 기업이기도 하다.
공시에는 암호화폐 판매와 밈 코인 로열티 수입 등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자산 구조가 크게 바뀐 사실도 담겼다. 관련 수입은 총 11억6000만달러에 달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정부윤리청 청장을 지낸 월터 쇼브는 FT에 “투자 자산을 직접 통제하지 않는다고 해서 이해충돌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해충돌은 해당 자산을 처분해야만 해소된다. 자산을 계속 보유하는 한 정부 정책에 따라 투자 가치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2025년 연례 공직윤리 보고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암호화폐 산업 관련 이해관계도 상세히 보여줬다. 트럼프 행정부는 바이든 행정부 시절 도입된 암호화폐 규제를 완화하고 주요 암호화폐 기업들을 상대로 한 소송을 종결했다.
공시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가족이 운영하는 암호화폐 기업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의 토큰 판매를 통해 5억2680만달러를 벌었다. 또 ‘셀러브레이션 코인’과 체결한 라이선스 계약으로 6억3500만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현재도 약 9억달러 상당의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 토큰 157억5000만개를 보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승리 이후 게리 겐슬러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을 친 암호화폐 성향의 폴 앳킨스로 교체했다. 이후 SEC는 코인베이스 등 주요 암호화폐 기업들과 진행 중이던 소송을 취하하거나 합의했다. 이들 기업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기금과 백악관 연회장 건립 사업에도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외 부동산 개발사업 라이선스 수수료로도 5800만달러 이상을 벌어들였다. 지역별로는 두바이에서 최소 1170만달러, 인도에서 1000만달러 이상, 아부다비 1000만달러, 사우디아라비아 920만달러, 도하 525만달러, 루마니아 부쿠레슈티 500만달러, 베트남 500만달러를 각각 벌어들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해충돌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내 투자 자산은 내가 대화조차 하지 않는 대형 금융기관들이 운영하고 있다”며 “주식시장이 오르고 있기 때문에 나도 돈을 버는 것이고 모두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애나 켈리 백악관 대변인도 “대통령과 가족은 지금까지 이해충돌에 관여한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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