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계약은 지난 3월 호주 퀸즐랜드주에서 수주한 1425억원 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 프로젝트에 이은 대규모 수주다. 효성중공업은 호주 송전시장에서 초고압 변압기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빅토리아주를 비롯해 퀸즐랜드, 뉴사우스웨일스,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 등 호주 주요 지역 대부분에 초고압 변압기를 공급하고 있다.효성중공업의 호주 진출은 조현준 효성 회장의 전략적 승부수였다. 조 회장은 “호주는 풍부한 재생에너지와 넓은 국토를 바탕으로 장거리 송전망 수요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시장”이라며 “단순한 전력 설비 공급 업체를 넘어 호주의 에너지 정책에 솔루션을 제공하는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호주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전환에 따른 송전망을 확충하기 위해 200억호주달러(약 31조원) 규모 국가 전력망 재정비 사업을 추진 중이다. 효성중공업 관계자는 “장거리 송전에 특화한 초고압 직류송전(HVDC)과 정지형무효전력보상장치(STATCOM) 등 차세대 전력망 솔루션으로 협력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초고압 부문 강자인 HD현대일렉트릭이 중저압 시장으로도 눈길을 돌린 것은 이 때문이다. 이 회사는 최근 글로벌 빅테크와 북미 데이터센터용 전력 인프라 장기 공급 계약을 맺었다고 이날 공시했다. 계약 규모는 총 1조1212억원에 이른다. 2029년 1월까지 여러 번에 걸쳐 구매 계약이 체결될 예정이다.
이번 수주의 핵심은 기존 주력 수출품인 고압 전력기기(5673억원) 못지않게 50㎸ 이하 중저압 배전기기(5539억원) 비중이 절반에 달한다는 것이다. HD현대일렉트릭은 전력기기와 배전기기를 패키지로 묶어 설계 정합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글로벌 빅테크의 까다로운 품질 기준을 통과했다고 설명했다.
전력기기 3사는 직류 방식에서 미래 사업 기회를 찾고 있다. 현대의 전자기기 대부분은 직류를 사용하는데, 전력망은 교류(AC)로 구성된 ‘미스매치’ 때문이다. 전력망을 직류로 바꾸면 불필요한 전력 변환 과정을 줄여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LS일렉트릭은 이날 세계 최초 100% 직류 배전 공장인 ‘천안 DC팩토리’를 준공하며 차세대 기술 표준 선점에 나섰다. 이곳에선 수랭식 냉각 기술을 적용한 차세대 ESS 전력변환장치(PCS)인 ‘G2’를 100% 직류 전력 기반으로 생산한다. 교류 방식 대비 전력 소모를 10% 이상 절감할 수 있다. 채대석 LS일렉트릭 대표는 “천안 DC팩토리는 100년 넘게 이어진 교류 중심의 전력 패러다임을 직류로 전환하는 역사적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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