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수뇌부를 향한 보수 성향 단체들의 고발이 이어졌다. 서민민생대책위원회(서민위)는 이날 오전 서울경찰청에 협회 회장과 스포츠공정위원회 관계자 등을 강요 및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서민위는 고발장을 통해 "선수들이 미성년자이고 구호에 악의적 의도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대학 입시를 앞둔 고등학교 3학년 주전 선수들에게까지 징계를 적용해 장래에 지장을 초래한 것은 불합리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자유대한호국단도 이날 오전 서울경찰청에 비슷한 취지의 고발장을 접수할 예정이다. 정치권에서도 가세했다. 국민의힘 김문수 전 대선후보 캠프 상근부대변인 출신인 김혜지 전 서울시의원은 조롱성 응원의 잘못은 인정하면서도 "하반기 모든 대회의 출전 기회를 박탈한 것은 협회의 명백한 권한 남용"이라며 고발하겠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날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협회의 징계를 두고 "과도하고 폭력적"이라고 일제히 비판했다. 배재고 정문 앞에는 징계 처분을 규탄하는 화환과 보수 단체의 응원 화환이 동시에 들어서는 등 혼란에 휩싸였다.

이번 사태는 지난달 29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81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광주일고와의 경기에서 발단이 됐다. 당시 배재고 야구부 일부 학생들은 상대 더그아웃을 향해 대규모로 "스타벅스 가야지"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는 최근 스타벅스 코리아의 '5·18 탱크데이' 이벤트 논란을 빗댄 조롱성 발언으로 해석돼 거센 비난을 받았다. 이에 협회 스포츠공정위는 지난 1일 긴급회의를 열고 배재고 야구부에 대해 '전국대회 출전정지 6개월'이라는 중징계를 확정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조국혁신당 강경숙 의원이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배재고 야구부 방문 점검 결과 보고' 자료에 따르면 배재고는 문제의 구호를 선창한 학생 2명의 생활교육위원회 회부를 결정했고 동조 학생을 추가로 회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배재고 학생회가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아이디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슬로건인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를 본뜬 'make_paichai_great_again'으로 사용하는 사실이 알려졌다.
학생회 공식 계정이 특정 정치 성향의 구호를 무분별하게 차용했다는 지적이 쏟아지자 학교 측은 해당 계정을 급히 삭제했다.
이를 두고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외교적 실익을 위한 정부의 활용과 달리, 청소년들이 아무런 비판 의식 없이 극우 성향의 조롱 문화를 단순한 유희나 놀이처럼 소비하고 있다는 비판을 내놓았다.
교육계는 충격과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광주일고 선수들과 광주 시민에게 고개를 숙이며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은 관내 학교운동부를 대상으로 차별·혐오 표현 근절을 위한 긴급 교육을 실시하고 역사 및 스포츠윤리 교육을 강화하기로 했다.
교원단체들도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과 교사노동조합연맹 등은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태는 청소년 사이에 '일베식 혐오 문화'가 이미 깊숙이 침투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라며 "교사의 생활지도권을 보장하고 범정부 차원의 시민역사교육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피해 당사자인 광주일고 총동창회 측은 성명을 내고 협회의 단호한 조치를 반기면서도 "우리의 목적은 학생의 나락이 아닌 교육과 정의의 회복"이라고 입장을 전했다.
배재고 측은 직접 사과 의사를 전달했으나 광주일고 측은 학생들의 안정을 이유로 방문을 재고해달라고 답한 상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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