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사기' 태영호 前의원 장남, 8억여원 배상 확정

입력 2026-07-05 16:19  


국회의원 아들이라는 신분과 경찰 신변보호 인맥을 내세워 거액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된 태영호 전 국회의원의 장남이 피해자에게 8억여 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30부(부장판사 김석범)는 피해자 A씨가 태 전 의원의 장남 태모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태씨는 A씨에게 8억6700여만 원과 이에 대한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태씨 측이 항소하지 않으면서 이 판결은 지난달 24일 확정됐다.

법원이 책정한 배상액은 A씨가 건넨 전체 금액 중 이자 명목으로 이미 돌려받은 액수를 제외한 전액이다.

A씨는 2024년 5월께 태씨로부터 스테이블코인 환전 사업을 제안받고 이자 수익을 보장하겠다는 말에 11억원 상당의 현금과 가상자산을 건넸다.

그러나 태씨는 실제 가상자산 사업에 투자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으며, 태씨가 본격적으로 경찰 수사를 받기 시작한 2024년 9월께에야 A씨는 편취당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과정에서는 태씨가 탈북자 출신 국회의원 아들이라는 특수한 처지와 경찰과의 친분 등을 기망행위에 활용한 정황이 인정됐다.

태씨는 A씨가 차용 관계나 변제 능력을 확인하려 하자 가족관계증명서와 가족사진을 제시하며 "자칫하면 진짜 터질 수 있고 그때는 저도 어찌 못하고 아빠한테 죽는다"고 압박했다.

또한 "저희 다 끼고 합니다. 경찰까지", "안보과 과장님이 문제 되면 도와준대요", "우리 가족 한국 왔을 때 우리나라에서 제일 강한 형사들로 신변보호팀이 구성됐다" 등의 문자 메시지를 보내며 신뢰를 쌓은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피고는 탈북자 출신 국회의원 아들로서 경찰의 신변 보호를 받았거나 일부 경찰과 친분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사정을 원고를 속이는 데 활용했고, 기망행위와 피해자의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명확히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한편 태씨는 A씨를 포함한 지인 7명으로부터 가상자산 대리 투자 명목으로 총 14억여 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로 지난 5월 구속기소돼 형사 재판을 받고 있다.

부친인 태 전 의원은 관련 논란이 확산하자 2024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맏아들 문제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대단히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박상경 한경닷컴 기자 highse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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