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직의 역할과 책임이 모호해지고 있다. 외부 환경 변화가 너무 빠르다.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적용은 단위 조직(팀)의 경계를 넘나든다. 보다 효율적으로 일하기 위해 사전에 정해 놓은 팀의 역할과 책임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최근 여러 회사의 팀장들을 많이 만난다. 팀장으로서 고민을 나누고 해법을 찾는 과정에서 흔히 나오는 고민이 있다.
“어느 팀이 맡아야 할지 모호한 일이 많이 생긴다. 그런데 대부분 팀이 기존에 정한 역할과 책임을 근거로 맡지 않으려고 한다. 이걸로, 제가요, 왜요라고 묻는 구성원을 설득하기도 어렵다. 막상 일을 맡게 되면 다른 팀의 협업을 이끌어내기가 어렵다. 결국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책임만 지게 된다.”
지난 수십 년간 경영 시스템을 잘 갖춘 전통 기업일수록 역할과 책임의 모호성에 대한 고민이 깊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우선 오너십을 분명하게 정한다. 담당 팀이 모호한 일이 생기면 상위 조직의 리더도 고민이다. 어느 팀이 맡을지 팀 리더의 의견을 듣는 것도 부담이다. 그렇다고 팀 간의 협업을 통해 잘 진행하라고 지시하면 곤란하다. 이럴 때는 하나의 팀을 정하는 것이 좋다. 오너십을 분명하게 정하지 않으면 서로 눈치만 보고 일이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
어느 한 팀을 정했다면 팀장들이 모이는 회의 자리에서 일의 진행 사항을 확인하고 아주 작은 진전에도 인정의 메시지를 주는 것이 좋다. 역할과 책임이 모호한 과제를 맡으면 특별한 관심과 인정이 따른다는 메시지다. 그러면 이후에 비슷한 상황에서 자발적으로 일을 맡고자 하는 팀이 생길 수도 있다.
스마트(SMART)하게 도움을 요청한다. 어느 한 팀에 오너십이 정해졌다면 해당 팀장은 이제 여러 팀의 도움을 받아 일을 진행시켜야 한다. 여기서부터가 문제다. 대부분의 팀은 바쁘다고 한다. 한번 물어봐도 좋다. 모든 팀에 “현재 인력의 여유가 있나요”라고 물으면 아마 단 한 팀도 나오지 않을 것이다.
상위 조직의 리더가 나서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안타깝게도 상위 조직의 리더는 더 바쁘다. 전사적으로 영향력이 큰 과제가 아니면 직접 나서기가 쉽지 않다. 결국 오너십을 가진 팀이 직접 다른 팀의 도움을 요청하고 도움을 받아내야 일이 진행된다. 이때 조금 더 스마트(SMART)하게 도움을 요청하는 방법이 있다.
먼저 구체적(Specific)으로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말해야 한다. 그리고 상대 팀이 공감할 수 있는 의미(Meaningful)를 설명해야 한다. 그런 다음 상대가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Actionable) 알려 주는 것이 좋다. 그리고 상대가 들어줄 수 있는 현실적인 요청인지(Realistic) 확인하고 반드시 기한(Time-bound)을 정해두는 것이 좋다.
대체로 도움을 요청할 때 무엇을 언제까지 도와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왜 도움을 줘야 하는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는 상대방이 알고 있을 것으로 짐작해서 말하지 않는다. 왜 도움을 줘야 하는지는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는 보다 빠르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왜, 어떻게’를 분명하게 말하는 습관을 들여 보자.
그런데 스마트하게 도움을 요청해도 도움을 주기 어렵다는 답을 들을 때도 있다. 이런 경우 상대 팀으로부터 ‘Yes’를 듣는 3가지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활용해 보자.
우선 3가지 커뮤니케이션 스킬에 앞서 커뮤니케이션의 대전제를 살펴보자. 커뮤니케이션은 대부분 무엇인가 얻기 위해 시작한다. 내 생각을 잘 전달하든 상대방의 행동 변화를 원하든 내가 원하는 것이 있어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그런데 커뮤니케이션의 결과는 상대방이 결정한다. 아무리 잘 이야기해도 상대방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뿐이다.
따라서 원하는 것을 얻는 커뮤니케이션이 되려면 먼저 상대방에게 맞춰 줘야 한다. 그런 다음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 ‘맞춰주고, 맞춰주고, 이끄는 것(Pace, Pace, Lead)이 커뮤니케이션의 대전제다. ‘Yes’를 듣는 3가지 커뮤니케이션도 마찬가지다. 상대방에 맞춰주는 것부터 출발한다.
스마트하게 도움을 요청해도 도움을 받기 어렵다면 먼저 상대 팀의 손에 잡히는 ‘실리 제시’를 해보자. 상대방이 공감할 수 있는 의미를 나의 관점이 아니라 상대방 관점에서 이야기하는 것이다. 지금 해야 하는 과제의 중요성보다 상대 팀이 도와주었을 때 얻을 수 있는 것을 우선 생각해 보자.
예를 들어 과제 진행 상황을 보고할 때 상대 팀과 함께 보고하거나, 상대 팀이 직접 보고하도록 기회를 넘겨 상사로부터 인정받게 하는 방법이 있다. 그리고 상대 팀의 성과에도 도움이 되는 점을 찾아서 이야기할 수도 있다. 가령 새로운 캠페인을 위해 디자인 팀의 도움을 받는 상황이라고 해보자. “캠페인을 통해 고객의 반응이 좋으면 디자인 팀의 성과로 보고하겠다. 고객 반응 데이터를 활용해 디자인의 품질을 재점검할 수 있는 기회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런데 ‘실리 제시’를 했음에도 도움을 받기 어렵다면 다음 단계로 실행 가능한 ‘대안 마련’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디자인 팀이 실제로 많이 바쁜 상황이면 기존의 디자인 시안을 활용해 보완하는 것을 제안할 수 있다. 그리고 기존 디자인 시안을 활용해 직접 디자인을 해볼 수도 있다. 빠르게 캠페인을 진행해야 하는 담당 팀의 상황과 바쁜 디자인 팀의 상황을 모두 고려하는 것이다.
이처럼 새로운 ‘대안 마련’을 할 때 제안보다는 의견을 묻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렇게 하면 좋겠어요”라고 제안하면 “그렇게 해보세요”라는 영혼 없는 답을 들을 수도 있다. 그러면 진행 과정에 상대 팀이 관심을 가질 가능성은 낮다. 반면에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요”라고 물어보면 상대 팀이 의사결정에 참여하게 되고 진행 상황에 관심을 갖게 된다.
그런데 ‘대안 마련’에도 도와줄 기색이 없다면 마지막으로 시도해 볼 방법이 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상대 팀의 ‘속내 터치’다. 겉으로는 바쁘다고 하는데 사실은 팀 구성원의 불만이 가득한 경우가 있다. “우리는 매번 도움만 주는 팀인가요? 우리 팀은 언제 도움을 받나요? 팀장님은 우리 편을 들어 주셔야죠.” 다른 팀을 도와주면서 쌓인 불만이 상대 팀 리더를 압박하면 상대 팀 리더는 좋은 대안에도 머뭇거릴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상대 팀의 어려운 점을 우리 팀이 도와주는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 상대 팀의 어려운 점을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도움을 받을 가능성은 높아진다.
대부분의 팀에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속내가 있다. “우리 팀의 입지가 더 커지면 좋겠다. 급하다고 받아주면 계속 요청할 거야, 고생만 하고 티는 안 나는 거 아냐, 새로운 일을 경험해야 성장도 하지” 등 무수히 많다.
그런데 상대 팀의 속내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평소에 상대 팀의 상황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살펴봐야 한다. 만약 상대 팀의 상황을 숨김 없이 이야기해 줄 동료가 있다면 가장 좋다. 평소 특별한 일이 없을 때 다른 팀의 리더나 구성원과 비공식적인 만남을 가지면 도움이 된다. 그리고 팀 리더라면 최소한 자신의 팀이 도움을 받는 팀과 도움을 주는 팀의 리더와는 자주 만나는 것이 좋다.
내외부 환경의 빠른 변화에 대응하다보면 어느 팀이 해야 할지 애매한 일이 생긴다. 이때 우리 조직의 역할과 책임이 아니라는 이유로 회피하지 말자. 어쩌면 여러 팀의 일을 동시에 경험하면서 더 큰 성장을 할 수 있는 기회일 수도 있다. 팀 리더라면 오너십을 분명하게 하고 스마트하게 도움을 요청해보자. 그 과정에서 ‘실리 제시’, ‘대안 마련’, ‘속내 터치’와 같은 Yes를 얻어 내는 커뮤니케이션 스킬도 활용해보자. 그러면 역할과 책임이 모호한 상황에서도 성과를 내고 더 큰 조직의 리더로 성장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김용우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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