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인간을 바보로 만들까

입력 2026-07-08 21:00   수정 2026-07-08 21:15


새로운 기술이 인간을 멍청하게 만들 것이라는 경고는 늘 있었다. 1970년대에는 계산기가 그랬고 2008년에는 구글 크롬이 그랬다. 매번 세상은 무너지지 않았다. 그런데 인공지능(AI)만은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생각하는 일’ 자체를 통째로 대신해주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생성형 AI가 인간의 비판적 사고를 퇴화시킨다는 연구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 미국 카네기멜런대 연구팀이 약 1200명에게 수학 문제를 풀게 했더니 AI를 쓰는 동안에는 정답률이 90%에 육박했다. AI를 거둬가자 이들의 정답률은 AI를 써본 적 없는 집단보다 낮게 주저앉았고, 문제를 아예 포기하고 건너뛸 가능성도 높아졌다.

창의성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조지타운대 연구진이 대학 지원서 37만여 건을 분석한 연구에서 AI로 작성한 글은 표현이 더 세련됐지만 새로운 아이디어가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AI가 뇌의 인지적 몰입을 낮출 것이라는 연구도 나왔다. 지난해 6월 나탈리야 코스미나 매사추세츠공대(MIT) 신경과학자가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챗GPT로 에세이를 작성한 사람은 AI를 이용하지 않은 집단보다 글을 쓰는 동안 뇌가 덜 활발하게 움직였다. 이후 챗GPT 없이 다시 글을 쓰게 했을 때도 과제에 충분히 몰입하지 못하는 양상을 보였다.

AI 의존이 사고를 무디게 하는 배경에는 ‘인지적 항복’이 있다. 이는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연구팀이 만든 용어로, 사람들이 AI의 판단을 검토하지 않고 자신의 판단처럼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애덤 그린 조지타운대 심리학과 교수는 “구글은 내가 찾으려고 생각한 것을 검색하도록 도와주지만 AI는 그것을 찾을 생각 자체를 대신 한다”고 말했다.

다만 AI를 사용한다는 사실 자체보다 AI를 어떻게 활용하는지가 더 중요한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6월 스톡홀름대와 홍콩대 연구진이 중국 학생 2만7000여 명을 분석한 결과 똑같이 AI를 사용해도 이전만큼 충분한 시간을 들여 공부한 학생은 학습 손실이 크지 않았다. 스스로 씨름하고 헤매는 과정은 지키면서 AI를 활용해 사고를 한층 깊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건 스스로 하되 AI는 완성된 결과물을 반박·검증하는 ‘지적 스파링 상대’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미리 기자 mirimi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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