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자충수 될 것"…보완수사권 폐지에 분노한 변호사 [정치 인사이드]

입력 2026-07-09 19:35  

"민주당 자충수 될 것"…보완수사권 폐지에 분노한 변호사 [정치 인사이드]



더불어민주당이 검찰의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를 추진하는 가운데 친여 성향 법조계 인사 사이에서도 수사 공백과 정치적 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찰의 부실 수사나 내부 비위를 바로잡을 장치가 약화할 수 있는 데다 향후 민생 사건 피해가 발생하면 야권에 반격의 명분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이른바 '광주 여고생 살해 사건'으로 불리는 장윤기 사건에서 경찰의 증거인멸·수사 무마 의혹이 불거지면서 보완수사권 폐지 논쟁도 다시 달아오르고 있는 분위기다.
◇ 친여 변호사도 "한동훈 대권 퍼즐 끼워주는 격"
친여 성향으로 분류되는 검사 출신 김규현 변호사는 최근 페이스북에 "보완수사권 폐지 → 장윤기 사건 같은 것 더 자주 생김 → 민생수사 마비 → 한동훈 등장 → 한동훈 유력 대권주자 등극"이라고 적었다.

김 변호사는 한 의원이 안경을 고쳐 쓰는 모습과 특유의 끊어 말하는 화법을 연상시키듯 "(안경을 고쳐 쓰며) '여러분, 제가, 이렇게, 된다고, 여러 번, 경고, 하지, 않았습니까? 왜, 민주당은, 매번, 범죄자, 편을, 드는, 겁니까?'"라고 적었다. 보완수사권 폐지 이후 수사 공백이 현실화하면 한 의원이 이를 민주당 책임론으로 몰아 정치적 반사이익을 얻는 장면을 표현한 것이다.



김 변호사는 "왜 남의 당 좋은 일을 그리 열심히 하는지. 어둠의 친한계 뭐 그런거냐"라고 반문했다. 그는 "보완수사권 완전폐지는 국민의힘, 특히 한동훈의 대권플랜 1단계 퍼즐을 민주당 스스로 끼워주는 격"이라며 "국민의힘도 검찰도 보완수사폐지를 진심으로 막으려 하지 않는다. 반대하는 시늉만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래야 국민 피해가 발생하고 그걸 집권 여당 책임으로 몰 수 있고 자기들이 부활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보완수사권 폐지가 민주당의 정치적 자충수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 변호사는 검찰개혁을 보완수사권 폐지 여부로만 판단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사개시권 폐지와 공소심의위원회, 한국형 대배심, 재정신청 제도 개혁, 경찰 수사구조 개혁, 자치경찰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실질화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진보 변호사 단체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대다수가 보완수사권 완전폐지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이 회원 403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67%가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일부 또는 전부 존치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민변은 "검찰의 권한 집중을 통제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수사 지연 등으로 인해 피해자 보호가 소홀해져서는 안 된다는 우려는 서로 대립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국회는 수사와 기소의 분리라는 시대적 과제를 실현하면서도, 형사사법 절차 속에서 시민의 권리가 확실히 보장될 수 있도록 정밀한 제도를 만드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장윤기 사건에 폐지론 다시 도마

장윤기 사건은 경찰이 송치한 사건을 검찰이 보완수사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의혹이 드러난 사례다. 검찰은 피의자 장윤기의 현직 경찰관 부친이 아들의 휴대전화와 물품을 가져가 폐기한 정황을 포착했다.

사건을 담당한 경찰 수사팀장이 주요 증거를 확보하지 않고 감식 영상 삭제를 지시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검찰은 보완수사를 거쳐 장윤기에게 당초 살인 혐의보다 형량이 무거운 강간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야권은 검찰의 보완수사가 없었다면 경찰 내부의 증거인멸과 수사 무마 의혹이 드러나지 않았을 수 있다며 보완수사권 폐지 반대 사례로 이 사건을 제시하고 있다.

국무총리 산하 검찰개혁추진단이 글로벌알앤씨에 의뢰해 성인 4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에 긍정적인 응답이 45.4%로 부정 응답 34.2%보다 높았다. 전문가 조사에서도 판사의 80%, 변호사의 75%, 경찰 수사관의 62.5%가 직접 보완수사권 유지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 한동훈 "장윤기 사건 속출할 것"
한 의원도 장윤기 사건을 앞세워 민주당의 보완수사권 폐지 추진을 비판했다. 그는 최근 페이스북에서 "검찰의 보완수사가 없었다면 경찰이 벌인 증거인멸은 영영 묻혔을 것"이라며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은 기어이 살인자의 편에 설 것인가"라고 했다.

한 의원은 경찰이 부실하게 수사하거나 경찰 관계자가 연루된 사건에서 검찰의 보완수사마저 차단되면 이를 바로잡을 수단이 사라진다는 입장이다.

그는 오는 10월 검찰청 폐지 이후 검사의 보완수사권까지 사라질 경우 "장윤기 사건들이 속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민주당 "완전 폐지는 원칙"
민주당은 경찰 수사에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검사의 직접수사권을 유지하는 방식이 아니라 경찰 통제와 감찰 강화, 보완수사요구권의 실효성 확보 등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이날 결국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여러 논란에도 입법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민주당 형소법 개정안 태스크포스(TF)는 이날 오후 국회 의안과에 형소법 개정안을 제출하며 "검경 수사권 조정뿐만 아니라 수사기관에 대한 감시와 견제 강화, 그리고 고소인이나 피해자를 보호하는 방향이 모두 담긴 개정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발의된 개정안을 살펴보면 검사의 수사를 규정한 법 196조 등을 전부 삭제하며 보완수사권을 폐지한 것이 핵심이다. 김한규 정책수석은 기자들과 만나 "수사권 조정에 관해 형사소송법 전체에 걸쳐 검사가 수사 주체자가 된 조항을 정리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보완수사 요구권 등에 대한 장치를 마련해 기관 간 견제가 작동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게 민주당의 설명이다. 최근 장윤기 사건으로 경찰의 증거 인멸, 수사 조작 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보완수사권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또 수사기관 소속 공무원의 범죄가 발견될 경우 해당 수사기관의 장은 권한 있는 다른 수사기관에 통보하고 이첩하도록 하고 부당한 수사가 의심되는 경우엔 피의자 외에 고소인이나 피해자, 법정 대리인도 검사에게 바로 신고가 가능하도록 했다.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의신청은 고소인뿐만 아니라 고발인도 가능하도록 대상을 확대했다. 아울러 불송치 사건에 대해 검사가 사법경찰관에게 재수사 요청 시에도 검사가 고소인·피해자 등에게 요청 사실을 통지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신현보/김희선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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