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현지시간) 기자와 통화한 브래드 세처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최근 달러화 매입 수요가 그 이전과 비교해 구조적으로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지난 10년 동안 미국으로 유입된 자금의 대부분은 안전자산을 추구하는 투자자가 아니라 평균 이상의 수익(알파)을 추구하는 투자자에게서 나왔다”는 것이다. 그는 “달러가 더 이상 안전자산이 아니라는 뜻은 아니다”면서도 “다만 미국으로 유입되는 자금의 성격이 변했고, 달러의 위험자산 성격이 강화됐기 때문에 증시 폭락과 달러 매도가 함께 발생하는 상황이 나타날 리스크가 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덴마크중앙은행 이코노미스트인 야콥 아돌프센 등은 최근 ‘최근 몇 년간 미 달러와 안전자산 간 상관관계가 감소했다’는 요지의 글을 발표했다. “미국의 순대외투자포지션(NIIP·미국인의 해외 투자에서 외국인의 미국 투자를 뺀 것)이 약화하면서 달러의 안전자산 통화로서의 지위도 흔들리게 됐다”며 “달러 표시 자산이 제공하는 헤지 효과도 과거에 비해 덜 효과적으로 바뀌었다”고 평가했다.
해외 중앙은행을 대신해 달러 수요자의 역할을 차지한 것이 민간 투자자다. 미국 의회조사국(CRS)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외국인이 보유한 미 국채 규모는 모두 9조2000억달러다. 이 중에서 5조4000억달러(58.1%)를 민간 투자자가 보유하고 있다.
미 증시에 대한 투자 수요가 특히 컸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외국인이 보유한 미국 달러표시 자산 중 주식 비중은 2023년 6월 말 51.1%에서 지난해 6월 말 56.2%로 커졌다. 같은 기간 장기채 비중은 44.5%에서 39.2%로 낮아졌고, 단기채 비중은 4.4%에서 4.7%로 상승했다. 단기채는 결국 주식투자로 돌아설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인공지능(AI)과 빅테크가 주도한 미 증시 투자 붐이 달러 수요를 견인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의 서학개미도 ‘수익통화’로 달러에 접근하는 대표적 사례다. 한국예탁결제원의 해외주식 보관액 규모는 2021년 678억달러에서 올 5월 말 1800억달러로 급증했다. 애덤 투즈 컬럼비아대 교수가 ‘한국 등이 미국의 적자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표현한 배경이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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