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잔 3만원' 줄 서서 마신다…한물갔다더니 '화려한 부활' [박상경의 영수증 리뷰]

입력 2026-07-12 11:00   수정 2026-07-12 11:18

'한 잔 3만원' 줄 서서 마신다…한물갔다더니 '화려한 부활' [박상경의 영수증 리뷰]


과거 여름철 단골 음료였다가 점차 자취를 감추는 듯했던 스무디가 부활했다. 한 잔에 3만 원에 육박하는 초고가 백화점 음료부터 편의점에서 직접 기계를 조작해 마시는 3000원짜리 제품까지 스펙트럼도 넓어졌다. 단순한 디저트를 넘어 건강을 챙기는 '웰니스' 문화와 소비자가 직접 체험하는 '경험 소비'가 맞물린 셈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인증샷 명소로 떠오른 프리미엄 스무디 브랜드 '트웰브 원더바'는 최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지하 1층에 새롭게 문을 열었다. 지난해 12월 청담 하우스오브신세계에서 처음 선보인 뒤 '줄 서서 먹는 스무디'로 유명세를 얻은 곳이다. 슈퍼푸드와 신선한 과일·채소를 블렌딩해 건강과 웰니스를 함께 챙길 수 있는 게 특징.



이곳의 자체 스무디 바에서는 한 잔 가격이 최고 2만8000원에 달하는 고가 스무디를 판매하고 있다. 일반 카페 음료 가격의 서너 배를 웃도는데도 인파가 몰린다. 매장에서 흑임자 분말, 영지버섯 분말, 오징어 먹물, L-글루타민 등을 원료로 한 스무디 '문릿 에너지'를 직접 마셔봤는데 얼음 없이 인삼과 슈퍼푸드 원물만을 급속 냉동해 즉석에서 갈아내는 방식으로, 미숫가루와 같이 고소하며 원물 본연의 진한 풍미가 느껴졌다.

이러한 고가 스무디 열풍은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부촌의 유기농 마트 '에러원(Erewhon)'에서 시작된 글로벌 웰니스 트렌드와 맥을 같이 한다. 현지에서 건강과 지위를 동시에 나타내는 사교 문화의 상징으로 소비되던 고가 스무디 비즈니스 모델이 국내 하이엔드 상권에도 들어온 셈이다. 건강 관리를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이자 재력의 척도로 삼는 소비층이 명확한 타깃으로 부상해 흥행을 이끌어냈다.

반면 편의점 업계에선 3000원대 가격에 '소비자가 직접 만들어 마시는 재미'를 더한 즉석 스무디가 전 연령층을 사로잡고 있다. 편의점 4사는 접근성과 가성비를 무기로 스무디 기기 도입 매장을 적극 확대하는 추세다.


가장 먼저 포문을 연 GS25는 냉동 컵과일을 전용 기기에 넣으면 1분 내로 즉석 제조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한 잔당 3000원인 가성비를 앞세워 올해 6월 스무디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172.4% 급증했으며, 최근에는 수박스무디와 카페라떼스무디 등 신제품을 추가해 총 6종의 라인업을 갖췄다.

세븐일레븐 역시 일본 세븐일레븐의 즉석 스무디 기기를 도입해 점포당 일평균 70잔 수준의 판매량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건강 음료 수요와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해 국산 케일을 활용한 '케일&파인 스무디'를 내놓으며 웰니스 콘셉트를 강화했다. CU와 이마트24 또한 각각 여름 시즌을 겨냥한 수박스무디 등 자체 즉석 스무디 라인업을 확대하고 거점 점포를 중심으로 기기 도입 속도를 올리며 경쟁에 가세했다.

기자가 매장에 마련된 기기를 통해 직접 스무디를 제조해 봤다. 맛을 고르고 3000원(120g)을 결제한 뒤, 전용 컵의 QR코드를 기기에 인식시키고 컵을 넣으면 자동으로 스무디가 만들어지는 방식이다. 이날 선택한 '그린 스무디'는 케일, 망고, 바나나가 들어갔으며 열량은 95kcal 수준으로 부담이 적었다.

특히 편의점 매대 앞에서 냉동 컵과일을 소비자가 기계에 직접 넣고 버튼을 눌러 즉석 제조해 먹는 블렌딩 방식은 젊은 층에게 신선한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 단순히 만들어진 음료를 구매하는 것을 넘어, 제조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체험형 소비'가 하나의 놀이 문화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스무디의 부활은 과거 프랜차이즈 중심 시장의 몰락과 대조적이다. 국내 스무디 시장을 개척했던 스무디킹은 커피 전문점과의 경쟁 및 설탕 함량이 높은 주스 기피 현상으로 인해 실적 악화를 겪다 지난해 한국 시장 철수를 발표한 바 있다.

그럼에도 스무디가 다시 유통가 핫 트렌드로 부상한 이유는 음료를 대하는 소비자들의 관점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과거의 달콤한 디저트 음료에서 벗어나 당 가득한 가공 음료 대신 원물이 살아있는 '웰니스' 식단이자, 현대인이 섭취하기 힘든 채소와 과채육을 한 번에 소비하는 '건강 루틴'으로 스무디를 재정의한 것이다. 이러한 인식 변화는 시장에서 초고가 프리미엄 수요를 자극하는 한편 참여형 경험 소비로 이어지는 발판이 됐다. 여기에 이디야, 컴포즈커피, 우지커피 등 대형 카페 프랜차이즈들도 잇달아 웰니스 콘셉트의 스무디를 도입하며 시장을 키웠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상류층의 웰니스 럭셔리를 상징하는 초고가 스무디와 편의점의 체험형 3000원 즉석 스무디는 양극단의 가격표를 달고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건강과 색다른 경험'이라는 메가 트렌드를 공유하고 있다"며 "기후 변화로 길어진 여름 성수기와 맞물려 올여름 유통가의 스무디 주도권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상경 한경닷컴 기자 highse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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