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차례 음주운전 및 무면허운전으로 처벌받은 전력에도 또다시 만취 상태로 운전대를 잡았다가 유죄 판결을 받은 공공기관 직원에 대한 '당연면직' 처분은 적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직원 측은 집행유예를 받아 정상 근무가 가능해 직무 수행에 지장이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회사와 신뢰관계가 무너져 근로관계 유지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일축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서 26년간 근무해 온 A씨는 혈중알코올농도 0.160%의 만취 상태로 약 300m 구간을 운전하다 적발됐다. 이 사건으로 A씨는 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형을 선고받았고,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확정 이후에도 2년간 정상 근무했지만,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형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때'를 당연면직 사유로 규정한 회사 규정에 따라 A씨는 결국 인사위원회를 거쳐 당연면직 처분됐다.
A씨는 이에 불복해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 잇따라 구제신청을 냈으나 모두 기각되자, 결국 법원에 재심판정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과정에서 A씨의 과거 운전 전과가 드러났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이번 사건 외에도 이미 세 차례나 음주운전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었고 두 차례에 걸쳐 무면허운전으로 처벌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A씨는 법정에서 당연면직의 예외 사유로 '직무수행에 지장이 없을 때'를 들고 있는 회사 규정을 근거로 들었다. A씨는 재판과정에서 자신이 구속되지 않아 근로 제공에 제약이 없었고, 자신의 주 업무인 시설 유지보수와 관련이 없는 사적 영역의 일에 불과해 회사의 명예나 신용을 실추시키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또 인적·물적 피해가 없었던 데다, 과거 회사가 더 무거운 형을 받은 직원에게도 정직 처분에 그쳤던 사례를 들며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즉 단순히 신체적으로 출근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사회적 신뢰 관계'의 관점에서 직무수행에 현저한 지장이 생겼다고 본 것이다.
과거의 관대했던 처분 관행과 비교하면 가혹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음주운전 재범의 증가와 비극적 사망사고 등으로 인해 음주운전은 '도로 위의 살인행위'로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고, 처벌 기준과 수준이 대폭 강화됐다"며 "과거와 현재의 음주운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물론 입법적·행정적 규제의 엄격성이 결코 같지 않으므로 형평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코레일이 자본금 전부를 정부가 출자한 공공기관이라는 점을 짚으며 "사기업 근로자에 비해 엄격한 청렴성, 도덕성 등이 요구된다"고 강조하고 당연면직 처분 사유가 넉넉히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조철현 법무법인 대환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근로계약 관계에서 '직무수행의 지장 여부'를 단순한 신체적 출근 가능 여부나 구속 여부로만 협소하게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확히 한 사례"라며 "음주운전을 '도로 위의 살인'으로 바라보는 강화된 사회적 눈높이가 법원의 징계 양정 판단에도 그대로 반영됐다"고 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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