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테크 시대 미국 벤처시장은 K자 양극화

입력 2026-07-15 20:01   수정 2026-07-16 10:03

이 기사는 07월 15일 20:01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세계 벤처 투자의 중심지인 미국에서는 K자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앤트로픽 등 AI 기업이 막대한 투자를 받아내며 메가 라운드의 주인공으로 떠오른 반면, 비(非) AI 기업에 대한 투자는 위축됐다.

데이터 기업 피치북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미국 벤처기업 투자에서 1억달러(약 1500억원) 이상의 대형 라운드 비중은 87.5%였다. 벤처 투자가 대형화하면서 올해 상반기 벤처 투자액(4127억 달러)은 이미 작년 총액을 넘어섰다.

대규모 투자를 받은 미국 벤처기업 대다수는 AI 기업이었다. 2분기 중 10억달러(약 1조5000억원) 이상 투자를 유치한 곳은 7곳이었는데 이중 5곳이 AI 관련 스타트업이었다. 생성형 AI 기업인 앤트로픽의 경우 650억달러(약 98조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이 과정에서 기업가치 9650억달러(약 1455조원)를 인정받으며 오픈AI를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가치가 큰 스타트업 반열에 올랐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가 세운 AI 스타트업 프로메테우스, AI 추론 인프라 기업 베이스텐, AI 코딩 에이전트를 개발하는 코그니션, AI 방산기업으로 분류되는 안두릴 등이다. 올해 상반기 미국 벤처 자금 가운데 86%인 3559억달러가 AI 기업에 투입됐다고 피치북은 분석했다. AI가 구조적 변화의 핵심이라는 평가 아래 벤처 자금이 몰리고 있다는 뜻이다.

메가 라운드가 늘면서 미국에서 5000만달러(약 750억원) 이상 투자 라운드는 올해 상반기에 전체의 90%(금액 기준) 이상을 차지했다. 이 비중은 지난해엔 약 80%, 10년 전인 2016년엔 50% 미만이었다. 반대로 5000만달러 미만 투자 라운드의 비중은 급격하게 쪼그라들면서 양극화 양상이 뚜렷해졌다. 10년 전만 해도 5000만달러 미만 투자 라운드는 전체의 절반 이상이었으나 이제는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벤처투자업계에서는 한국 투자 지형도 역시 미국 상황을 따라가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국 스타트업들이 글로벌 빅테크의 협력사가 되고 미국 스타트업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미국처럼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예전보다 확산됐다”고 전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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