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헤이! 헤이! 헤이!"
EDM 음악 소리가 점점 고조되자 사람들은 리듬에 맞춰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음악이 절정에 이르자 수영장을 가득 채운 사람들이 동시에 물을 튀기며 환호성을 질렀다. 잠시 뒤 누군가 친구의 어깨 위로 올라타자 사방에서 물줄기가 그를 향해 쏟아졌다. 워터파크도, 유료 음악 페스티벌도 아니다. 첫 열대야였던 지난 12일 오후 7시30분께 서울 여의도 한강 수영장의 풍경이다.
공공수영장의 역할이 달라지고 있다. 가족 단위 피서객이 주를 이루던 한강 수영장이 2030이 찾는 '일상 속 피서지'로 변했다. 휴가를 내고 떠나는 피서 대신, 퇴근길이나 러닝을 마친 뒤 가볍게 들러 더위를 식히는 새로운 여름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여기에 야간 DJ 공연까지 더해지면서 한강 수영장이 올여름 2030의 새로운 피서지로 떠올랐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5000원짜리 흠뻑쇼'라는 별칭까지 붙었다.
지난 12일 오후 7시 30분. 야간 개장이 시작된 지 30분도 채 되지 않았지만 썬베드는 모두 동났다. 미처 썬베드를 대여하지 못한 사람들은 반납을 기다리며 카운터 앞에 길게 줄을 섰다. 매점 앞에도 음식을 사려는 방문객들의 줄이 수영장 입구까지 이어졌다. 오후 8시에도 음료 대기 인원은 85명, 매점 대기 인원은 25명에 달했다.30대 여성 직장인 A씨는 월요일 출근을 앞두고도 이날 친구들과 함께 한강 수영장을 찾았다. A씨는 "SNS에서 보고 처음 왔다"며 "오늘 너무 만족스러워서 평일에 반차 내고 또 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친구들과 함께 온 2030 방문객과 데이트를 즐기는 커플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데이트를 온 김민정 씨(29)는 "가족이 많을 줄 알았는데 젊은 남자분들이 많아서 놀랐다"며 "캐리비안베이가 오히려 가족 방문객이 많은 거 같다"고 말했다.

한강 수영장이 2030 사이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건 SNS 영향이 컸다. 과거 가족 단위 피서객이 주로 찾던 공공수영장이 야간 DJ 공연과 물놀이를 즐기는 '5000원짜리 흠뻑쇼'로 재해석되면서다. 실제로 인스타그램 릴스 등에서 한강 수영장에서 DJ 공연을 즐기는 영상은 하루 만에 30만~40만회 조회 수를 기록했다. 13일 기준 인스타그램 '한강 수영장' 해시태그는 4만4000건을 넘었다.
언급량도 늘었다. 소셜 빅데이터 플랫폼 썸트렌드에 따르면 '한강 수영장'의 지난달 13일부터 이달 12일까지 언급량은 지난해보다 87.37% 증가했다. 한강 수영장의 긍정 언급량 또한 76%를 차지했다.

SNS는 한강 수영장 이용 방식도 바꿨다. 단순히 물놀이를 즐기는 공간을 넘어 퇴근 후 잠깐 들르거나 러닝 뒤 몸을 식히는 공간으로 활용하는 콘텐츠가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수영복을 챙겨 출근하거나, 러닝을 마친 뒤 바로 수영장에 들어가는 모습이 새로운 여름 루틴으로 공유되는 식이다.
무엇보다 진입장벽이 낮다는 점이 한강 수영장의 강점으로 꼽힌다. 한강 수영장의 성인 입장료는 5000원으로, 워터파크 이용권보다 저렴하다. 실제로 캐리비안 베이 성수기 종일권은 7만9000원으로 한강 수영장 입장료보다 약 15배 비싸다. 음식 가격도 대부분 1만원 안팎으로 형성돼 있다. 수영장 위치 또한 도심 곳곳에 위치해 상대적으로 이동 시간이 짧다는 점도 장점이다.

다만 한강 수영장의 인기 비결을 단순히 저렴한 가격으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과거 한강 수영장이 저렴한 물놀이 공간에 그쳤다면, 올해부터는 야간 운영과 DJ 공연이 더해지며 하나의 경험 공간으로 바뀌었다. 오후 4시부터 왔다는 직장인 박민수 씨(34)는 "멀리 안 나가도 되니까 편해서 왔다. 작년에는 온 적 없고 올해 처음"이라며 "DJ 공연이 있는 건 오늘 처음 알았다. 한강 수영장이 이럴 수 있다는 게 의외를 넘어 기대 이상"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DJ 공연이 없었다"며 "이달 11일부터 공연을 도입했다. 시민들이 더욱더 재밌게 즐길 수 있도록 안전에 유의하면서 1시간 정도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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