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한 대도 다니지 않는데…집값 10억 만든 '틈새 역세권'

입력 2026-07-14 18:00   수정 2026-07-17 15:08

지하철 한 대도 다니지 않는데…집값 10억 만든 '틈새 역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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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이 단 한 대도 다니지 않는 도시인 세종시에는 어떤 부동산 호재가 있을까. 세종 부동산 지도는 한 축을 따라 그릴 수 있다. 도시를 남북으로 가르는 간선급행버스체계(BRT), '바로타'로 불리는 버스 노선이다. '도로 위 지하철'로 불리는 BRT 정거장 도보권이 지하철 노선도엔 없는 '틈새 역세권'이 됐다. 도시철도·지하철이 없는 지역에서 부동산에 투자할 때는 광역버스 정거장 여부가 곧 교통의 핵심 변수가 된다.
○지하철 없는 곳도 교통 호재 있다.
세종 아파트 매매가 1위는 BRT 중심도로인 한누리대로가 관통하는 나성동이다. 부동산 플랫폼 호갱노노에 따르면 중심상업지구이자 정부세종청사·국세청이 지척인 나릿재리더스포레2단지의 3.3㎡당 매매가는 약 3265만원으로 세종 전체 1위다. 지난 5월 전용면적 84㎡가 10억6500만원에 거래됐다. 바로 옆 1단지(약 2690만원)와 어반아트리움 일대까지 상위권 단지가 BRT 노선 축을 따라 몰려 있다. 세종엔 지하철이 없어 결국 BRT 축을 낀 직주근접이 시세를 끌어올린 셈이다.

BRT는 전용차로·우선신호·사전요금징수를 통해 정시성을 지하철 수준으로 끌어올린 버스 체계다. 지하철의 장점(정시성, 신속성, 대량 수송)을 버스 시스템에 이식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여기에 흩어진 광역버스 노선을 한곳에 모은 환승센터가 결합하면 철도 없는 지역에도 '준 역세권'이 형성되게 된다.

BRT의 힘은 가성비에서 나온다.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에 따르면 BRT 건설비는 지하철의 10분의 1 이하, 운영비는 7분의 1 수준이다. 전국에서 하남-천호, 인천 청라-강서 등 광역BRT 4개 노선과 도시BRT 26개 노선이 굴러가고 있다. 정부는 전국에 BRT 55개 노선을 계획하고 있다. 이 중 지하철에 더 가까운 최고급형 S-BRT(Super-BRT) 시범사업으로 인천계양-부천대장(16.7㎞), 성남-복정(10.2㎞) 등 5곳을 추진 중이다.

3기 신도시와 맞물린 노선은 입주 시점에 맞춰 개통을 목표로 한다. 철도를 기다리기 어려운 신도시 초기 수요를 흡수할 변수로 꼽힌다. 버스는 GTX와 만나며 몸값을 더 키운다. 대광위는 GTX 정차역 30곳 중 27곳에 환승센터를 추진 중이다. GTX-C·3호선·신분당선이 교차하는 양재역만 해도 광역버스 69개 노선이 몰린다.

지하철이 없는 신도시일수록 버스의 존재감은 더 커진다.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가 대표적이다. 아직 도시를 관통하는 철도가 아직 없어 주민 상당수가 BRT 7700번이나 광역급행버스 M6458에 의지해 서울 강서·강남을 오간다. 그럼에도 청라 집값은 인천 평균을 크게 웃돈다. 부동산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청라국제금융단지 인근 한양수자인레이크블루 전용 84㎡는 지난 4일 10억5000만원에 거래돼 2022년 4월 전고점(12억원)을 회복하고 있다.
○정거장 계획 자체 뒤바뀌기도

서울도 예외가 아니다. 2016년 문을 연 국내 첫 지하 터미널형 잠실광역환승센터는 개통과 함께 버스와 2·8호선 사이 환승 거리를 최대 530m에서 50m로, 환승 시간을 11분에서 2~3분으로 줄였다. 환승 소요 시간이 크게 줄자 배후 단지의 광역 접근성도 사실상 한 단계 올라섰다. 특히 철도가 아직 없는 신도시 초기에는 광역버스가 유일한 서울행 통로여서 환승센터의 유무가 초기 시세를 가르는 변수로 작동한다.다만 '버스 프리미엄'은 도시철도 호재에 비해 지속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상위 교통수단인 철도가 들어서면 버스 이용 수요가 상당 부분 철도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GTX-A 노선 개통 이후 운정·일산 일대 광역버스 이용객이 급감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교통계획 자체가 변경되는 경우도 있다. 인천 계양신도시는 당초 S-BRT 도입이 예정됐지만, 대장홍대선 연장 계획이 추진되면서 개발 방향이 바뀌었다. BRT의 정시성 역시 도로 여건에 크게 좌우된다. 국내 대표 사례로 꼽히는 세종 BRT도 교차로 신호체계의 한계로 일부 구간에서는 무정차 운행이 이뤄지지 못하고 대기하는 상황이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BRT 수혜 지역을 평가할 때 세 가지를 중점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우선 배후에 실수요를 뒷받침할 일자리나 산업단지가 있는지, 전용차로와 우선신호가 실제 구축돼 정시성이 확보되는지, 향후 철도가 개통되더라도 역세권에 포함되는 입지인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실제로 앞서 높은 가격 상승을 보인 세종 나성동은 대전도시철도 1호선 세종 연장 사업으로 나성역 신설이 예정돼 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세 가지 조건을 모두 갖춘 '틈새 역세권'이야말로 철도 개통 이후에도 주거 가치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한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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