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에 매서운 퇴출 바람이 불고 있다. 이달부터 상장폐지 규정이 강화된 영향이다. 상장사의 움직임은 둘로 나뉜다. 퇴출을 면하기 위해 주가 부양에 열을 올리는 기업도 있지만, 소송을 피하면서 안전하게 증시를 탈출할 방안을 모색하는 곳도 적지 않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강화된 상장폐지 규정이 도입된 지 2주 만에 코스닥 상장사 9곳이 시가총액 200억원 미달을 사유로 관리종목 지정 우려 공시를 냈다. 변경된 규정에 따라 시가총액 200억원 미만인 상태가 30거래일 연속 지속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는데, 25거래일 연속 미달할 때는 우려 공시를 내야 한다. 이 중 5곳은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관리종목 지정 이후 90거래일 동안 연속 45거래일 이상 시가총액 기준을 넘지 못하면 즉시 상장폐지된다.주가가 1000원을 밑도는 이른바 ‘동전주’에 대한 퇴출 압박도 가시화하고 있다. 소급 적용 없이 이달 1일부터 새로 산정되는 주가 미달 규정에 따라 종가 기준 1000원 미만 상태가 30거래일 연속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이에 따라 다음달 중순부터 동전주를 사유로 한 관리종목 지정 종목이 대거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벼랑 끝에 몰린 코스닥시장 상장사는 상장을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각 기업은 자사주 취득이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타법인 지분 매각 등을 앞세워 주가 부양을 시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상장폐지 가능성을 우려하는 매도세와 시가총액 유지 기대에 따른 매수세가 맞물리며 해당 종목 주가는 급등과 급락을 거듭하는 등 변동성이 더욱 확대됐다. 증권가에서는 최근 코스닥시장 변동폭이 크기 때문에 이 같은 미봉책만으로는 주가 관리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법률 자문을 받기 위해 대형 로펌을 찾는 코스닥 상장사 오너도 부쩍 늘었다. 과거에는 상장(IPO)이나 유지 방안을 묻는 상담이 주를 이뤘으나 최근 분위기는 딴판이다. 주가 부양을 위한 주식 병합·감자 과정에서의 법적 문제나 사실상 상장 유지를 포기하고 소송 리스크 없이 안전하게 상장폐지하는 절차를 묻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해당 종목 주주 사이에서는 부실 경영진에 대한 원망과 함께 완충 장치 없이 규제를 급격히 도입한 당국을 향한 불만의 목소리가 동시에 터져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부실기업을 신속히 퇴출하겠다는 정부의 강경한 기조 아래 시가총액 미달이나 동전주 위험이 있는 종목에 투자할 경우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