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지수가 외국인의 반도체 투매로 급락하자 덩달아 하락한 비(非)반도체 업종 내 실적 개선주에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 펼쳐진 반도체 쏠림 현상이 완화되고 일부 업종에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유입이 이어지고 있어 주가 전망이 밝다는 분석이다. ‘과매도 실적 개선주’가 다수 포진한 업종으로 전력기기와 정보기술(IT) 하드웨어, 지주사 등이 꼽힌다.

1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는 1조8795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코스피지수를 8.95% 끌어내렸다. 순매도 금액 중 98.17%(1조8451억원)가 전기·전자 업종에 집중됐다. 이 가운데 SK하이닉스(1조4470억원), 삼성전자(1936억원), 삼성전기(1406억원) 3개 종목에 순매도 대부분이 몰렸다.
전문가들은 이날 외국인 매도세가 철저히 반도체 관련주에 집중된 ‘핀포인트 차익 실현’이었다고 진단했다. 한국거래소가 집계하는 24개 업종 중 이날 외국인 순매도가 발생한 건 12개 업종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가 전기·전자 업종과 제조업에 중복 집계되는 점을 고려하면 업종 중 절반 이상이 이날 투매에도 외국인 순매수로 나타났다는 의미다.
코스피지수는 이달 들어 변동성 확대와 별도로 반도체 쏠림 현상이 완화되고 있다. 지난달까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거래 대금은 유가증권시장 총거래 대금의 60%대를 차지했으나 이달 들어서는 지난 3일 62.9%를 고점으로 점진적으로 하락해 10일 54.6%, 이날 59.3%를 기록했다.
외국인 ‘묻지마 매도’의 주된 원인이던 원·달러 환율 하락이 안정 추세에 접어든 점도 쏠림 완화에 기여하고 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그간 업종별 상대 강도 관점에서 IT 하드웨어와 지주사 등 실적 개선세가 우수한 일부 업종조차 과도한 매도세에 시달렸다”며 “반도체 쏠림 완화와 환율 안정이 결합하면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돼 실적 전망치가 상향 추세인 낙폭 과대주는 평균 회귀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낙폭 과대 업종의 대표주자로 지난해 랠리 주도주 중 하나인 전력기기주가 꼽힌다. 전력기기는 인공지능(AI) 밸류체인의 핵심 병목 지점으로,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보유한 국내 업체가 다수 포진해 있다.
업종 내 대장주인 LS일렉트릭은 내년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가 최근 3개월 새 8338억원에서 9338억원으로 10.6% 상향됐지만, 주가는 5월 고점 대비 44.9% 급락했다.
반도체 기판 공급 부족의 중심에 있는 LG이노텍은 이달 들어 강도 높은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 외국인은 이날 증시 급락 속에서도 LG이노텍을 1640억원어치 순매수하는 등 이달에만 645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LG이노텍은 최근 한 달 사이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 컨센서스가 8.5% 상향되면서 눈높이가 올라가고 있다.
권민규 키움증권 연구원은 “LG이노텍은 최근 공급 부족이 가장 심한 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FC-BGA) 기판 시장의 후발 주자로, 그동안 뒤늦은 투자로 심한 적자에 시달려왔다”며 “역설적으로 이로 인해 공급 부족 상황에서 가장 가파른 실적 상승과 고객사 추가 확보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주가 이격도와 EPS 컨센서스 상향, 외국인 순매수 유입 등 ‘3박자’를 갖춘 낙폭 과대주로 HD현대중공업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미반도체, 대우건설, ㈜한화 등을 꼽았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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