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소년이 온다>와 <작별하지 않는다>는 한국의 역사만을 다루는 작품이 아닙니다. 보편적인 인간 본성에 대한 탐구죠.”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는 세계 최대 공연예술축제인 아비뇽 페스티벌의 작가와의 대화 행사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온 세상의 물이 돌고 도는 것처럼, 우리 인간 역시 거대한 고통과 애도의 역사 속에서 서로 연결돼 있다는 감각을 소설에 담아내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이날 한 작가는 프랑스의 언론인이자 작가인 로르 애들러와 ‘어떻게 눈 위에 흔적을 남길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대담을 나눴다. 세계 독자 앞에서 그는 <작별하지 않는다>의 배경을 이루는 제주의 눈이, 온 세상이 연결돼 있다는 점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며칠 전 아비뇽에 촉촉한 비가 내렸다고 들었습니다. 어쩌면 그 비는 제가 3년 전 서울에서 맞았던 그 눈송이가 순환해 닿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한 작가는 문학이 모두를 연결해 준다고 했다. 매개가 되는 것은 생생한 감각의 표현이다. 그는 “신체의 고통이나 극심한 절망을 다루는 거친 문학이라 할지라도, 독자는 ‘이 작가 또는 인물이 고통의 자리를 필사적으로 지나왔구나’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며 “그리고 독자 자신 역시 언젠가 겪었던 고통의 기억을 떠올리며 서로 연결되고, 자신이 결코 혼자가 아님을 깨닫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작별하지 않는다>가 ‘가장 차가우면서도 동시에 가장 뜨거운 이야기’인 동시에 ‘죽음에서 삶으로 나아가는 소설’이라고 했다. “지독하게 추운 날 누군가와 따뜻한 포옹을 나누거나 악수하면 그 온기가 유난히 깊고 강렬하게 각인되지 않습니까. 이처럼 추위 속에서 선명해지는 온기와 뜨거움의 감각이 이 소설의 핵심입니다.”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는 15일과 16일 낭독 공연 ‘새’로 선보인다. 프랑스 배우 이자벨 위페르와 한국 배우 이혜영이 각각 프랑스어와 한국어로 문장을 읽는다.
한 작가는 소설 집필을 시작하게 하는 것은 ‘순간의 이미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 순간이 지니고 있는 밀도가 아주 묵직하게 느껴질 때, 비로소 ‘한 권의 소설이 되겠구나’라는 확신을 얻게 된다”며 “맨 처음 포착했던 그 밀도 높은 순간을 향해 책을 묵묵히 써 내려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을 ‘정치적 작가’로 보는 시선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그는 “개인적인 영역과 정치적인 영역이 구별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표면적으로는 지극히 개인적인 것 같은 <채식주의자>는 제도와 관습의 폭력성에 저항한다는 측면에서 굉장히 정치적인 소설이며, 반대로 사회적 비극을 정면으로 다룬 <소년이 온다>는 매우 개인적인 소설이었다”고 말했다.
차기작에 관한 말도 남겼다. 그는 “작업대 위에는 늘 영원히 끝나지 않는 3개 소설 목록이 지워지지 않은 채 유지되고 있다”면서도 “집필 중인 소설의 구체적인 내용을 미리 입 밖으로 꺼내 이야기하면 신기하게도 그 소설이 품고 있던 문학적 마법이 사라져 버리곤 한다”고 말을 아꼈다.
아비뇽=설지연 기자/유승주 아르떼 객원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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