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6개 여성·시민단체가 여당 주도로 추진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향해 일제히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특히 검찰의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 방안에 대해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는 과정이 축소될 것”이라며 “형사소송법 개정이 피해자에게 개악이면 안 된다”고 호소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노동자회, 장애여성공감 등 6개 단체는 김남희·김동아 더불어민주당 의원, 손솔 진보당 의원과 함께 1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현재 논의되는 검찰개혁에 따른 형사소송법 개정안으로 법이 바뀐다면 피해자 권리가 제대로 실현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지난 9일 보완수사권을 비롯한 검사의 직접 수사권을 전면 폐지해 수사와 기소를 완전히 분리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민석 전 국무총리와 정청래 전 대표 등 차기 당권 주자들이 연일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외치며 속도전을 독려하는 상황에서 전통적 우군 세력이자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 최일선에 있는 단체가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무리한 입법이 가져올 국가 사법 통제 공백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검사의 보완수사를 허용하는 현행 형사소송법도 피해자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고 있는데,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는 개정안이 시행되면 수사가 더 부실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가 추진하는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는 최근 여당이 사활을 걸고 있는 ‘2030 표심 잡기’ 전략과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점에서 파장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은 6·3 지방선거 결과를 분석하며 보수화 흐름이 짙어진 20대 남성에 비해 20·30대 여성층은 정책적 소통을 통해 확실한 지지 기반으로 되돌릴 수 있다는 내부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러나 최근 발생한 ‘광주 여고생 살인사건’에서 경찰의 초동 부실 수사와 유착 의혹을 검찰의 보완수사가 밝혀낸 사실이 알려지자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가 오히려 20·30대 여성의 핵심 불안 요소인 치안 및 여성 안전 공백을 자극해 표심 이탈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김남희 의원은 통화에서 “2030세대의 마음을 잡겠다는 당이 정작 그들의 안전과 직결된 보완수사권 폐지로 인한 우려를 외면하는 것은 모순”이라며 “2030 여성의 불안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서는 예외적 보완수사권 허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홍기원 민주당 의원은 동료 의원들에게 “보완수사를 전면 금지한 결과 단 한 명이라도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한다면 이를 성공한 개혁이라고 말할 수 있겠느냐”며 개정안 공동 발의에 참여해 달라는 내용의 친전을 보냈다. 홍 의원이 14일 발의를 준비 중인 법안은 살인 등 특정강력범죄와 성폭력범죄,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아동·장애인·노인 학대 사건 등에 대해 검사가 직접 보완수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고민정 의원은 “여성이다 보니 성폭력 피해 사건이 남 일 같지 않다”며 “성폭력 사건에 국한해서라도 보완수사권은 놔두는 게 필요하겠다”고 말했다. 5선 중진 박지원 의원은 SBS에 나와 “아동 범죄와 성범죄 등에 문제가 있다고 하면 한 번 논의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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