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 치료의 패러다임 전환을 가져올 겁니다.”지난 5월 말 열린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2026). 미국 다나파버 암연구소의 브라이언 울핀 박사가 발표를 마치자 40여 초간 기립박수가 이어졌다.
그는 이 자리에서 ‘다락손라십’이라 불리는 신약 후보물질의 3상(허가 전 대규모 검증)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40여 년간 약물화 불가능(undruggable) 영역으로 여겨지던 ‘KRAS’ 단백질(유전자)을 겨냥한 신약 후보물질이다.

다락손라십은 이 같은 엔진을 제어하는 효과를 입증한 첫 번째 신약 후보물질이다. 전이성 췌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3상에서 화학요법 치료군 대비 생존기간을 두 배로 늘릴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하루 1회 경구 투여 환자군 기준 전체생존기간(OS) 중앙값은 13.2개월이었다. 비교 대상인 표준 화학요법군의 6.6~6.7개월 대비 두 배에 이르는 기간이다.
KRAS는 그동안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난공불락’ 대상으로 불렸다. 단백질 표면이 골프공처럼 둥글고 매끈해 약물을 안정적으로 붙일 틈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2013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UCSF) 쇼캇 연구팀이 KRAS 변이의 일종인 ‘G12C’에 결합하는 ‘포켓’을 발견하면서 전환점이 마련됐다. 이를 토대로 암젠이 개발한 소토라십이 2021년 세계 최초의 KRAS G12C 직접 억제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범용 KRAS 억제는 계속 숙제로 남았다. 특히 췌장암 환자는 G12C 변이 비중이 1~2%에 불과해 신약의 혜택을 거의 보지 못했다.
다락손라십은 RAS 저해제로서 이런 한계를 극복할 잠재력을 증명하면서 ASCO 참석자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RAS는 KRAS, NRAS, HRAS 등을 아우르는 단백질군이다. 췌장암에서는 이 가운데 KRAS 변이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FDA는 지난 5월 1일자로 다락손라십의 확대 접근 프로그램(EAP) 개시를 승인했다. 업계에서는 다락손라십이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 세계 첫 췌장암 경구용 표준치료제로서 품목허가 승인을 얻을 것으로 전망한다.
한미약품은 RAS 활성화 과정을 차단하는 병용 후보물질 ‘HM101207’의 임상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이다. 기존 KRAS 치료제와 함께 투여해 약효를 오래 유지하는 것이 목표다. 회사는 올해 임상시험계획(IND) 제출을 추진하고 있다. 파로스아이바이오는 KRAS를 포함해 여러 암 유전자 변이를 동시에 겨냥하는 ‘PHI-501’의 국내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티씨노바이오사이언스도 KRAS 치료제의 효과를 높이는 후보물질 ‘TXN12923’을 개발하고 있다.
카나프테라퓨틱스는 병용 후보물질 ‘KNP-503’과 ‘KNP-504’를 개발하고 있다. 이 중 KNP-504는 2024년 3월 유한양행에 총 2080억원 규모로 기술수출했다.이병철 카나프테라퓨틱스 대표는 “두 파이프라인 모두 단독요법의 한계를 병용 전략으로 돌파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KRAS
Kirsten rat sarcoma. 세포 성장 신호를 전달하는 스위치 역할을 하는 단백질(유전자). 변이가 생기면 성장 신호가 꺼지지 않아 암세포가 계속 증식한다.
김유림 기자 youforest@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