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방위산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괄목할 성과를 거두며 국가 전략산업이자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국산 무기 수출이 잇따르면서 K방산의 위상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화려한 성과의 이면에는 핵심 부품과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중소·중견 기업의 부담과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 이들은 첨단 무기체계 개발의 실질적인 주역임에도 정당한 비용 보상과 권리 보호 측면에서는 여전히 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최근 현장의 제도 개선 요구에 대해 방위사업청은 “관련 원가 규정이 이미 마련되어 있고 공정거래위원회 표준하도급계약서를 활용하면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도급 과정의 문제는 민간 계약 영역이며 계약 단계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 취지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이 같은 접근이 방산산업의 특수성과 현실을 충분히 파악하지 못한 경직된 해석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현장에서는 계약 구조와 실제 개발 과정 사이의 ‘단계 간 불일치’ 괴리가 반복된다. 방위사업청은 대기업인 원사업자와 계약할 때 기술개발 인력 비용을 인정해 예산을 편성한다. 하지만 하도급 단계로 내려가면 동일 비용이 간접비로 전환되거나 축소돼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다.
설계 변경과 성능 개선 과정에서 발생하는 추가 비용도 문제다. 그 과정에서 애초 계획보다 더 많은 인력과 시간이 투입되지만, 이미 계약이 체결됐다는 이유로 추가 비용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사례가 많다. 결국 늘어난 현장의 업무 부담과 비용은 고스란히 실제 개발을 수행하는 중소기업이 떠안는다.
중소기업이 오랜 기간 투자해 축적한 원천기술과 소프트웨어의 가치 역시 인정받기 어렵다. 재료비와 하드웨어 무게 등을 따지는 제조원가 중심의 기존 체계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소프트웨어와 무형의 지식재산 가치를 평가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기술개발 비용과 소프트웨어 활용 가치가 계약 과정에서 충분히 드러나지 못하거나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현행 표준하도급계약서는 다양한 업종을 포괄하고 있으나, 방위산업과 같은 복합 연구개발 산업의 특수성까지 반영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방산은 설계·개발·개선이 반복되는 기술 집약 산업이라는 점에서 기존 계약 구조와 성격이 다르다.
해외 주요 국가는 보다 유연한 계약 구조를 운용하고 있다. 미국의 원가보상계약(cost-reimbursement)이나 NATO 체계에서는 설계 변경에 따른 추가 비용을 계약 구조 내에서 분담하고, 소프트웨어와 기술자료의 권리 범위도 계약 단계에서 명확히 설정한다.
국내 제도 역시 개선이 필요하다.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위사업청이 협력해 표준하도급계약서를 방산 특성에 맞게 고도화하고, 연구개발 인건비·소프트웨어 개발비·설계 변경 비용·원천기술 가치 등을 계약 단계에서 명확히 구분해 반영할 필요가 있다. 낙수효과에 의존한 구조는 한계에 도달했다. K방산의 경쟁력은 껍데기를 완성하는 대기업의 브랜드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그 뒤에서 핵심 원천 기술과 무형의 소프트웨어를 묵묵히 개발하는 중소기업의 혁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성과다. 중소기업이 정당한 대가를 받고 지속적으로 기술에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그것이 K방산의 성장을 이끌어갈 방위사업청이 진정한 컨트롤타워로서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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