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무법인 바른 기업전략연구소가 정부의 지속가능성(ESG) 공시 제도화에 맞춰 기업들의 대응 전략을 담은 분석 보고서를 발간했다.
바른 기업전략연구소는 13일 '지속가능성 공시, 무엇이 얼마나 달라지는가' 보고서를 발표하고, 정부·여당이 최근 확정한 지속가능성 공시 제도 최종안에 따라 국내 상장기업의 ESG 공시가 자율 공시에서 법정 의무공시 체계로 전환되는 만큼, 기업들은 단순한 공시 준비를 넘어 조직과 데이터 관리 체계 전반을 재설계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 8일 정부와 여당이 당정협의회를 통해 발표한 '지속가능성(ESG) 공시 제도화 방안' 최종안을 분석하고, 제도 변화에 따른 기업들의 실질적인 대응 과제를 제시했다.
연구소는 이번 제도 개편의 핵심 변화로 ▲공시 대상 확대 ▲사업보고서 내 법정공시 전환 ▲제3자 인증 도입 등 세 가지를 꼽았다. 특히 연결자산 기준이 기존 30조 원 이상에서 10조 원 이상으로 확대되면서 공시 대상 기업이 크게 늘어나고, 향후 5조 원, 2조 원 이상 기업까지 단계적으로 적용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또한 ESG 공시는 거래소 자율공시가 아닌 자본시장법상 사업보고서 공시로 이관되면서 법적 책임 역시 한층 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기존 지속가능성보고서와 새 공시 체계의 가장 큰 차이로 '재무적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금까지 기업들이 GRI 기준에 따라 이해관계자 중심의 지속가능성보고서를 자율적으로 발간해 왔다면, 앞으로는 한국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가 국제 기준(IFRS S1·S2)을 반영해 마련한 기준에 따라 투자자 관점에서 검증 가능한 정보를 공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소는 "기존 공시가 이해관계자에게 기업의 지속가능성 활동을 설명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앞으로의 공시는 투자자에게 검증 가능한 재무적 사실을 입증하는 성격으로 바뀐다"며 "보고서 형식만 바뀌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 산정 방식과 조직 간 협업, 내부통제, 문서화 체계까지 전반적인 변화가 요구된다"고 분석했다.
기업들이 준비해야 할 핵심 과제로는 '거버넌스(Governance)', '데이터(Data)', '내부통제(Internal Control)' 등 세 가지 축을 제시했다. 이사회와 경영진의 책임 체계를 명확히 하고, 연결 기준의 ESG 데이터 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검증 가능한 내부통제 시스템을 마련해야 향후 의무화되는 제3자 인증에도 대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연구소는 최고경영진이 사전에 결정해야 할 10가지 핵심 과제도 제시했다. 공시 총괄 책임자와 이사회 감독 체계 지정, 공시 주관 조직 결정, Scope 3 공시 범위 설정, ESG 데이터 플랫폼 구축, 협력사 데이터 확보 체계 마련 등이 대표적이다. 연구소는 이러한 의사결정은 단순히 공시 여부를 판단하는 차원을 넘어 조직 운영과 투자, 공급망, 성과관리 체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전략적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무엇보다 의무공시 시행 직전이 아닌 '2년 전(T-2)'부터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는 점을 핵심 메시지로 제시했다. 적용 대상과 연결 범위를 확정하고, 현행 지속가능성보고서와 KSSB 기준 간 차이를 분석한 뒤 ESG 데이터 플랫폼 구축과 모의공시(dry-run)를 거쳐 실제 법정공시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바른 기업전략연구소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최종 내용은 국회 논의를 거쳐 확정될 예정이지만, ESG 공시 의무화라는 큰 방향은 이미 명확하다"며 "제도 시행이 임박한 뒤 대응하기보다는 지금부터 공시 체계와 내부 시스템을 설계하는 것이 기업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경 기자 esit91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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