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與 '중복상장 금지' 법으로 못박는다…자본시장법 개정 추진

입력 2026-07-14 09:26   수정 2026-07-14 09:41

[단독] 與 '중복상장 금지' 법으로 못박는다…자본시장법 개정 추진



더불어민주당이 모회사 일반주주에게 피해를 주는 자회사의 중복상장을 법률로 제한하는 입법에 나선다. 자회사 상장을 추진하는 모회사 이사회에 주주 영향 평가와 보호 방안 마련을 의무화하고,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때는 모회사 주주의 의사를 반영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거래소 상장심사에 맡겨온 이른바 ‘쪼개기 상장’ 규제를 법률로 끌어올려 일반주주 보호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기업별 사정을 반영해야 할 세부 기준까지 법률로 고정하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K자본시장특별위원회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이 같은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 발의가 추진되고 있다. 안도걸 의원이 대표발의를 맡아 당내 의견을 수렴 중이며 이르면 이번주 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거래소 심사기준으로 마련된 중복상장 제한 원칙을 법률에 담아 이른바 ‘쪼개기 상장’을 보다 엄격히 막겠다는 취지다.

민주당이 준비 중인 개정안은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가 지난 6일 발표해 시행에 들어간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의 주요 내용을 자본시장법에 담는 것이 골자다. 가이드라인은 중복상장을 전면 금지하지 않고 모회사 일반주주 보호 조치를 전제로 예외적으로 허용하도록 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모회사 이사회는 자회사 상장이 모회사 주가와 지분가치에 미칠 영향을 평가한 뒤 현금배당과 자사주 소각, 자회사 주식 배분, 신사업 투자 등 구체적인 보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주주와 소통하거나 동의 여부를 확인한 뒤 자회사 상장에 대한 찬반을 다시 의결하도록 했다. 물적분할로 설립된 자회사는 모회사 주주의 동의를 받지 못하면 상장심사를 통과하기 어렵다. 주주 동의 과정에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한다. 다만 물적분할 회사가 아닌 자회사 가운데 자산과 매출, 영업이익 비중이 모두 모회사의 10% 미만이면 주주 동의 절차를 면제받을 수 있다.

법제화 대상으로 거론되는 것은 이 가운데 중복상장의 정의와 모회사 이사회의 일반주주 보호 의무 등이다.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시 주주 동의 절차와 3%룰 등 세부 기준을 어디까지 법률에 담을지는 당내 의견 수렴과 국회 심사 과정에서 정해질 전망이다.



민주당은 중복상장 문제 해결을 이재명 정부의 자본시장 개혁과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핵심 과제로 보고 있다.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강화와 자사주 제도 개선, 의무공개매수제, 주가 누르기 방지법 등에 이어 중복상장 규제에도 입법 드라이브를 거는 모습이다. 핵심 사업을 자회사로 떼어 상장한 뒤 지배주주는 자회사 지배력을 유지하고 모회사 일반주주는 주가 하락을 떠안는 구조를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중복상장으로 모회사 일반주주의 지분가치가 훼손되는 문제가 반복됐지만 거래소 규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라며 “주주 보호의 큰 원칙과 모회사 이사회의 책임을 법률에 명확히 담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기업별 사정을 반영하도록 설계된 상장심사 기준을 법률로 경직시키면 정상적인 기업공개(IPO)와 자금 조달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규모 시설투자가 필요한 첨단산업이나 모회사의 재무 여력만으로 투자금을 마련하기 어려운 기업에는 자회사 상장이 중요한 자금조달 수단이다. 상장 가능성이 낮아지면 외부 투자 유치와 재무적 투자자의 투자금 회수도 어려워져 신사업 투자가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거래소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신현한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는 “일반주주 보호를 위한 법적 장치는 필요하지만 정상적인 기업공개와 신사업 자금 조달까지 위축되지 않도록 규제 대상과 예외를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은/최석철 기자 hazz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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