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관세 확대를 계기로 수입산 멸균우유의 국내 시장 진입이 빨라지고 있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수입 제품이 소비자 선택지를 넓히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가격 외에 품질 관리와 공급 안정성 등 다각적인 요소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1월 미국산 유제품에 이어 이달부터 유럽산 주요 유제품의 관세가 철폐되면서 수입산 멸균우유의 가격 경쟁력은 한층 더 강화될 전망이다. 그러나 수입산 멸균우유 가격은 환율, 국제 원유 가격, 해상 운임, 현지 생산량 등 등 대외 변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특성을 지닌다.
실제로 최근 글로벌 물류비 급등과 공급 부족, 환율 상승 등이 겹치면서 일부 수입 제품의 가격이 오르거나 공급이 불안정했던 사례가 있었다. 업계에서는 국제 정세와 물류 환경 변화에 따라 공급 물량과 가격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식품 안전성 및 품질 관리 체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해외에서 생산되는 식품의 생산 과정이나 품질 관리 수준을 직접 확인하기 어렵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원인 파악이나 정보 접근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수입산 멸균우유의 주요 수입국 중 하나인 폴란드에서는 지난해 원유 납품량을 부풀리고 품질 검사 결과를 조작한 혐의로 관계자 79명이 기소돼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현재까지 이 사건과 관련해 국내에 수입·유통된 제품에서 문제가 확인된 사례는 없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글로벌 식품 공급망에서 생산부터 검사, 유통까지 이어지는 품질관리 체계와 신뢰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국산 신선우유는 생산부터 집유, 가공, 유통에 이르는 전 과정이 국내 관리 체계 안에서 이뤄져 생산 이력 확인과 품질 관리, 문제가 발생했을 때의 추적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는 점이 특징으로 꼽힌다.
또한 국내에서 생산된 신선우유는 착유 후 비교적 짧은 기간 내 가공과 유통이 이뤄지는 반면, 수입산 멸균우유는 장거리 운송과 장기 보관을 전제로 생산되는 만큼 제품 특성과 소비 목적에 차이가 있다는 분석이다.
우유를 단순한 소비재가 아닌 식량안보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기후변화와 국제 분쟁, 감염병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불안정해질 경우 해외 의존도가 높은 국가는 필요한 식품을 적정한 가격에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국내 낙농 기반이 유지된다면 국제 시장의 가격 급등이나 공급 차질에도 완충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유업계 관계자는 “단순 가격 차이만을 기준으로 제품을 고르기보다 안전성과 품질, 공급 안정성을 고려하는 소비문화가 필요하다”며 “국내 낙농 기반이 유지돼야 국제 시장의 변동성 속에서도 소비자들이 신선하고 안전한 우유를 꾸준히 공급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성혜 한경닷컴 기자 shkim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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