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계약 만기가 다가오는데도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런 경우 기존 계약이 법에 따라 자동으로 연장될 수 있는데, 이를 ‘묵시적 갱신’이라고 부릅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입니다.
묵시적 갱신이 되면 기존 임대료를 그대로 유지해야 하는지, 아니면 임대인이 주변 시세에 맞춰 임대료를 올릴 수 있는지를 두고 현장에서는 혼란이 끊이지 않습니다.
특히 전세나 월세 계약 만기를 앞둔 주택 임대인·임차인, 상가 재계약을 앞둔 건물주와 자영업자라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주택임대차와 상가임대차의 묵시적 갱신 요건, 갱신 기간, 임대료 인상 가능 여부를 구체적인 날짜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묵시적 갱신이란 무엇일까요?
묵시적 갱신은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전 법에서 정한 기간 안에 갱신 거절이나 계약 조건 변경에 관한 의사표시가 없을 때, 종전 계약이 일정한 조건으로 자동 연장되는 제도입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과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모두 묵시적 갱신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통지 기간과 갱신 후 존속기간, 해지 방법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공통되는 핵심은 “종전 임대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임대차한 것으로 본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동일한 조건에는 보증금과 월세도 포함됩니다.
따라서 묵시적 갱신이 성립하면 갱신 시점을 이유로 임대인이 곧바로 임대료를 시세 수준까지 올릴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묵시적 갱신 기간에는 임대료를 어떤 경우에도 올릴 수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과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은 조세, 공과금, 주변 임대료, 경제 사정 등에 변화가 생겨 기존 임대료가 적절하지 않게 된 경우 당사자가 차임이나 보증금의 증감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즉 묵시적 갱신으로 계약이 연장된 뒤에도 경제 사정의 변동이 있다면 임대인은 별도로 임대료 증액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증액을 요구했다고 해서 임대료가 자동으로 올라가는 것은 아닙니다.
상대방이 동의하지 않는다면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이나 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할 수 있습니다. 법에서 정한 증액 상한과 증액 제한 기간도 지켜야 합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묵시적 갱신이 되면 종전 임대료가 그대로 이어지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갱신 이후 경제 사정이 달라졌다면 별도의 차임증액청구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갱신 통지 시기를 놓쳤다고 해서 곧바로 시세대로 올릴 권리가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사례 1. 주택임대차
2022년 6월 1일 계약, 2024년 5월 31일 만기
첫 번째 사례는 2022년 6월 1일부터 2024년 5월 31일까지 체결된 2년짜리 주택 임대차계약입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임대인은 계약 만료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 임차인에게 갱신 거절이나 계약 조건 변경 의사를 통지해야 합니다.
임차인 역시 계약 만료 2개월 전까지 갱신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묵시적 갱신이 성립할 수 있습니다.
이번 사례에서 임대인이 갱신 거절이나 임대료 변경 의사를 통지할 수 있는 기간은 2023년 11월 30일부터 2024년 3월 31일까지입니다.
임차인도 늦어도 2024년 3월 31일까지는 계약 종료 의사를 밝혀야 합니다.
그런데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이 기간 안에 아무런 의사표시를 하지 않았다면, 2024년 5월 31일 계약이 끝나는 시점에 묵시적 갱신이 성립합니다.
묵시적 갱신이 성립하면 두 가지가 중요합니다.
첫째, 임대차 존속기간은 다시 2년으로 봅니다.
이번 사례라면 2024년 6월 1일부터 2026년 5월 31일까지 임대차가 이어지는 구조입니다.
둘째, 보증금과 월세는 종전 조건이 그대로 유지됩니다.
임대인이 법정 기간 안에 계약 조건을 변경하겠다는 통지를 하지 않았다면, 갱신 시점에 갑자기 “주변 시세가 올랐으니 보증금이나 월세를 올려달라”고 요구해 묵시적 갱신의 조건을 일방적으로 바꿀 수는 없습니다.
다만 묵시적 갱신 이후 조세나 공과금, 주변 임대료 등 경제 사정에 실제 변화가 생겼다면 차임증액청구권을 별도로 행사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이 경우에도 증액은 기존 보증금이나 월세의 5%를 넘기기 어렵고, 증액이 있었던 뒤 1년 이내에는 다시 증액을 청구할 수 없습니다.
또 하나 기억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주택 임차인은 묵시적 갱신 기간 중에도 언제든 계약 해지를 통지할 수 있습니다.
해지 효력은 임대인이 통지를 받은 날부터 3개월이 지나면 발생합니다.
반면 임대인은 묵시적 갱신으로 보장된 2년 동안 특별한 해지 사유 없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끝낼 수 없습니다.
사례 2. 상가임대차
2022년 6월 1일 계약, 2025년 5월 31일 만기
두 번째 사례는 2022년 6월 1일부터 2025년 5월 31일까지 체결된 3년짜리 상가 임대차계약입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에서 묵시적 갱신과 관련해 정한 기간은 주택과 다릅니다.
임대인이 계약 만료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임차인에게 갱신 거절이나 계약 조건 변경 의사를 통지하지 않으면, 계약 만료 시 종전과 동일한 조건으로 갱신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번 사례에서 임대인이 통지해야 하는 기간은 2024년 11월 30일부터 2025년 4월 30일까지입니다.
여기서 주택임대차와 다른 부분을 정확히 알아두셔야 합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의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라는 기간은 임대인의 갱신 거절이나 조건 변경 통지에 관한 규정입니다.
임차인이 반드시 이 기간 안에만 갱신 거절을 통지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임차인이 계약 만료 전 갱신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표시했다면 묵시적 갱신이 성립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상가 임대차에서 임대인과 임차인의 통지 기간이 완전히 같다고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임대인이 법정 기간 안에 아무런 통지를 하지 않고 임차인도 계약 만료 전까지 계약 종료 의사를 밝히지 않은 채 계속 영업한다면 묵시적 갱신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통지는 보낸 날보다 도달한 날이 중요합니다
임대차계약의 갱신 거절이나 조건 변경 통지는 원칙적으로 상대방에게 도달해야 효력이 생깁니다.
따라서 임대인이 통지 마감일인 4월 30일에 내용증명을 발송했다고 해서 무조건 유효한 것은 아닙니다.
상대방에게 실제로 도착한 날이 마감일을 넘겼다면 묵시적 갱신을 막지 못할 수 있습니다.
문자메시지나 카카오톡도 마찬가지입니다.
단순히 발송했다는 사실보다 상대방에게 전달됐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읽음 표시, 답변 내용, 통화 녹취 등이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임대인이든 임차인이든 계약 종료나 조건 변경을 계획하고 있다면 마감일 당일까지 기다리지 말고 며칠 이상 여유를 두고 통지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상가가 묵시적으로 갱신되면 1년간 연장됩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 적용되는 상가가 묵시적으로 갱신되면 종전과 동일한 조건으로 계약이 이어집니다.
보증금과 월세도 원칙적으로 그대로 유지됩니다.
주택과 다른 점은 갱신 후 존속기간입니다.
주택은 2년으로 보는 반면 상가는 1년으로 봅니다.
이번 사례라면 2025년 6월 1일부터 2026년 5월 31일까지 1년간 임대차가 연장되는 구조입니다.
임차인은 묵시적으로 갱신된 뒤에도 언제든 계약 해지를 통지할 수 있습니다.
임대인이 통지를 받은 날부터 3개월이 지나면 계약 해지의 효력이 발생합니다.
반면 임대인은 갱신된 1년의 기간을 일방적으로 줄이기 어렵습니다.
계약갱신요구권과 묵시적 갱신은 다릅니다
상가 임차인에게는 최초 임대차기간을 포함해 전체 10년 범위에서 계약갱신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계약갱신요구권과 묵시적 갱신은 서로 다른 제도입니다.
계약갱신요구권은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계약을 갱신하겠다는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시해 행사하는 권리입니다.
반면 묵시적 갱신은 당사자의 별도 합의나 적극적인 요구 없이 법에서 정한 요건에 따라 계약이 자동으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상가 임차인이 안정적으로 영업을 계속하고 싶다면 단순히 임대인이 아무 말 하지 않기를 기다리는 것보다, 계약갱신요구권 행사 기간 안에 갱신 의사를 서면으로 명확히 밝히는 편이 안전합니다.
특히 환산보증금이 기준을 초과하는 상가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환산보증금을 초과하는 상가는 다르게 봐야 합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 묵시적 갱신 규정은 모든 상가에 똑같이 적용되는 것이 아닙니다.
환산보증금이 지역별 기준금액을 초과하는 상가에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 제4항의 묵시적 갱신 규정이 적용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환산보증금은 다음과 같이 계산합니다.
보증금+월세×100
2026년 현재 서울의 환산보증금 기준은 9억 원입니다.
서울 소재 상가의 환산보증금이 9억 원을 초과한다면, 묵시적 갱신 여부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 아니라 민법 제639조에 따라 판단할 수 있습니다.
민법상 묵시적 갱신은 계약기간이 끝난 뒤에도 임차인이 계속 상가를 사용하고, 임대인이 상당한 기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때 성립합니다.
이 경우에는 기간을 정하지 않은 임대차와 비슷하게 취급됩니다.
임대인은 언제든 해지를 통지할 수 있고, 임차인이 통지를 받은 날부터 6개월이 지나면 계약이 종료됩니다.
임차인도 언제든 해지를 통지할 수 있으며, 임대인이 통지를 받은 날부터 1개월이 지나면 효력이 생깁니다.
따라서 환산보증금을 초과하는 상가 임차인이 “임대인이 아무 말 하지 않았으니 자동으로 1년이 보장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다만 환산보증금을 초과하더라도 대항력, 계약갱신요구권,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 등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의 일부 규정은 계속 적용됩니다.
계약갱신요구권 역시 전체 임대차기간 10년 범위에서 행사할 수 있습니다.
대형 상가의 임차인이라면 계약 만료를 앞두고 가만히 있기보다 갱신 의사를 명확한 방법으로 전달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환산보증금 초과 상가는 임대료 5% 상한도 다를 수 있습니다
상가 임대료 증액과 관련해서도 환산보증금을 확인해야 합니다.
환산보증금이 지역별 기준 이하인 상가는 경제 사정의 변화에 따라 임대료 증액을 청구하더라도 원칙적으로 5% 상한을 지켜야 하고, 기존 계약이나 직전 증액 후 1년 이내에는 다시 증액을 요구하기 어렵습니다.
반면 환산보증금을 초과하는 상가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 일률적인 5% 상한이 그대로 적용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조세, 공과금, 주변 상가 임대료, 경제 사정 변화 등을 고려해 임대료 증감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상가 임대료를 올리거나 갱신계약을 체결하려는 경우에는 먼저 환산보증금이 어느 기준에 해당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임대인이 놓치기 쉬운 함정
현장 상담을 하다 보면 임대인들이 자주 착각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구두로 임대료를 올리겠다고 말했으니 괜찮다.”
“문자로 재계약 이야기를 꺼냈으니 묵시적 갱신은 아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경우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통지의 시기와 내용, 상대방에게 실제로 도달했는지 여부입니다.
임대료를 올리고 싶다는 막연한 말만으로는 계약조건을 변경하지 않으면 갱신하지 않겠다는 의사가 명확히 전달됐다고 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변경하려는 보증금이나 월세, 적용 시기 등 조건을 구체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좋습니다.
통지 기간을 놓쳐 묵시적 갱신이 성립하면, 갱신 시점에 임대료를 일방적으로 올리는 것은 어렵습니다.
반대로 임차인 입장에서는 묵시적 갱신이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주변 시세가 오른 상황에서 임대인이 통지 기간을 놓쳤다면 종전 조건으로 임대차를 이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묵시적 갱신과 계약갱신요구권 행사는 별개입니다.
주택의 묵시적 갱신은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 1회 행사로 보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갱신 과정과 통지 이력을 정확히 보관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임대료를 올리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임대인이 계약 만료에 맞춰 임대료를 조정하고 싶다면 법에서 정한 기간 안에 조건 변경 의사를 명확히 전달해야 합니다.
주택이라면 계약 만료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 상가라면 임대인이 계약 만료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통지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단순히 “임대료를 올리겠다”고 말하기보다 희망하는 보증금이나 월세, 적용 시기 등을 구체적으로 밝혀야 합니다.
통지는 문자메시지, 이메일, 내용증명처럼 도달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이러한 조건 변경 통지가 적법하게 도달했다면 종전 조건으로 자동 연장되는 묵시적 갱신은 성립하지 않고, 양측은 새로운 임대료와 계약 조건을 협의하게 됩니다.
다만 통지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임대인이 요구한 금액이 자동으로 확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주택은 법정 증액 상한과 증액 제한 기간을 확인해야 하고, 상가는 환산보증금과 법 적용 범위에 따라 5% 상한 적용 여부를 따져봐야 합니다.
가만히 있으면 계약도, 임대료도 그대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묵시적 갱신은 “아무 말 하지 않으면 계약이 자동으로 이어진다”는 편리함을 가진 제도입니다.
하지만 임대인 입장에서는 가만히 있다가 임대료 조정 시기를 놓칠 수 있고, 임차인 입장에서는 계약 종료 의사를 제때 밝히지 않아 예상보다 더 오랫동안 임대료를 부담하게 될 수 있습니다.
임대인은 계약 만기일과 통지 기간을 달력에 미리 표시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임차인 역시 계약을 계속할 것인지, 이사할 것인지,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것인지 미리 판단해야 합니다.
특히 주택과 상가는 통지 기간과 갱신 후 계약기간이 다릅니다.
상가는 환산보증금에 따라 적용되는 법과 해지 방식까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묵시적 갱신이 성립한 뒤에도 임대료 증액을 청구할 수는 있지만, 이는 자동 인상이 아닙니다. 경제 사정의 변동과 법정 한도를 갖춰 별도로 협의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계약 만기가 다가오고 있다면 “아직 시간이 있다”고 미루지 마십시오.
임대차계약서와 만기일, 환산보증금, 기존 통지 내역을 다시 한번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배준형 한경부동산밸류업센터 수석전문위원(밸류업이노베이션 대표)
※ 본 칼럼은 주택 및 상가 임대차의 묵시적 갱신과 임대료 증액에 관해 일반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법률·부동산 실무 쟁점을 설명한 정보성 콘텐츠입니다. 실제 묵시적 갱신 성립 여부, 통지의 효력, 차임증액청구 가능성, 환산보증금 및 계약갱신요구권 적용 여부는 계약 내용과 개별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변호사, 법무사, 공인중개사 등 관련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