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둬도 계좌 녹는다"…삼전닉스 '2배 레버리지'의 배신

입력 2026-07-14 18:31   수정 2026-07-15 09:57

"가만둬도 계좌 녹는다"…삼전닉스 '2배 레버리지'의 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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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단일종목 2배 레버리지 상품에 이미 가입했거나 가입하려는 사람이 반드시 알아야 할 게 있다. 상장지수펀드(ETF)라는 이름을 갖고 있지만 분산투자 효과가 없는 초고위험 파생금융상품이고, 투자기간 전체가 아니라 하루 수익률을 추종하고, 숨겨진 비용을 예측하기가 불가능하고, 국내 주식형 펀드와 달리 매매차익에 배당소득세(지방소득세 포함 15.4%)를 내야 하고, 주가가 횡보해도 내 계좌는 녹아내리고, 헤지펀드를 포함한 초단타 매매자들이 큰 이익을 본다는 사실 등이다.

이런 문제들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탓인지 자본시장법 시행령이 지난 5월 개정되자마자 단일종목 2배 레버리지 상품이 무더기로 상장됐고, 단기간에 엄청나게 많은 돈이 몰렸다. 그러나 반도체 기업 주가가 떨어지고 가격 변동폭이 커지면서 수많은 투자자가 손해를 봤다.

금융당국과 정부는 규제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기 시작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드러누워서라도 말려야 했다”고 한탄했고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우려를 잘 알고 있으며, 문제점을 보완하고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관계기관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도 “보완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단일종목 2배 레버리지 상품을 이대로 둬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정부 내에서 분명해졌다. 그러나 상품 자체를 폐지하는 것은 기존 투자자들의 피해와 반발로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투자자 자격, 시장 진입 허들, 마케팅 범위 등에 대한 논의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엉뚱한 결과 나온 2배 레버리지
주식시장에는 SK하이닉스 주가를 서로 반대 방향에서 두 배로 추종하는 ETF 상품이 있다. 하나는 2배 레버리지 정방향 ETF이고, 다른 하나는 역(-)방향으로 2배 레버리지를 추구하는 인버스2X ETF다. 같은 배수이고 방향만 정반대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동일한 분량으로 두 종목을 함께 들고 있으면 주가가 어떻게 바뀌든 이론적으로는 수익률이 0%가 돼야 한다. 한쪽이 오르면 다른 쪽은 그만큼 내리는 식으로 상쇄되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어떨까. 서로 반대 포지션을 취한 Kodex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와 Sol SK하이닉스선물단일종목인버스2X 가격을 비교했다. SK하이닉스 주가(종가 기준)가 15.37% 폭락한 지난 13일 하루 동안 정방향 2배 레버리지는 31.46% 떨어졌고, 인버스2X는 31.76% 올랐다. 방향만 다를 뿐 변동폭은 거의 같았다. 두 상품을 동일한 규모로 갖고 있다면 투자 수익률은 0% 안팎이다. 이론에 부합하는 결과다.

투자 기간을 두 ETF가 동시 상장된 5월 27일부터 7월 13일까지로 확장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SK하이닉스 주가는 이 기간 17.7% 떨어졌다. 이게 하루 수익률이라면 2배 레버리지 주가는 17.7%의 두 배인 35.4% 하락하고, 인버스2X는 35.4% 올라야 한다. 실제 주가는 엉뚱하게 나왔다. 2배 레버리지 수익률은 SK하이닉스 주가 하락폭의 두 배(-35.4%)보다 10.9%포인트 더 낮은 -46.3%였다. 가격이 오를 것으로 기대됐던 인버스2X는 거꾸로 -25.3%라는 큰 폭의 손실을 냈다. 5월 27일 이후 한 달 반 동안 두 상품을 같은 비중으로 보유했다면 투자 수익률은 -35.8%라는 얘기다. 어떻게 해서 이런 결과가 나타났을까. 이 손실은 누구의 이익으로 돌아갔을까.

레버리지에 생기는 세 가지 비용
레버리지 상품의 비용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운용·판매·수탁·사무관리에 들어가는 총보수, 매매·중개 수수료, 증권거래세나 감사비를 포함한 기타 비용 등이다. 증권시장에서 늘 보는 항목들이다.

두 번째는 특정 주식의 주가 움직임을 두 배로 추종하도록 만든 파생금융상품 특성에서 발생하는 리밸런싱(자산 재조정) 비용이다. 예컨대 주가가 10% 오르면 단일종목 2배 레버리지 ETF는 20% 오르고, 10% 하락하면 20% 떨어지도록 설계해야 한다. 이런 수익 구조를 구현하려면 투자자가 매입한 금액의 두 배에 해당하는 주식 또는 파생상품을 매일 매입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비용이 발생한다.

세 번째는 가격 등락을 반복할 때마다 투자 원금이 깎여나가는 변동성 잠식(volatility drag) 비용이다. 투자 기간이 길어질수록 가치가 점점 줄어든다고 해서 ‘음의 복리 효과’로도 불린다.

이 세 가지 가운데 리밸런싱 비용과 변동성 잠식 비용이 레버리지 ETF 수익률을 갉아먹는 주범이다.
예측하기 어려운 리밸런싱 손실
두 배 수익률을 추종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려면 기초자산 구성을 매일 바꿔야 한다. 주가가 오르면 더 사고, 내리면 더 파는 식으로 기계적인 리밸런싱을 한다. 여기에 들어가는 돈을 조달하는 비용(대출이자)이 발생한다. 중개·매매 수수료와 세금 등 부가비용도 따라다닌다.

‘당일 종가’를 기준으로 리밸런싱을 하려면 장 마감 직전에 선물이든 현물이든 더 사거나 팔게 된다. 이 무렵 거래 주문이 급증하면서 가격이 급등락하는데, 원하는 가격으로 사거나 파는 일이 쉽지 않다. 까닥 잘못하면 많은 추적 오차 비용이 발생한다. 그 결과는 ETF 운용 성과 차이로 나타난다.

인버스2X는 주식선물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괴리율이 더 크다. 거래량도 많지 않아 매매가 한쪽 방향으로 쏠리면 두 배 수익률을 맞추지 못해 큰 손실이 종종 발생한다.

리밸런싱 비용은 고객 계좌에서 별도로 떼는 것이 아니라 ETF 가격에 반영하기 때문에 정확히 얼마씩 빠져나가는지 투자자는 알 수 없다.
장기 투자할수록 커지는 변동성 잠식
2배 레버리지 ETF는 주가가 떨어진 날은 높은 가격을 기준으로 깎이고, 상승하는 날은 낮은 가격을 기준으로 오르는 것이어서 같은 비율만큼 오르내려도 본전 회복이 안 된다. 보유 기간이 길수록 변동성 잠식은 커진다.

예컨대 주가가 1만원에서 첫날 10% 오르고(1만1000원), 둘째 날 10% 떨어지면(9900원) 수익률은 -1%다. 2배 레버리지 상품은 첫날 두 배인 20% 오르고(1만2000원), 둘째 날 20% 떨어지면(9600원) 수익률이 -4%로 확대된다. 보유기간이 길어질수록 마이너스 효과는 누적된다. 실제로 지난 한 달 반 동안 주가 흐름을 보면 2배 레버리지 상품의 하락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 하락폭의 두 배를 훨씬 초과했다.

변동성 잠식이 생기는 것은 ‘투자기간 전체 수익의 두 배’가 아니라 ‘당일 수익률의 두 배’를 추종하도록 설계했기 때문이다. 당일 종가를 기준으로 다음 날 하루 두 배 수익률을 낼 수 있도록 기초자산을 매일 리셋(reset)한다. 장기투자상품이 아니라 하루짜리 파생금융상품이라는 뜻이다. 법적으로만 만기가 없는 개방형 펀드다. 변동성 잠식은 하루 단위로 리밸런싱하는 상품에 장기 투자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럼 누가 이익을 챙기나
리밸런싱 손실과 변동성 잠식으로 점점 쪼그라드는 내 계좌의 돈은 누구에게로 흘러 들어가는 걸까. 헤지펀드와 일부 기관투자가 등 초단타 매매자(HFT)다. 레버리지 투자 상품이 ‘비쌀 때 사고, 쌀 때 파는’ 리밸런싱을 할 때 그 반대편에서 ‘비쌀 때 팔고, 쌀 때 사는’ 알고리즘 매매를 하는 세력이다. 이들은 강제매매 물량을 소화하며 안정적인 매매 차익을 챙긴다.

이들은 매매 물량이 얼마나 나올지 미리 계산한 뒤 초단기 매매를 한다. 장 막판으로 갈수록 시장 변동성이 극심해진다. 증권거래소와 연결된 별도 전용회선을 이용해 초당 수천 번 매매하기 때문에 이들의 경쟁력을 당해내기 어렵다. 일부는 더 빠른 매매를 위해 거래소 바로 옆에 매매용 서버를 두기도 한다. 2배 레버리지 ETF 가격이 장 막판에 크게 떨어지면 그 손실의 대부분을 이들이 이익으로 가져간 것으로 보면 된다.

자산운용사와 판매사인 증권사는 이런 거래에 관심이 없고 수행할 능력도 없다. 안정적인 수수료 수입만 챙기면 되기 때문이다. 결국 일반 투자자만 방치돼 큰 손해를 본다.
미국은 본인 투자 책임 중시
단일종목 2배 레버리지 ETF는 한국보다 미국에서 먼저 탄생했다. 2022년 7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허가를 받았다. 이후 선풍적 인기를 누리며 엔비디아 2배, 테슬라 2배 등 많은 상품이 나왔다.

처음 승인될 당시 일부 SEC 위원은 이례적으로 성명까지 발표하며 강력히 반대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미국은 이 상품을 금지하지 않고 있다. ‘정부가 상품의 좋고 나쁨을 판단하지 않는다’는 원칙 때문이다. 그 대신 금융사가 위험성을 숨김없이 100% 알리도록 정보 공개를 강제한다. 투자설명서 첫 페이지에 ‘이 상품은 장기 투자용이 아니며, 단 하루 만에 투자금 대부분을 잃을 수 있고, 음의 복리효과로 자산이 녹아내린다’고 큼직하게 적혀 있다고 한다. 투자자가 그걸 읽고 가입하면 그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은 온전히 투자자 책임이라는 것이다.

초기 개발자들은 ‘오늘 사서 오늘 파는 초단기 트레이더’를 타깃 고객으로 설정했다. 하루만 들고 있으면 변동성 잠식 걱정을 할 필요가 없고, 두 배 수익률 목표를 온전히 추구할 수 있다. 개인 데이트레이더가 기관투자가의 알고리즘 매매 패턴을 역이용하는 공격적 투자도 가능해진다. 헤지펀드 등 HFT에 맞서 싸울 무기를 개인투자자가 갖게 된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한다.
상장 폐지보다 제도 개선 나설 듯
정부는 단일종목 2배 레버리지 ETF로의 쏠림을 완화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전문성이 떨어지는 일반 투자자가 레버리지 ETF로 많이 몰려 투자 손실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의무적으로 들어야 하는 교육시간을 더 늘리고 투자 위험을 체험할 수 있는 모의 트레이딩 수업을 마련하는 방안 등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000만원으로 돼 있는 예탁금 최소금액을 높이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일반 투자자의 진입장벽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단일종목 2배 레버리지 ETF가 유가증권시장 변동성을 극심하게 키웠다는 비판은 과도해 보인다. 상장 한 달 반 만에 과도한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코스피지수를 두 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와 선물 옵션 등 전통적 파생상품 시장의 영향력에는 아직 못 미친다.

메모리 반도체 경기 피크아웃 가능성, 글로벌 금리 인상 임박, 이란전쟁으로 인한 중동 위기 지속 등 여러 불확실한 요인과 선물 옵션 레버리지를 포함한 각종 파생상품 쏠림 현상이 겹쳐 국내 증시 변동성이 극심해졌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현승윤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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