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전이나 점심에는 일반 커피를 마시고, 늦은 오후나 저녁 시간대에는 숙면을 위해 디카페인 커피를 선택하는 소비 패턴이 일상적 식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특정 상황에서 임산부나 일부 예민한 소비자들만 찾던 디카페인 커피가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 트렌드와 맞물리며 언제든 부담 없이 즐기는 대중적인 메뉴로 떠올랐다.
15일 이디야커피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6월15일~7월14일) 매장 내 디카페인 메뉴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했다. 이디야커피는 현재 아메리카노를 포함해 카페라떼, 바닐라라떼 등 에스프레소가 들어가는 모든 커피 메뉴를 디카페인 원두로 변경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넓혀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이디야커피는 시장 수요가 지속적으로 확대됨에 따라 매장을 넘어 가정에서도 즐길 수 있는 제품군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물을 활용해 카페인을 분리하는 워터 프로세스 공법을 적용해 원두 고유의 향미 손실을 줄였다. 최근에는 이탈리아산 보리를 더한 스틱커피 신제품 '오르조 블렌드 디카페인 아메리카노'와 온라인 전용 '시그니처 디카페인 라떼' 컵커피 등으로 접점을 대폭 넓혔다.

이처럼 프랜차이즈 매장에서의 디카페인 수요 증가는 원두 수입 통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디카페인 커피(생두·원두) 수입 중량은 총 1만40t으로 사상 처음으로 1만t 선을 넘어섰다. 이는 2021년 수입량인 4755t과 비교해 불과 4년 만에 2.1배(약 111.1%) 이상 폭증한 수치다. 올해 들어서도 증가세가 이어지며 1월 한 달 수입량만 814t을 기록, 전년 동월(734t) 대비 약 11% 늘어나 역대 1월 기준 최고치를 경신했다.
반면 디카페인이 아닌 일반 원두(생두·원두) 수입량은 2022년 195375t으로 고점을 찍은 뒤 2024년 18만7787t, 지난해 18만4600t으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일반 원두의 빈자리를 디카페인 원두가 빠르게 채워가고 있는 셈이다.
주요 커피 전문점 브랜드에서도 이 같은 흐름은 뚜렷하다. 스타벅스의 경우 지난해 디카페인 커피 연간 판매량이 4550만 잔을 기록하며 2024년(3270만 잔) 대비 39% 급증했다. 특히 대표 인기 메뉴인 '자몽 허니 블랙 티'를 제치고 '디카페인 카페 아메리카노'가 스타벅스 전체 음료 판매량 3위에 올라섰다. 아메리카노 카테고리 내 디카페인 비중 역시 2019년 6.6% 수준에서 지난해 13%까지 두 배 가량 수직 상승했다.

다른 프랜차이즈 기업들도 일제히 두 자릿수 이상의 강세를 기록 중이다. 투썸플레이스의 지난해 디카페인 커피 매출은 2023년 대비 2배(100%) 증가했으며 저가 커피 시장에서도 메가MGC커피의 지난해 디카페인 제품 판매량이 전년 대비 약 70%, 빽다방은 무려 330% 증가하며 가파른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맛과 품질의 상향 평준화도 성장에 불을 지폈다. 과거 화학 용매를 사용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천연 이산화탄소나 물을 이용해 카페인만 걸러내는 추출 공법이 정착되면서 일반 커피와의 맛 차이를 느끼기 어려울 정도로 풍미가 개선됐다. 여기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카페인 제거 기준을 기존 90%에서 국제 기준 수준인 99.9%로 강화하는 고시안을 예고하면서 '실질적인 디카페인'에 대한 신뢰도 또한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인의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이 416잔에 달할 정도로 커피가 물처럼 소비되는 시장 환경에서 건강과 숙면이라는 만족감까지 동시에 충족하려는 수요가 디카페인으로 쏠리고 있다"며 "식음료 표시 기준 정비로 소비자 신뢰까지 두터워지면 제조사들의 품질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디카페인 시장 규모는 더욱 팽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상경 한경닷컴 기자 highse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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