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릎 관절을 제어하는 것이 발목 관절을 제어하는 것보다 더 까다롭습니까?"
15일 서울 안암동 고려대 퓨처모빌리티 실험실. 고려대 스마트모빌리티학부 학생들이 웨어러블 로봇 기술을 선보이자 영국 앤 공주가 이런 질문을 던졌다. 기술을 선보인 학생은 "걸을 때는 발목 관절 제어가, 앉았다가 일어날 때는 무릎 관절 제어가 더 까다롭다"고 설명했다. 함께 설명을 듣고 있던 앤 공주의 남편인 티머시 로렌스 경은 "요즘 발목과 무릎이 좋지 않은데, 이 기술이 더 발전해 언젠가는 내가 사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영국 앤 공주가 고려대를 방문해 'K-계약학과' 연구 현장을 둘러봤다. 반도체와 로봇 등 하드웨어 분야에서 한국의 기술력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 현장이 필요로 하는 인재 양성 시스템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어서다. 고려대는 현대자동차와 스마트모빌리티학부를, SK하이닉스와 반도체공학과를 계약학과로 운영하고 있다. 계약학과는 기업이 교육과정을 설계하는 데 참여하고, 졸업 후 일정 조건을 갖추면 해당 기업 취업을 보장한다. 영국 국왕 찰스 3세의 동생인 앤 공주는 영국 주요 대학들의 총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이날 현장에서 앤 공주는 학생들과 인간과 로봇의 상호작용에 대한 토론을 이어갔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이족 보행을 하다 가볍게 뛰고, 손을 들어 인사하는 모습을 흥미롭게 지켜본 앤 공주는 로봇과 직접 악수를 하기도 했다. 이어 "로봇은 균형 감각을 어떻게 배우나", "로봇이 사용자의 '움직이려는 의도'를 어떻게 미리 파악하느냐" 등의 질문을 던졌다. 로봇 시연에 참여한 한 학생이 "몸에 부착된 센서를 통해 수집한 생체 신호를 AI 알고리즘으로 분석해 사용자가 움직이려는 의도를 판단하고, 이에 맞춰 서포트 장치를 작동시킨다"고 답하자 앤 공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앤 공주는 이후 SK하이닉스 반도체 미니팹으로 이동해 산학 협력 현장을 둘러봤다. SK하이닉스는 2021년부터 고려대와 반도체공학과 계약학과로 운영하고 있다. 안현 SK하이닉스 개발총괄 사장은 "SK하이닉스의 첫 계약학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학생들이 이론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반도체 공정과 소자 연구개발에 참여하며 현장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미니팹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방진복을 입은 학생들이 팹 내부에서 실제 반도체 공정을 시연해 눈길을 끌었다.
반도체공학과 학생은 이 자리에서 SK하이닉스의 초고대역폭메모리(HBM) 모형을 선보이며 "한국의 메모리 제조 강점과 영국의 칩 디자인 및 첨단 패키징 설계 강점을 결합한다면, 미래 글로벌 반도체 혁신을 이끌 훌륭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국은 한국처럼 반도체를 대량 생산하기보다는 AI 반도체의 구조(아키텍처)를 설계하고 여러 개의 반도체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하는 시스템 설계 기술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 CPU 아키텍처를 설계하는 Arm, AI전용 프로세서(IPU)를 개발한 그래프코어 등이 영국을 대표하는 반도체 기업이다.
SK하이닉스는 앤 공주의 고려대 방문을 기념해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6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4) 웨이퍼를 부착한 기념패를 현장에 특별 전시하기도 했다.

앤 공주는 일정을 마무리하며 과학 기술 분야의 산학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오늘 고려대에서 마주한 로보틱스 및 첨단 반도체 분야 연구 성과는 참으로 놀랍고 인상적"이라며 "미래 혁신을 위한 대학의 지속적인 역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동원 총장은 이날 고려대 박물관이 소장한 대표 문화재인 다산 정약용의 '매화병제도' 영인본을 앤 공주에게 선물하며 "양국 대학 간 공동 연구와 인적 교류가 더욱 따뜻하고 활발하게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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