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선박 부품을 만들던 부산 지역 조선 기자재 기업들이 고도화한 시스템 설계 기술을 앞세워 함정 유지 보수 시장과 EPC(설계·조달·시공)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며 체질 개선에 나섰다.코스닥 상장사인 부산 지역 조선 기자재 기업 한라IMS는 함정과 선박 유지 보수 및 운영(MRO)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고 15일 밝혔다.
한라IMS는 지난해 1월 약 1100억원을 들여 대선조선 영도 사업장을 인수했다. 이후 야드 정비를 깔끔하게 마무리하며 함정을 포함한 선박 MRO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탄탄한 발판을 마련했다.
이 회사는 선박 수위 계측 시스템을 시작으로 밸브 원격 제어 시스템과 선박 평형수 처리 장치 및 질소 발생기 등 다양한 기술을 자체 개발했다. 2021년 광양 사업장을 인수하며 선박 수리 분야에 처음 진출했다. 해양경찰청 경비 함정 정비 실적을 든든한 밑거름 삼아 영도 조선소를 중심으로 함정 MRO 군수 정비 시장까지 깊숙이 파고들 예정이다. HD현대와 한화오션, HJ중공업 등 대형 조선 방위산업 기업과 긴밀한 상생 협력을 맺고 국내 함정 MRO 생태계 전반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한라IMS 관계자는 “이번 사업 다각화는 신규 선박 발주 물량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매우 크던 기자재 업계의 고질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이라며 “정기적이고 안정적인 정비 수요가 생기는 함정 MRO 사업을 통해 일회성 수주라는 기존 사업 구조에서 완전히 벗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계열사 통합을 추진한 SB선보 역시 최근 친환경 에너지 설비 프로젝트 수주에 성공했다.
SB선보는 2014년 세계 최초로 액화천연가스(LNG) 연료 공급 장치 상용화에 성공한 강소 기업이다. 최근에는 액화천연가스 재기화 시스템을 직접 개발해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저장 및 재기화 설비(FSRU) 프로젝트를 따냈다.
재기화 시스템은 영하 162도 초저온 상태로 운송되는 액화천연가스를 기체 상태로 바꾸는 첨단 장치다. 이 시스템을 적용한 부유식 설비는 육상 터미널을 해상이나 선박에서 직접 운용하는 개념이다. 육상 터미널은 건설 비용이 많이 들고 프로젝트 기간이 무척 길다. 이에 비해 부유식 설비는 신속하게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어 앞으로 해상 전력 해결책으로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LNG 운반선을 FSRU로 전환하는 FSRU 컨버전 프로젝트에서 기본설계(FEED)부터 상세설계·제작·시운전까지 일괄 수행하는 EPCC 통합 솔루션을 제공할 방침이다.
지역 조선 기자재 업계의 이 같은 과감한 투자 행보는 선박용 부품 제조에서 부품 간 작동을 제어하는 시스템 제조로 기술 수준이 한 단계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제품이 점차 대형화하면서 선박 연료 효율과 화물 적재량을 동시에 달성하는 설계 엔지니어링 기술이 지역 조선 기자재 업계의 핵심 경쟁력으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김청욱 SB선보 대표는 “단순 부품 제어 기술에서 선박 구동 제어로 기술력을 획기적으로 확장하면서 엔지니어링 분야 투자를 꾸준히 늘렸다”고 말했다.
부산=민건태 기자 mink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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