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익을 일시 성과급으로 소비할 것인지, 아니면 미래를 준비하는 새로운 투자로 연결할 것인지가 우리 산업의 운명을 좌우할 겁니다.”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15일 서울 여의도동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에서 열린 ‘AI 시대의 기업 투자와 노동의 미래 토론회’에서 “한 시대의 횡재가 다음 시대의 경쟁력으로 이어지지 못하면 그 부는 오래가지 못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의 이익은 내일의 반도체 공장이자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호황으로 거둔 기업의 대규모 이윤을 노동계가 주장하는 사회적 이익 배분, n% 성과급 대신 연구개발(R&D)과 설비 확충에 투입해야 한다고 못 박은 것이다.
토론회에 참석한 학계와 산업계 전문가들은 ‘3차 반도체 치킨게임’에 대비해서라도 이윤을 ‘생존용 보험료’로 여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반도체는 대규모 설비투자 주기와 업황 변동성이 극도로 높은 업종”이라며 “적자 시기에도 조(兆) 단위 투자를 멈출 수 없는 특성상 번 돈은 불황기를 버틸 내부 유보 재원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이준 산업연구원 전략산업연구센터장은 “과거 일본의 엘피다와 독일의 키몬다는 충분한 현금 버퍼를 쌓지 못해 파산했고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완충재(현금)를 바탕으로 살아남았다”며 “다가오는 미국과의 반도체 치킨게임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기업 이윤이 전략투자로 연결되도록 정책적으로 유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AI 시대에 맞게 노동법제를 개편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동욱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세대교체가 ‘월 단위’로 일어나는 시점에 우리 인력 법제는 20세기 대량생산 체계에 머물러 있다”며 “노동유연성은 보장하되 그 공백은 사회안전망으로 메워야 한다”고 했다. 유연성을 높일 방안으로는 전문직의 근로시간 규제 적용 제외(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첨단 공정 파견 규제 완화 등을 꼽았다.
김 교수는 인력 운용의 속도 때문에 기업이 뒤처진다면 손실은 주주만이 아니라 근로자에게도 돌아간다”고 경고했다.
반면 장진희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선임연구위원은 “초과이윤은 협력업체와 비정규직 노동자의 희생에서 비롯된 만큼 공동교섭을 통해 분배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도 반도체 기업의 이윤은 정부의 세제 혜택과 인프라 지원, 노동자가 만든 이익의 총량이므로 ‘공정한 분배가 더 확실한 재투자’라고 주장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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